병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성연은 집으로 돌아와 안금여와 운경에게 무진의 무사함을 알렸다.그녀는 무진이 무사한 것은 보았지만 집안의 두 사람이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이미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할아버지들은 틀림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이 어촌을 찾아낼 것이다.무진뿐만 아니라 그녀도 조심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뒤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그녀는 무엇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택에 돌아오자마자 성연은 즉시 이 소식을 안금여와 운경에게 알렸다.운경의 얼굴빛은 아직 창백했다.조승호는 병원에서 좀 더 쉬게 해주고 싶어 했지만,운경은 기어코 퇴원해서 안금여를 모시고 돌아왔다.무진에게 일이 생긴 후, 안금여의 걱정은 틀림없이 자신보다 더 할 것이다.운경은 엄마 안금여가 또 상심해서 병이 날까 봐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무진의 소식을 듣고 운경이 먼저 일어섰다.“성연아, 네 말 사실이야? 무진이 정말 괜찮니?”“방금 만났는데, 괜찮아요.”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운경과 안금여에게 무진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집안의 두 어른이 그를 걱정하는 것을 안다.생각해보니, 무진의 동영상을 녹화해 두 사람에게 보여 주는 게 좋을 듯했다.“별일 없으면 됐어, 별일 없으면 돼.” 운경이 먼저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었다.보아하니, 하늘은 여전히 자신들 큰 집을 돌보는 것 같았다.집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적어도 무진은 살아야 한다.안금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성연아, 무진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니?” 자기 손자의 차가 다리에서 추락했다고 생각하자 안금여의 가슴이 떨렸다.눈만 감으면 무진이 피투성이가 되어 자기 앞에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그녀는 무진이 너무 보고 싶었다.무진 얼마나 아픈지 알고 싶었다.무진은 안금여가 어려서부터 키운 아이다.그러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무진이 다친 것을 보니 더욱 애가 탔다.무진이 자신의 상
성연의 말을 들은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자신에게 계획이 있으니 가만히 있어달라고 무진이 말했다지 않는가.비록 초조한 마음을 가눌 길 없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현재 무진은 이미 충분히 위급한 상황이라, 자신들까지 끼어들어 혼란을 주는 건 곤란했다.두 사람이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는 모습을 본 성연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두 사람이 끝까지 가려고 고집을 부린다면 성연으로서도 말릴 방도가 없었을 터였다.하지만 안금여와 강운경은 늘 그렇듯이 다른 사람의 뜻을 잘 헤아렸다.특히 무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세세하게 따졌다.무진과 달리 외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는 성연은 이런 가정적인 분위기가 부러웠다.교외의 작은 병원에서 이틀간 입원했던 무진이 집으로 돌아왔다.물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모든 것을 극비에 붙인 채로.그리고 엠파이어 하우스와 고택이 아니라 다른 별장으로 돌아와 머물렀다.무진이 돌아오기 전에 미리 고지 받은 성연은 먼저 별장에 도착해서 무진을 기다렸다.성연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소파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바깥의 동정을 놓치지 않도록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진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잠시 후, 자동차가 들어와 멈추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성연은 즉시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생각대로 차에서 내린 손 비서가 뒷좌석의 문을 열자, 이어 무진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틀 병원에 누워 치료받았을 뿐이지만 무진의 안색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큰 문제가 없는 듯 이제는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워 보였다.걸음을 옮겨 무진에게 다가간 성연이 유난히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왔어요?”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무진이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응, 반갑지 않아?”“어서 와요.” 성연은 원래 평소처럼 틱틱거리는 말로
사람들의 감정이 서서히 진정되자,이어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범인에 대한 단서가 찾기 시작했다.먼저 무진이 자신의 추측을 말하자, 안금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파왔다.“너도 알다시피, 네 할아버지 생전에 저들의 부탁이라면 두 말 않고 들어주었다. 친동생이라고 얼마나 감싸고 들었는데? 그런데 네 할아버지 돌아가시자, 자신들 형님의 혈육에게 이렇게도 잔인한 짓을 하다니. 네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저 야차 같은 저 두 동생들에게 잘해 준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저 사람들 일찌감치 양심을 팔아먹었어요. 아버지도 이미 알고 계셨을 걸요? 그저 말씀하시지 않았을 뿐이지. 저 사람들, 이제 이런 일까지 하는 걸 보니, 절대 그냥 둬서는 안돼요.”강운경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애초에 혈연의 정을 생각한 아버지 강상중은 크게 도를 넘지 않는 한, 저들이 무슨 짓을 해도 눈감아 주셨다.그래서 저들이 여태 WS그룹에서 저토록 방자하게 굴어왔던 것이다.강운경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 아버지의 그 점이었다.상대방은 당신을 적으로 생각하고 경쟁자로 대하는데, 자신의 아버지는? 항상 형제 간의 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아버지에게 몇 차례나 얘기했었지만 끝내 듣지 않으시더니, 결국 지금 했던 말들 하나하나 검증되고 있는 게 아닌가.‘이전의 일을 지금 말해 봐야 뭔 소용이야. 어차피 그 두 늙은 여우는 옛정은 돌아보지도 않을 텐데.’“할머니, 조사하신 건 어때요?” 어째 분위기가 다소 경직된 듯한 느낌에, 무진이 적절하게 화제를 돌렸다.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 강상철과 강상규 문제로 많이도 다투었다.지금에 와서 예전의 일을 다시 꺼내 본들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는 게 나을 터.“내 진즉 조사해 보니, 회사 주차장의 경비원이 손을 댔더구나. 일을 저지른 다음 날, 바로 사라졌지만, 그 놈이 숨은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 갔을 때,
안금여는 계속해서 찾아낸 단서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날 내가 직접 갔었는데, 경비원의 아내가 울면서 말하더구나. 며칠 전에 자기 남편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돈을 가지고 있더라는구나. 4천만원쯤 되는 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야.”경비원의 집안 형편은 썩 좋지 않은 편이었고, 그 아내도 시골에서 올라온 터라 그렇게 많은 돈은 처음 봤다고 했다.그 큰 돈이 계좌에 들어오자 경비원의 아내가 놀라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경비원이 어물어물 말을 흐리며 도망가기만 하더라는 것이다.그래서 그 아내가 재차 따지고 물었더니 경비원 말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그마한 장사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금이라는 거였다.물론 그 아내는 믿지 않았다. 어떤 사람을 알고 있길래 장사에 투자해서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인지.진짜 돈 있는 사람들이 행여 자신들 같은 사람을 성에 차 할까? 분명히 구린 냄새가 났다.경비원의 아내는 지금도 남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며칠 지난 뒤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별안간 남편이 이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그래서 남편이 가져온 돈도 전부 남편 병원비로 벌써 다 써버린 상태였다.병원비는 남편이 가져온 돈보다 더 나올 예정이지만, 남편의 병은 나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의사들 말로는, 이렇게 갑자기 치매가 온 원인이 뭔지 도무지 알아낼 수 없다고 한단다.그 말에 경비원의 아내는 거의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병은 고칠 수가 없으니.집안의 가장인 경비원이 이렇게 되자,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아내는 수입도 없이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기만 했다.그 처지가 너무 딱한 지, 안금여는 남은 두 모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이 경비원도 어찌 보면 강상철과 강상규의 또 다른 희생자임은 분명하다.강상철, 강상규의 협박에 의해서인지, 스스로 돈에 넘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4천만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으니까.어찌 되었든 경비원은 치매에 걸림으로써 이미 벌을 받
무진의 설명을 들은 안금여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지금 가진 증거가 부족한 까닭에 잠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이상, 강상철, 강상규를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게다가 노회한 여우 같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자신들의 혐의를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올 게 뻔했다.저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에는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안금여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무진아,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니?”나이 들어 회사 업무도 모두 무진에게 넘긴 안금여는 스스로 이 일을 결정하기 힘들자, 무진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무진은 결코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잠시 생각을 해보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잠깐 기다려 보죠. 저쪽에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강상철과 강상규의 목적은 절대 이것이 아닐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저들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더 큰 음모가 있을 것이다.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금여는 스스로 생각이 있는 듯한 무진의 모습에 안심했다. “고모가 오늘 직접 주방에 들어가서 무진이 너에게 식사를 차려 줄게. 네 몸에 씐 불길한 기운도 싹 씻어낼 겸.”강운경이 웃으며 말했다.별장으로 올 때, 이미 무진의 식사를 직접 준비해 줄 생각에 장을 많이 봐왔던 참이다. “고모, 잊으셨어요? 병원에서 막 나오셨는데 또 그렇게 무리하려고요? 제가 할게요.”강운경이 직접 요리하겠다는 말에 성연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아니야, 나는 무진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그리고 내 몸이 그리 연약한 것도 아니지 않니? 음식 좀 하는 게 무슨 대단한 노동이라고. 그냥 내가 할게.” 강운경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무진이 돌아오자, 마침내 강운경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성연이 다시 설득의 말을 몇 마디 하려 했으나, 안금여가 막아세웠다.“무진이 강으로 추락한 후에, 네 고모는 요 며칠 마음 편히 잠도 제대로 못 잤단다. 지금 네 고모에게 무진이 먹을 식사 한 끼 준비하게 해 줘. 그래야 안심이 될
저녁에 성연은 무진이 업무 처리로 서재에 간 틈을 타서 침실로 돌아왔다.침실 내의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근 뒤에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후 과정을 간단히 설명한 후, 성연이 곽연철에게 지시하였다.“곽 대표가 스위스의 은행장에게 연락하여 이 계좌 주인을 알아내. 거기 은행장은 사부님 오랜 지인이라, 조사를 부탁해도 될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에 바로 성연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일어섰다.성연이 생각하기에, 스위스의 은행과 관련된 이 일을 무진 쪽에서만 움직인다면 조사 속도는 무척이나 느릴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성연은 무진을 도와주고 싶었다.결국 강상철, 강상규가 무진에게 저지른 소행은 원수 같은 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리고 강상철, 강상규를 그냥 두면 둘 수록 무진이 더 위험해질 뿐이고.무엇을 어찌하든 강상철, 강상규의 욕심에는 만족이 없을 테니까. WS그룹을 넘겨주지 않는 한 말이다.하지만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강상철, 강상규와의 강무진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패배했을 때라야만 안정된 삶을 보장할 수 있었다.성연이 전화를 끊고 화장실 문을 열자, 무진이 침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무진을 보자 오후에 거실에서의 장면이 떠오른 성연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들다니, 하마터면 땅굴을 파고 들어갈 뻔했다.다행히 할머니가 이해해 주셔서 건물 밖으로 나가 한참 동안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들어왔다.그 동안 무진은 내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화장실에서 다시 침실로 돌아온 성연은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무진 쪽으로는 눈빛조차 보내지 않았다.무진이 웃으며 성연이 누운 침대로 다가갔다.“아직도 화가 난 거야?”성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내가 무슨 화가 났다고 그래요?”“미안해. 네가 싫다고 하면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런데 정말 보고 싶었어. 느껴지지 않아?” 무진이 성연을 구슬
이튿날, 성연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던 중에 곽연철이 소식을 보내왔다.곽연철이 이미 계좌 추적을 마쳤던 것이다.곽연철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스위스 쪽 계좌는 강일헌의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일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곽연철은 성연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알아냈다.성연이 곽연철에게 다시 지시했다.“저쪽에서 보내온 데이터는 저장했다가 익명으로 강씨 집안의 안금여 회장에게 보내. 강무진에게 보내지 말고. 안 그러면 우리 쪽이 드러나기 쉬워.”결국, 안금여가 강일헌의 계좌를 찾았다고 말할 때에 성연만 그 자리에 있었다.곽연철은 모르는 일인 것이다.그러니 곽연철이 바로 무진에게 건네어 주는 것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무진은 또 곽연철이 내내 강씨 집안의 일을 감시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그룹 간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그런 까닭에 안금여에게 익명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일 터였다.적어도 무진이 그들을 의심하지는 못할 테니까.곽연철이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자신이 보기에 강무진은 썩 훌륭한 파트너였다.그러나 외부인에 대한 강무진의 의심은 여전히 강했다.강무진에게 증거를 찾아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무진이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할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성연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는 동안, 주연정이 화장실 입구에서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화장실을 나서던 성연은 주연정을 보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물었다.“어째서 아직 교실로 안 돌아갔어?”성연이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주연정이 바로 다가와서 성연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당연히 너를 기다렸지. 같이 교실에 들어가자.”누군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느낌은 나쁘진 않았지만, 좀 유치하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초등학생도 아닌데, 손까지 잡고 말이야.’성연은 좀 황당하게 여겨졌지만,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주연정을 쫓아내기도 어려워 그냥 교실로 따라 들어갔다.교실로 이어진 복도 중간쯤
불과 며칠 만에, 무진의 차가 강으로 추락하며 무진이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이 회사 전체에 퍼졌다.사람들의 눈에 지금 무진의 종적을 여전히 알 수 없는 가운데, 안금여가 다시 출근하며 그룹 전체를 이끌고 있었다.아직 그룹의 회장인 안금여는 무진이 있을 때는 명목상의 회장이었으나, 무진의 부재 시에는 그룹의 제반 권한을 모두 쥐고 있었다.무진 역시 여러 고민 끝에 회장 직을 맡지 않고, 총괄 대표이사 직을 선택했던 것이다.이렇게 그룹의 실권 모두를 강씨 집안 본가가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강상철, 강상규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오늘, 그룹 전체 회의는 안금여가 주관했다.회사로 출발하기 전에 안금여는 일부러 더 초췌해 보이게 화장을 했다.어쨌든 안금여가 무진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러니 지금 강무진이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상황에, 안금여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눈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괴로운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상례에 따라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 부서의 업무 보고가 이어졌다.그때, 강상철, 강상규가 일어서며 말했다.“현재 강무진 대표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룹을 관리 운영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강 대표가 자리를 맡은 후로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내 의견으로는, 강 대표는 집에서 쉬며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룹은 다른 사람이 자리를 이어받아 관리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그래요, 회장님. 강무진 대표의 몸으로는 안 됩니다. 이번에 또 이런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터지고, 결과를 낙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회장님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구조대원들도 모두 포기하라고 하니, 회장님, 억지로 붙잡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이제 그룹을 맡을 새 대표를 선택하는 게 맞습니다.”“저희 모두 회장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강무진 대표의 과실 때문에 다같이 손가락만 빨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