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성연은 무진이 업무 처리로 서재에 간 틈을 타서 침실로 돌아왔다.침실 내의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근 뒤에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후 과정을 간단히 설명한 후, 성연이 곽연철에게 지시하였다.“곽 대표가 스위스의 은행장에게 연락하여 이 계좌 주인을 알아내. 거기 은행장은 사부님 오랜 지인이라, 조사를 부탁해도 될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에 바로 성연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일어섰다.성연이 생각하기에, 스위스의 은행과 관련된 이 일을 무진 쪽에서만 움직인다면 조사 속도는 무척이나 느릴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성연은 무진을 도와주고 싶었다.결국 강상철, 강상규가 무진에게 저지른 소행은 원수 같은 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리고 강상철, 강상규를 그냥 두면 둘 수록 무진이 더 위험해질 뿐이고.무엇을 어찌하든 강상철, 강상규의 욕심에는 만족이 없을 테니까. WS그룹을 넘겨주지 않는 한 말이다.하지만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강상철, 강상규와의 강무진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패배했을 때라야만 안정된 삶을 보장할 수 있었다.성연이 전화를 끊고 화장실 문을 열자, 무진이 침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무진을 보자 오후에 거실에서의 장면이 떠오른 성연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들다니, 하마터면 땅굴을 파고 들어갈 뻔했다.다행히 할머니가 이해해 주셔서 건물 밖으로 나가 한참 동안 집 주변을 돌아다니다 들어왔다.그 동안 무진은 내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화장실에서 다시 침실로 돌아온 성연은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무진 쪽으로는 눈빛조차 보내지 않았다.무진이 웃으며 성연이 누운 침대로 다가갔다.“아직도 화가 난 거야?”성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내가 무슨 화가 났다고 그래요?”“미안해. 네가 싫다고 하면 다음부터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런데 정말 보고 싶었어. 느껴지지 않아?” 무진이 성연을 구슬
이튿날, 성연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던 중에 곽연철이 소식을 보내왔다.곽연철이 이미 계좌 추적을 마쳤던 것이다.곽연철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스위스 쪽 계좌는 강일헌의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일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곽연철은 성연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알아냈다.성연이 곽연철에게 다시 지시했다.“저쪽에서 보내온 데이터는 저장했다가 익명으로 강씨 집안의 안금여 회장에게 보내. 강무진에게 보내지 말고. 안 그러면 우리 쪽이 드러나기 쉬워.”결국, 안금여가 강일헌의 계좌를 찾았다고 말할 때에 성연만 그 자리에 있었다.곽연철은 모르는 일인 것이다.그러니 곽연철이 바로 무진에게 건네어 주는 것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무진은 또 곽연철이 내내 강씨 집안의 일을 감시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그룹 간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그런 까닭에 안금여에게 익명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일 터였다.적어도 무진이 그들을 의심하지는 못할 테니까.곽연철이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자신이 보기에 강무진은 썩 훌륭한 파트너였다.그러나 외부인에 대한 강무진의 의심은 여전히 강했다.강무진에게 증거를 찾아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무진이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할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성연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는 동안, 주연정이 화장실 입구에서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화장실을 나서던 성연은 주연정을 보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물었다.“어째서 아직 교실로 안 돌아갔어?”성연이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주연정이 바로 다가와서 성연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당연히 너를 기다렸지. 같이 교실에 들어가자.”누군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느낌은 나쁘진 않았지만, 좀 유치하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초등학생도 아닌데, 손까지 잡고 말이야.’성연은 좀 황당하게 여겨졌지만,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주연정을 쫓아내기도 어려워 그냥 교실로 따라 들어갔다.교실로 이어진 복도 중간쯤
불과 며칠 만에, 무진의 차가 강으로 추락하며 무진이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이 회사 전체에 퍼졌다.사람들의 눈에 지금 무진의 종적을 여전히 알 수 없는 가운데, 안금여가 다시 출근하며 그룹 전체를 이끌고 있었다.아직 그룹의 회장인 안금여는 무진이 있을 때는 명목상의 회장이었으나, 무진의 부재 시에는 그룹의 제반 권한을 모두 쥐고 있었다.무진 역시 여러 고민 끝에 회장 직을 맡지 않고, 총괄 대표이사 직을 선택했던 것이다.이렇게 그룹의 실권 모두를 강씨 집안 본가가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강상철, 강상규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오늘, 그룹 전체 회의는 안금여가 주관했다.회사로 출발하기 전에 안금여는 일부러 더 초췌해 보이게 화장을 했다.어쨌든 안금여가 무진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러니 지금 강무진이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상황에, 안금여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눈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괴로운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상례에 따라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 부서의 업무 보고가 이어졌다.그때, 강상철, 강상규가 일어서며 말했다.“현재 강무진 대표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룹을 관리 운영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강 대표가 자리를 맡은 후로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내 의견으로는, 강 대표는 집에서 쉬며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룹은 다른 사람이 자리를 이어받아 관리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그래요, 회장님. 강무진 대표의 몸으로는 안 됩니다. 이번에 또 이런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터지고, 결과를 낙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회장님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구조대원들도 모두 포기하라고 하니, 회장님, 억지로 붙잡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이제 그룹을 맡을 새 대표를 선택하는 게 맞습니다.”“저희 모두 회장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강무진 대표의 과실 때문에 다같이 손가락만 빨
안금여의 말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현재로서는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게 확실했다.무진이 몇 개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으며, 또 회수해 온 지사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괜찮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란 보장은 하기 힘들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그래서 주주들이 강상철, 강상규의 편에 서서 말하는 것이다.지금 안금여에게 반박을 당한 주주들은 입밖으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어쨌든 무진이 대표로 회사를 관리되는 동안, 엄청난 배당금을 챙겼으니.저들로서도 그런 말을 할 면목이 없는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강상철과 강상규가 놓칠 리가 없다.강상철이 다시 나서며 말했다.“회장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강무진 대표가 이 자리에 있다면 반드시 회사를 위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안금여가 몸을 돌려 사나운 눈빛으로 강상철을 노려보았다.“이런 뜻밖의 사고를, 강무진 대표라고 일어나길 원했다고 생각합니까? 지금 강무진 대표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 그런 말들을 이 자리에서 꺼내다니, 나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겁니까? 여러분에게 경고하건대, 내가 하루라도 살아 있는 한, 누구도 내 손자의 것에 손대는 걸 허락할 수 없습니다.”이어 경고하는 눈빛으로 옆 자리의 주주와 강상철, 강상규를 쳐다보았다.그리고 다시 강상철을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강상철 부회장, 강상규 사장, 두 사람 왜 그렇게 조급하게 구십니까? 어찌 되었든 강무진 대표의 할아버지 아닙니까? 애정이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설마 강 대표 이번 사고가 두 사람과 관계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강상철과 강상규는 당연히 부인했다. 원래 간이 크지 못했던 두 사람은 기세 흉흉한 안금여의 눈빛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감히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간신히 멋쩍은 웃음을 몇 차례 내뱉은 후에 말했다.“형수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도 회사의 미래를 생각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안금여는 가족들에게 그 날 회의실에서의 일을 말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안금여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강상철, 강상규 저 놈들은 진짜 자신들의 야욕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아는 모양이야. 이번이 이미 두 번째야. 저들이 이 일을 꺼낸 게.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미쳤어.”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안금여를 본 성연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옆에 앉아서 안금여의 기 순환이 잘 되도록 계속해서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할머니, 저 사람들 때문에 화내지 마세요. 저런 사람들은 화낼 가치도 없어요.”평소 온화한 성격의 안금여가 이렇게 화를 내도록 할 정도라면, 강상철, 강상규도 참 대단하다.무진도 옆에서 할머니 안금여를 위로했다.“할머니, 저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세요. 어떻게든 저들이 꼭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님은 평소대로 회사를 관리하시면 됩니다.”안금여 역시 당연히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참아지지가 않았다. 강상철, 강상규는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미웠다.“너는 저들의 낯짝을 못 봐서 그래. 정말 꼴도 보기 싫다. 이제 말하기도 싫다.” 강상철, 강상규 두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안금여.“네, 할머니. 집에 돌아오셨으니, 우리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그 사람들 얘기는 하지 말아요.” 성연은 낮은 목소리로 옆에서 위로했다.안금여는 그제야 성연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성연의 말이 맞아. 이제 그 두 사람 얘기는 하지 않으마. 이따가 밥 먹다 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성연이 안금여의 등을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혈도를 정확하게 찾아 두드려 주면 기 순환이 좋아져 안금여의 마음도 그렇게 우울해지지 않을 것이다.감정을 가라앉힌 안금여가 가방에서 입구가 잘 봉해진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었다.“오늘 누가 나에게 우편물을 하나 보냈어. 무진아, 네가 좀 보렴.”무진이 받아서 살펴보니, 뜻밖에도 강일헌의 스위스 계좌 이체 영수증이었다.
안금여가 죽자사자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본 강상철, 강상규는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또 안금여의 얼굴을 봐도 그다지 상심한 모습이 아닌 듯했다.두 사람은 그것에 대해 서로 의논했다.강상철이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상규야, 네가 보기엔 어때? 강무진이 정말 죽었을까? 아니면 큰 집에서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제가 보기에, 형수님 모습이 좀 마음에 걸립니다. 만약 무진이 이번에도 안 죽었다면, 정말 명이 긴 놈입니다.” 강상규가 이를 악문 채 사나운 눈빛으로 말했다.안금여가 운이 좋은 게 아니라면, 그 늙은이가 자신들에게 그리 빈정거리는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안금여의 말투를 생각하던 강상규는 불쑥 화가 치밀었다.“강무진이 명이 길든 어쨌든, 이 일을 우리는 그냥 두고 봐서는 안돼.” 무진이 다시 돌아온다면 자신들에게 좋은 않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건 자명했다.강무진 쪽에서는 차량에 손을 댄 것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았으면, 안금여가 자신들에게 그렇게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을 터.“강무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람을 보내 찾아볼게요.”강상규가 말했다.“만약 강무진을 찾게 되면, 목숨까지 취할 필요 없어. 팔다리만 좀 손봐도 돼. 계속 장애자로 살면서, 우리가 어떻게 한 걸음 한 걸음 WS그룹을 손에 넣는지 지켜보게 해!”강상철의 눈에 한 줄기 매서운 빛이 번쩍하고 지나갔다.사람을 괴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이는 것이 아니다.만약 바로 강무진을 죽여 버린다면, 그건 너무 너그러이 봐주는 것이다.살아서 두 눈 뜬 채 아끼던 것을 빼앗기는 게 가장 고통스러울 터.어차피 강무진은 불구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그때, 그는 강무진에게 그동안 자신들이 받았던 굴욕을 하나 남김없이 모두 돌려줄 것이다.“형님, 알았습니다. 다만, 강무진이 우리 소행인 줄 알았다면 벌써 숨었을 게 분명한데, 쉽게 찾기는 어렵겠네요.” 강상규가 턱을 쓸며 말했다.강무진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진은 요 며칠 별장에 머물렀다.성연은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무진의 곁을 지켰다.이번 일 때문에 무진이 많이 나약해졌는지 요즘 유난히 옆에 딱 붙어 보챘다.숙제를 좀 하려고 해도, 무진은 한사코 성연과 같은 공간에 있으려고 했다.무진과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이 결코 싫지 않았기에, 성연은 무진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무진은 서류를 보면서도 수시로 고개를 들어 성연을 쳐다보았다.성연의 생각은 근거 없는 단순한 짐작이 아니었다.무진의 소소한 움직임들이 여러 차례 성연에게 포착되었다.이처럼 무진의 훔쳐보기가 반복되자, 성연은 그야말로 무진의 시선에서 갇혀 꼼짝 못할 지경이었다.성연이 좋은 말로 물었다.“무진 씨, 서류 다 봤어요? 내 얼굴은 왜 자꾸 봐요? 내 얼굴이 당신 서류예요?”무진이 에두르지 않고 말했다. “네가 예뻐서.”무진이 날린 직구는 약간의 모호함도 담고 있지 않았다.무진의 말을 듣는 순간, 성연의 마음도 따라서 떨렸다.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지도 모를 뺨을 가렸다.“나 그만 봐요! 서류 봐요, 서류!”자신의 말투가 무척 사나웠다고 생각하는 성연이지만, 무진의 눈에는 마치 연분홍 발바닥을 내민 아기 고양이처럼 괴롭히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무진이 성연의 몸에 시선을 던진 후, 꽤 유감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네가 좀 더 자랐으면 좋겠다.”무진이 말하는 어조를 들은 성연은 아무래도 좀 이상함 느낌이 들었다.“내가 자라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데요?”“너는 아직 어려서 몰라.” 무진은 성연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알고 싶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성연은 무진이 이렇게 나이든 듯한 말투로 자신을 대하는 게 너무 싫었다.성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를 어린애 취급하지 않으면 안되겠어요?”한숨을 내쉬던 무진이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성연 앞으로 걸어갔다.몸을 굽혀 두 팔을 내밀어 그 사이에 성연을 가둔 채 나지막이 말했다.“너 진짜
성연이 무진을 밀어내며 두 사람의 사이가 순식간에 벌어졌다.그러자 무진은 오늘은 이만 되었다고 느낀 무진이 이 참에 손을 놓아주었다.서재로 들어서든 비서 손건호는 눈앞의 분위기가 어째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러나 더 이상 생각할 틈도 없이 보스 무진의 물음이 곧장 들렸다.“무슨 새로운 진전이라도 있어?”손건호는 성연의 존재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로 대답했다.“그 경비원은 사람을 치매 상태로 만드는 약물에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복용하여 사람을 치매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경비원을 치료해야 확실한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원래 처음에는 성연을 외부인이라고 생각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손건호와 무진 두 사람만 서재에 들어가 상의했다.하지만 그후, 무진은 무슨 일을 의논하든 성연을 꺼릴 필요가 없다고 지시하였다. 그래서 손건호는 성연이 있는 자리에서도 늘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말했다.무진이 이렇듯 성연을 신뢰하는데, 수하 비서인 손건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손건호의 말을 들은 성연은 조금 전에 무진과의 해프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어쨌든, 일이 중요한 것이다.성연의 추측에 따르면, 강상철과 강상규는 예전 안금여에게 먹였던 종류의 약물을 경비원에게 먹인 게 틀림없었다.성연은 무심코 단서를 던진 척 가장하며 말했다.“이 증상, 어째서 예전 할머니의 증상과 비슷하지?”성연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무진은 바로 깨달았다.만약 성연이 말하지 않았다면, 무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예전에 안금여가 치매를 앓게 되었던 과정을 돌이켜보던 무진은 경비원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무진은 연구소에 가서 고 선생을 찾아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선생은 연수호 어르신 같은 난치성 질병도 치료했으니, 경비원의 증상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그리고 당시 고 선생이 자신을 검사할 때에 완벽한 시스템의 연구소도 가지고 있었다.그러면 더 편리할 테지.어두움 속에서 무진은 고 선생이 경비원
이씨 가문의 저택. 이상효는 지사의 최근 회계 장부를 모두 소지연에게 넘겨주었다.“전부 다 유럽 업무의 명세서인데, 문제가 있는지 좀 살펴 볼래?” 이상효는 유럽 수출에 대해서 전혀 경험이 없었다. 단지 연계진이 자신을 끌어들였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올 거라고만 생각했다.이상효를 돕기로 선택한 이상 소지연은 당연히 책임을 다해야 했다.임신한 뒤 소지연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벗어날 수 없는 이상 순종할 수밖에 없어. 노예가 된 기분이지만 때리고 걷어차면서 비웃고 모욕하는 것보다는 나아.’옆에서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상효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 생각이 가득했다. ‘적어도 수백만 달러는 벌 수 있을 거야.’‘게다가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말이야!’‘연계진과 함께 하기로 한 건 역시 잘한 일이야. 비록 연계진이 강무진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결국 패배하게 되더라도 나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어.’‘지금은 돈만 있으면 다 돼!’한 시간 정도 지나자 소지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서 심각해졌다.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면서 회계 장부를 하나씩 반복해서 검사했다.“아니야, 어떻게 계산해도 금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뭘 중얼거리는 거야? 장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바로 말해. 중얼거리지 말고!”참지 못한 이상효가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고개를 돌린 소지연이 이상효를 쳐다보며 물었다.“화물 명세서가 더 많아요. 혹시 상대방이 아직 계산해 주지 않는 품목이 있어요?”“다 줬어. 유럽에 있는 연계진의 투자회사하고 우리가 직접 거래한 건데 아직도 정산하지 않은 게 있어? 연계진도 이 품목들을 우선 결제하겠다고 말했어.” 이상효가 소리를 질렀다.“그럼 이상한데요! 우리는 모두 10척의 화물선으로 화물 4천여 톤을 보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3천여 톤만 계산했어요. 나머지는요? 결산 리스트가 없다는 건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거든요. 빨리 전화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세요!”소지연이 진지하게 알려줬지만 이상효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성연과 함께 WS그룹 산하 병원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한 번 진찰을 받았다.의사는 입덧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니, 성연이 먹어도 올리지 않는 음식만 찾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또 입덧을 완화하는 약도 처방해 주었다.“최신 약인데 부작용도 거의 없어요. 이 약을 먹으면 입덧은 확실히 많이 좋아질 겁니다.”의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처럼 무진에게 거듭 당부했다. “남편께서 반드시 임산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고, 임산부의 정서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임산부는 때로는 예민하고 연약해지기도 하는데,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반드시 주의해야 할 현상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시겠지요?”의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무진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또 임산부를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방법을 담은 책도 주었다.무진은 한껏 들뜬 기분으로 성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의사가 준 책을 열심히 읽었다.그래서 손건호가 상황을 보고하러 왔을 때도 떠들지 말라고 손짓했다.“보스, 정말 아주 중요한 상황입니다!”“잠깐만 기다려. 우선 이 주의사항을 다 봐야 해. 세상의 어떤 일이라도 아내의 임신보다 중요하지는 않아!”무진이 불만스럽게 말하면서 손사래를 쳤다.잠시 멍하니 있던 손건호가 곧 크게 기뻐했다.“축하합니다, 보스. 사모님께서 마침내 임신하셨군요!”손건호는 씩 웃으면서 얌전하게 무진이 책자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커피를 한 모금 마신 무진이 비로소 천천히 물었다.“뭔가 알아냈어?”“보스, 안진검 기억하시죠? 최근 무심결에 한 가지가 떠올라서 계속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안진검이 연계진과 진교철의 투자회사가 전에 MS 가문과 합작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해결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중에서 MS 가문의 실력이라면 진교철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에 의문이
연계진의 파티가 끝나고 이틀 뒤.이른 아침부터 속이 한바탕 뒤집어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에 성연은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성연아, 왜 그래? 속이 불편해?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바로 병원에 가 보자!” 재빨리 성연의 뒤로 가서 등을 토닥여 주던 무진이 초조하게 연거푸 물었다.한동안 헛구역질을 하던 성연이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임신확인서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어리둥절해진 무진은 좋지 않은 생각을 떠올렸다. ‘성연이가 무슨 심각한 병을 숨긴 건 아니겠지?’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황급히 성연이 건넨 종이를 살펴보았다.결국 쌍둥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한참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갑자기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하하하... 임신이야? 쌍둥이라니? 성연아, 정말 대단해!”흥분과 기쁨에 바로 성연을 안고는 몇 바퀴나 돌면서 침실로 돌아왔다.“임신이야!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평소 차분하던 무진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즐거워했다.“어지러우니까 돌지 말고 내려줘요. 또 토하고 싶어요.”성연이 재빨리 멈추라고 소리쳤다. 무진이 자신을 안고 계속 빙빙 돈다면 입덧만 더 심해질 것이기에.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자, 무진이 서둘러 성연을 내려놓았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두 눈을 빛내면서 성연을 바라보았다.“정말 잘됐어, 여보! 정말 대단해! 쌍둥이라니...”무진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남편의 눈빛에 가득 담긴 사랑을 느끼자 성연의 마음에도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하지만 입덧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남편과 정답게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황급히 다시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욱- 욱-”이어지는 구역질 소리.무진이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 얼굴을 보고도 또 토하고 싶은 거야?”그 말을 듣자 성연은 입덧을 하는 와중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입덧이 좀 잦아들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삐진 아이 같은 표정의 남편을 바라보았다.“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