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안금여는 가족들에게 그 날 회의실에서의 일을 말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안금여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강상철, 강상규 저 놈들은 진짜 자신들의 야욕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아는 모양이야. 이번이 이미 두 번째야. 저들이 이 일을 꺼낸 게.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미쳤어.”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안금여를 본 성연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옆에 앉아서 안금여의 기 순환이 잘 되도록 계속해서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할머니, 저 사람들 때문에 화내지 마세요. 저런 사람들은 화낼 가치도 없어요.”평소 온화한 성격의 안금여가 이렇게 화를 내도록 할 정도라면, 강상철, 강상규도 참 대단하다.무진도 옆에서 할머니 안금여를 위로했다.“할머니, 저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세요. 어떻게든 저들이 꼭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님은 평소대로 회사를 관리하시면 됩니다.”안금여 역시 당연히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참아지지가 않았다. 강상철, 강상규는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미웠다.“너는 저들의 낯짝을 못 봐서 그래. 정말 꼴도 보기 싫다. 이제 말하기도 싫다.” 강상철, 강상규 두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안금여.“네, 할머니. 집에 돌아오셨으니, 우리 기분을 생각해서라도 그 사람들 얘기는 하지 말아요.” 성연은 낮은 목소리로 옆에서 위로했다.안금여는 그제야 성연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성연의 말이 맞아. 이제 그 두 사람 얘기는 하지 않으마. 이따가 밥 먹다 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성연이 안금여의 등을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혈도를 정확하게 찾아 두드려 주면 기 순환이 좋아져 안금여의 마음도 그렇게 우울해지지 않을 것이다.감정을 가라앉힌 안금여가 가방에서 입구가 잘 봉해진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었다.“오늘 누가 나에게 우편물을 하나 보냈어. 무진아, 네가 좀 보렴.”무진이 받아서 살펴보니, 뜻밖에도 강일헌의 스위스 계좌 이체 영수증이었다.
안금여가 죽자사자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본 강상철, 강상규는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또 안금여의 얼굴을 봐도 그다지 상심한 모습이 아닌 듯했다.두 사람은 그것에 대해 서로 의논했다.강상철이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상규야, 네가 보기엔 어때? 강무진이 정말 죽었을까? 아니면 큰 집에서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제가 보기에, 형수님 모습이 좀 마음에 걸립니다. 만약 무진이 이번에도 안 죽었다면, 정말 명이 긴 놈입니다.” 강상규가 이를 악문 채 사나운 눈빛으로 말했다.안금여가 운이 좋은 게 아니라면, 그 늙은이가 자신들에게 그리 빈정거리는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안금여의 말투를 생각하던 강상규는 불쑥 화가 치밀었다.“강무진이 명이 길든 어쨌든, 이 일을 우리는 그냥 두고 봐서는 안돼.” 무진이 다시 돌아온다면 자신들에게 좋은 않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건 자명했다.강무진 쪽에서는 차량에 손을 댄 것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았으면, 안금여가 자신들에게 그렇게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을 터.“강무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람을 보내 찾아볼게요.”강상규가 말했다.“만약 강무진을 찾게 되면, 목숨까지 취할 필요 없어. 팔다리만 좀 손봐도 돼. 계속 장애자로 살면서, 우리가 어떻게 한 걸음 한 걸음 WS그룹을 손에 넣는지 지켜보게 해!”강상철의 눈에 한 줄기 매서운 빛이 번쩍하고 지나갔다.사람을 괴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이는 것이 아니다.만약 바로 강무진을 죽여 버린다면, 그건 너무 너그러이 봐주는 것이다.살아서 두 눈 뜬 채 아끼던 것을 빼앗기는 게 가장 고통스러울 터.어차피 강무진은 불구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그때, 그는 강무진에게 그동안 자신들이 받았던 굴욕을 하나 남김없이 모두 돌려줄 것이다.“형님, 알았습니다. 다만, 강무진이 우리 소행인 줄 알았다면 벌써 숨었을 게 분명한데, 쉽게 찾기는 어렵겠네요.” 강상규가 턱을 쓸며 말했다.강무진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진은 요 며칠 별장에 머물렀다.성연은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무진의 곁을 지켰다.이번 일 때문에 무진이 많이 나약해졌는지 요즘 유난히 옆에 딱 붙어 보챘다.숙제를 좀 하려고 해도, 무진은 한사코 성연과 같은 공간에 있으려고 했다.무진과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이 결코 싫지 않았기에, 성연은 무진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무진은 서류를 보면서도 수시로 고개를 들어 성연을 쳐다보았다.성연의 생각은 근거 없는 단순한 짐작이 아니었다.무진의 소소한 움직임들이 여러 차례 성연에게 포착되었다.이처럼 무진의 훔쳐보기가 반복되자, 성연은 그야말로 무진의 시선에서 갇혀 꼼짝 못할 지경이었다.성연이 좋은 말로 물었다.“무진 씨, 서류 다 봤어요? 내 얼굴은 왜 자꾸 봐요? 내 얼굴이 당신 서류예요?”무진이 에두르지 않고 말했다. “네가 예뻐서.”무진이 날린 직구는 약간의 모호함도 담고 있지 않았다.무진의 말을 듣는 순간, 성연의 마음도 따라서 떨렸다.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지도 모를 뺨을 가렸다.“나 그만 봐요! 서류 봐요, 서류!”자신의 말투가 무척 사나웠다고 생각하는 성연이지만, 무진의 눈에는 마치 연분홍 발바닥을 내민 아기 고양이처럼 괴롭히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무진이 성연의 몸에 시선을 던진 후, 꽤 유감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네가 좀 더 자랐으면 좋겠다.”무진이 말하는 어조를 들은 성연은 아무래도 좀 이상함 느낌이 들었다.“내가 자라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데요?”“너는 아직 어려서 몰라.” 무진은 성연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알고 싶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성연은 무진이 이렇게 나이든 듯한 말투로 자신을 대하는 게 너무 싫었다.성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를 어린애 취급하지 않으면 안되겠어요?”한숨을 내쉬던 무진이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성연 앞으로 걸어갔다.몸을 굽혀 두 팔을 내밀어 그 사이에 성연을 가둔 채 나지막이 말했다.“너 진짜
성연이 무진을 밀어내며 두 사람의 사이가 순식간에 벌어졌다.그러자 무진은 오늘은 이만 되었다고 느낀 무진이 이 참에 손을 놓아주었다.서재로 들어서든 비서 손건호는 눈앞의 분위기가 어째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러나 더 이상 생각할 틈도 없이 보스 무진의 물음이 곧장 들렸다.“무슨 새로운 진전이라도 있어?”손건호는 성연의 존재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로 대답했다.“그 경비원은 사람을 치매 상태로 만드는 약물에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복용하여 사람을 치매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경비원을 치료해야 확실한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원래 처음에는 성연을 외부인이라고 생각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손건호와 무진 두 사람만 서재에 들어가 상의했다.하지만 그후, 무진은 무슨 일을 의논하든 성연을 꺼릴 필요가 없다고 지시하였다. 그래서 손건호는 성연이 있는 자리에서도 늘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말했다.무진이 이렇듯 성연을 신뢰하는데, 수하 비서인 손건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손건호의 말을 들은 성연은 조금 전에 무진과의 해프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어쨌든, 일이 중요한 것이다.성연의 추측에 따르면, 강상철과 강상규는 예전 안금여에게 먹였던 종류의 약물을 경비원에게 먹인 게 틀림없었다.성연은 무심코 단서를 던진 척 가장하며 말했다.“이 증상, 어째서 예전 할머니의 증상과 비슷하지?”성연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무진은 바로 깨달았다.만약 성연이 말하지 않았다면, 무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예전에 안금여가 치매를 앓게 되었던 과정을 돌이켜보던 무진은 경비원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무진은 연구소에 가서 고 선생을 찾아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선생은 연수호 어르신 같은 난치성 질병도 치료했으니, 경비원의 증상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그리고 당시 고 선생이 자신을 검사할 때에 완벽한 시스템의 연구소도 가지고 있었다.그러면 더 편리할 테지.어두움 속에서 무진은 고 선생이 경비원
다음 날, 무진은 직접 시간을 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고 선생이 있는 연구소를 방문했다.지난번에 고 선생이 데리고 왔을 때에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그러나 이번에 방문해서는 고 선생을 만나지 못하고, 대신 연구소 책임자를 만났다.“고 선생님 말이죠? 아, 정말 공교롭게도 평소 여기 잘 안 계세요. 가끔 오십니다.”책임자가 무진에게 고 선생에 대해 말해 주었다.무진도 최대한 정중한 태도를 취하며 책임자에게 말했다.“제 얘기를 꼭 고 선생님에게 전해주십시오. 제가 정말 중요한 일로 고 선생님을 찾고 있다고요.”아수라문의 수하이기도 한 책임자는 성연이 의술에도 조예가 깊음을 잘 알고 있었다.성연에게 치료를 부탁하러 오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성연은 종래로 자신의 사부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아는 사람에게는 인정을, 모르는 사람에게서는 심정을 보았다.그러나 그는 성연이 직접 무진을 이곳에 데려왔던 것을 기억했다.성연에게 있어서 눈앞의 이 남자의 의미는 다른 이들과 아마 많이 다를 것이다.그래서 책임자는 무진에 대해 시종 아주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제가 대신 전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연구소를 떠났다.고 선생을 만나지 못해서 실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않았다.‘고 선생이 일부러 날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야. 그저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지.’‘그러니 이곳을 몇 차례 더 방문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되겠지.’무진이 떠난 후에 연구소의 책임자는 즉시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알렸다.연구소 책임자의 말에 충격을 받았던 성연은 이어서 멍해졌다.어제 무진이 하는 말을 무천 신비하게 들었다.정말 무진이 무슨 대단한 의사를 알게 된 줄 알았다.‘그런데 그 대단한 의사가 결국 나라고?’하긴,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치료하지 못한 병을 치료했다. 연수호 어르신의 다리, 강무진의 몸에 난 상처, 게다가 자신에게는 또 연구소도 있었다. 무진으로서는 확실히 최적의 인선이라 할 수 있었다.이
그날 저녁, 수업이 끝난 후에 성연은 서한기의 아파트에 갔다. 그리고 성숙한 느낌의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 절반을 가리는 검은 뿔테 안경도 썼다.분장이 끝난 후에 성연은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연락했다.무진도 얼버무리지 않은 채 성연과 직접 만나 이 일에 대해 상세히 논의하기로 했다.전화로는 잠시라도 제대로 말하기가 힘들었다.무진이 무척 신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연이 미리 분장을 한 것이다.그리고 딱 마침맞게 나가서 무진을 만났다.무진이 성연과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좋은 카페였다.또 까페 분위기도 아늑하고 예뻤다.카페 인테리어를 잠시 몰래 감상하던 성연은 무진이 꽤나 품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난다면 대화도 훨씬 즐거워질 테지.’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성연은 무진이 말한 룸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룸에 들어서니, 무진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이 신사의 매너로 성연을 위해 의자를 밀어주었다.“고 선생님, 앉으시지요.”“고맙습니다.” 성연이 목소리를 낮추어 감사를 표했다.곧이어 무진이 다시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고 선생님, 뭐 드실 지 한 번 보시죠. 마시면서 말하도록 하지요.”성연은 내키는 대로 주스 한 잔을 시켰다.그다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평소와는 정반대로 집에서 마셔본 적 없는 음료를 골랐다.무진은 커피를 고른 후에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음료를 주문했다.두 사람이 주문한 주스와 커피가 바로 나왔다.무진은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고 이번에 성연을 찾은 이유를 바로 설명했다.무진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고 선생님, 이 일은 고 선생님만이 저를 도울 수 있습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성연은 괜히 자신이 드러날까 봐 돕겠다는 말을 바로 하지 않았다.밖에서의 성연은 괴짜 같고 도도한 사부님의 성질을 그대로 이은 모습이었다.미스 고에게 강무진은 낯선 사람일 뿐인 것이다.두 사람이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친밀한 관계는 아
모든 약물의 성분이 보고서 안에 들어있다.사람이 비교적 특수한데다, 또 성연이 다른 사람을 쉽게 자신의 연구실에 들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손에 쥔 보고서로 인해 많은 일을 덜 수 있었다.성연을 만나러 오는 길에 손건호가 이미 정리해 준 자료들을 무진이 바로 성연에게 보여주었다.WS 그룹 산하의 개인 병원에서 검사한 것이다.검사한 데이터도 아주 정확했다.무진이 자료들을 건네자 성연이 바로 눈을 내려 살펴보기 시작했다.먼저 위의 성분표를 봤다.지난번에 강상철, 강상규가 안금여에게 투입한 것과 비슷한 약물이 맞다는 것을 알아냈다.하지만 경비원이 맞은 약물이 그 보다 훨씬 복잡했다.성연이 말했다.“사람이 정말 악독하네요. 죽일려고 작정을 했군요. 이 사람을 평생 회복할 수 없게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놓을 정도네요.”생각해 보면, 강상철과 강상규의 수법에 따르는 것이 어쩌면 정상적일지도 모르겠다.가족을 대할 때도 그런 악랄한 수단을 썼는데, 하물며 일개 경비원은 말해 무엇하랴?저들은 경비원을 이용하면서, 경비원을 전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아마도 그들은 수천만 원을 경비원에게 주면서 엄청난 은혜를 베푼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성연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그러나 강상철, 강상규 같이 짐승만도 못한 이들은 처음이었다.이런 사람은 죽은 후에 18층 지옥에 떨어져도 전혀 안타깝지 않다.성연의 안색이 좀 굳어진 것을 보며 무진이 물었다.“고 선생님, 해독할 수 있겠습니까?”무진은 사실 자신이 없었다.만약 눈앞의 고 선생이 안 된다고 하면, 해외에서 가능한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지만 일주일은 걸려야 해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기다릴 수 있습니다. 만약 고 선생님이 좀 더 빨리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결국 성연은 무진에게서 돈을 받고 일을 맡기로 했다.무진 쪽의 상황이 좀 다급해서 빨리 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이다.그래서 성연이 고개를 끄
그 다음 일주일 동안 성연은 무척 바빠졌다.비록 무진 앞에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약물이었다.그래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성연은 이 약의 처방전을 가지고 연구소에서 실험하며 조제하는 수밖에 없었다.연구를 진행하며 성연은 이 약을 만든 사람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한다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이런 잘못된 곳에다 자신의 재능을 소비한 것이다.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는지.성연은 이를 갈며 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연구소의 사람들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성연이 가끔 생각이 막힐 때면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그래서 연구원들을 모두 함께 참여시킨 것이다.그러나 해독제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게다가 성연은 아직 학교에도 나가야 하니, 시간은 더욱 단축되었다.그러나 학교를 빠질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무진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만약 휴가계를 낸다면, 그녀는 분명 강씨 집안에서 지내야만 한다.그러면 움직이기가 더 불편해질 것이다.그래서 성연은 방과 후에 실험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학교가 파할 때마다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가 그녀를 데리러 오는 바람에, 시간을 내기가 더욱 힘들었다.이 해독제 연구는 끊임없이 시도하며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소용없는 것이다.2, 3일을 버티던 성연은 결국 버티기 힘들어졌다.지금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성연의 눈은 짙은 피로감에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었다.그런 성연의 모습에 무진이 물었다.“요즘 많이 힘들어? 아니면 몸이 안 좋은 거야?”이전에 가끔 학교가 파하면 성연은 소파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요즘 성연은 집에 돌아오면 바로 곯아떨어지기 바쁘다.세상 사람들에게는 무진이 아직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별장에서 가끔 업무 관련 서류들을 처리했다.그런 무진의 눈에 성연의 상태가 더욱 똑똑히 관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