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일주일 동안 성연은 무척 바빠졌다.비록 무진 앞에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약물이었다.그래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성연은 이 약의 처방전을 가지고 연구소에서 실험하며 조제하는 수밖에 없었다.연구를 진행하며 성연은 이 약을 만든 사람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한다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이런 잘못된 곳에다 자신의 재능을 소비한 것이다.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는지.성연은 이를 갈며 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연구소의 사람들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성연이 가끔 생각이 막힐 때면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그래서 연구원들을 모두 함께 참여시킨 것이다.그러나 해독제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게다가 성연은 아직 학교에도 나가야 하니, 시간은 더욱 단축되었다.그러나 학교를 빠질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무진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만약 휴가계를 낸다면, 그녀는 분명 강씨 집안에서 지내야만 한다.그러면 움직이기가 더 불편해질 것이다.그래서 성연은 방과 후에 실험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학교가 파할 때마다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가 그녀를 데리러 오는 바람에, 시간을 내기가 더욱 힘들었다.이 해독제 연구는 끊임없이 시도하며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소용없는 것이다.2, 3일을 버티던 성연은 결국 버티기 힘들어졌다.지금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성연의 눈은 짙은 피로감에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었다.그런 성연의 모습에 무진이 물었다.“요즘 많이 힘들어? 아니면 몸이 안 좋은 거야?”이전에 가끔 학교가 파하면 성연은 소파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요즘 성연은 집에 돌아오면 바로 곯아떨어지기 바쁘다.세상 사람들에게는 무진이 아직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별장에서 가끔 업무 관련 서류들을 처리했다.그런 무진의 눈에 성연의 상태가 더욱 똑똑히 관찰되었다.
그러나 며칠을 고생하던 성연은 깨달았다.이 약을 제조한 사람은 정말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무척이나 복잡한 약물 분석과 아주 까다로운 해독제 배합이 성연을 괴롭혔다.그녀뿐만 아니라 연구소의 모든 연구원들이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성연은 의술 연구에 있어서 이미 연구실에서 가장 실력이 높았다.그런 성연이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순식간에 연구소는 근심이 가득했고, 성연의 얼굴에서 예전에는 없던 침중한 표정이 보였다.보아하니 정말 까다로운 약물인 것 같다.몇몇 연구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연구원 몇 명이 성연의 연구실 입구에 서서 밀치락달치락했다.“보스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처음 봤어요. 예전에는 보스를 난처하게 할만한 일이 전혀 없었는데.”“아이고, 도대체 누가 이런 어려운 문제를 낸 거야? 지금 내 머릿속에 전문 용어 몇 개만 맴돌고 있어, 머리가 터질 것 같아.”“누가 아직이야? 지금 보스가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텐데…….”연구실 밖에서 모두 한숨만 내쉬었다.그들은 자신들의 음성이 크다는 생각을 못했다.또 성연의 청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생각지 못했다.특히 그들은 성연이 깊은 사고에 빠져 있을 때 떠들어댔다.성연은 안 듣고 싶어도 귀에 다 들어와서 힘들었다.그래서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난 성연이 문 입구로 가서 문을 열었다.“무슨 얘기들을 하는 거야? 그렇게 즐거워?” 성연이 담담한 톤으로 말했다. 요 며칠 해독제 처방이 생각나지 않아 안색이 정말 좋지 않았다.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워 보였다.성연이 연구실에서 나온 것을 본 연구원들이 바로 한 덩어리처럼 붙어 서서 더듬더듬 말했다.“보스…….”그들의 동작을 본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이야기를 하려고?”만약 자기 밑에 있는 이 연구원들을 잘 알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들이 모두 자신에 대해서 떳떳하지 못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마지막으로, 한
성연은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이전에는 왜 이런 좋은 방법을 떠오르지 않았지 생각했다.만약 자신이 안 된다면 신의라고 불리는 자신의 사부님이 또 있지 않겠는가?평소에는 바쁘신 사부님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성연은 문건을 정리했다. 어떤 것은 무진이 그녀에게 준 원본이고, 어떤 것은 그들 연구실에서 분석한 데이터이다.그녀는 이 문건들을 사부 고학중에게 보냈다.요즘 사부님이 좀 한가하신 지, 그녀의 메시지를 받은 후에 바로 답장을 하셨다.OK 제스처의 이모티콘도 보내어 받았음을 알렸다.성연은 사부님이 온라인 상에 있음을 확인하고 많이 안심했다.그러나 동시에 사부님도 풀지 못할까 좀 겁이 나기도 했다.그렇다면, 이 세상에 이 약물의 해독제를 조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된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무진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계속 핸드폰을 옆에 끼고 사부님의 소식을 기다렸다.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고학중이 직접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성연은 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고학중이 물었다.“성연아, 너는 이 약의 성분 분석표를 어디에서 가져온 거니?”“제 것이 아니라, 제 친구에게 작은 문제가 생겼어요.”결혼은 자신의 귀착점이 아니라고 고학중이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린 성연은 차마 강무진이라고 말하지 못했다.만약 고학중이 강무진의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안 도우려 할지도 몰랐다.성연의 약간 긴장된 음성을 들은 고학중이 가볍게 웃었다.“네가 크더니 자기 의견도 생기고. 나는 너를 간섭하지 않을 것이야. 어떻게 겨우 1년 만에 이 사부와 이렇게 서먹서먹해진 거야?”사부님은 평소 성연을 딸처럼 대해 주셨다.그래서 성연은 아직 마음속으로 작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자신이 강무진 때문에 사부님께 거짓말을 하다니.“사부님…….”성연이 목소리를 길게 빼면서 사부님께 애교를 부렸다.그렇게 대충 넘어갈 생각이었다.
고학중이 약물의 원래 처방전을 보낸 후, 전화를 끊은 성연은 쉬지 않고 해독제를 조제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요 며칠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며 이미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무진에게 말한 기한까지는 아직 좀 남았지만 말이다.아직 약을 조제하지 않은 상태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여태껏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사부님은 할 수 있다고 하면 반드시 할 수 있는 것이다.이 세상에서 사부님만은 절대 자신을 해치지 않을 터였다.해독제의 처방을 구했으니 약을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게 훨씬 간단해졌다.그러나 성연은 혼자 바쁘게 움직였다. 짧은 시간에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시간이 되면 성연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고,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가 데리러 왔다.하지만 이 잠깐의 시간 동안 성연은 해독제 제조를 절반 정도 해내며 성과를 거두었다.연구실 문을 닫은 성연은 학교 근처로 가서 집안의 운전기사를 기다렸다.그녀가 계산한 시간은 정확했다. 도착하고 몇 분 뒤에 바로 기사가 도착했다.성연은 바로 차에 올라탄 후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해독제를 연구 제작하는 것은 정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성연은 매우 피곤하다.지금 시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그냥 자고 싶었다.집으로 가는 동안 잠깐의 쉰 덕분에 저택에 도착한 성연은 정신이 많이 맑아졌다.요 며칠,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엠파이어 하우스에 살지 않고 무진의 또 다른 별장에서 지냈다.엠파이어 하우스보다는 조금 작지만 그래도 환경도 아주 뛰어났다.성연은 사는 곳에 대해 까다롭지 않았다. ‘그저 지낼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뭐.’무진과 함께 있으면 그녀는 항상 마음이 편안해졌다.성연이 집에 도착했을 때, 무진은 거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성연이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갔다.“시간이 언제인데, 아직도 서류를 보는 거예요? 자신의 몸이 얼마나 나쁜지 아직 몰라요다?”무진이 고개를 들어 성연을 한 번 본 뒤에 순종적인 자세로 서류를 덮
성연은 겨우 하루 반 걸려 해독제 제조를 끝냈다.하지만 그녀도 일주일 후에야 무진과 연락이 닿았다.역시 변장을 한 후에 무진과 만나기로 약속했다.성연은 무진과 만날 때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옷을 입었다.다행히 겨울이기도 해서, 터틀넥 스웨터에 장갑을 껴서 원래 모습과 관련된 어떤 특징도 드러내지 않았다.어쨌든 무진과 아침저녁으로 오랫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그녀는 여전히 무진이 알아차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해독제를 챙긴 성연은 처음 만났던 그 카페에 가서 무진을 기다렸다.무진이 곧 도착했다.성연은 나무상자에 담긴 알약을 무진에게 건넸다.“강 대표님, 당신이 원하던 물건이 바로 안에 있습니다. 이 알약은 많은 진귀한 약재가 사용되었으니, 조금씩 사용하는 거 잊지 마세요. 다 없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며칠 더 기다려야 해요.”무진은 정중하게 약 상자를 받은 후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고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약을 잘 받았습니다. 이번 일은 정말 당신을 귀찮게 했습니다.”“천만에요. 돈을 받고 해주는 일인데, 당연한 거죠.” 성연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약은 내가 이미 줬어요. 나중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직접 연락해도 돼요. 별일 없으면 갈게요.”그녀는 막 걸어서 가려고 하는 순간,무진이 불러 세웠다.“고 선생님, 이 일을 도와주셨으니 제가 식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성연은 무진의 부탁을 바로 완곡하게 거절했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제가 잠시 일이 있어서 당신과 함께 식사할 수 없을 것 같네요.”그녀는 무진의에 곁에 오래 있으면 노출될까 봐 걱정했다.고 선생이라는 신분으로 무진과 너무 많이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무진이 정말 뭐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땐 정말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었다.그리고 직접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 했다.만약 정말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난감하기 그지없는 장면이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그리고 성연은 떠나기 전에 자신의 외부 신분에 관해 어떤 것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드러나
성연이 이미 여러 차례 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진은 끈질기게 초대했다.성연이 그와 밥을 먹지 않는 한 그만두지 않을 태세다.성연은 마음속으로 다른 여자에게 밥 사주는데 왜 이리 열심인 건지 욕을 퍼부었다. 성연은 좀 불쾌했다. 물론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은 채.무진의 이런 행동은 마치 마음속에 박힌 가시처럼 그녀를 불편하게 하지만 그 느낌이 그리 분명하지는 않았다.무진은 성연의 가라앉은 기분을 느꼈지만 모르는 체했다.무진이 계속 말했다.“고 선생님, 이 옆에 마침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맛도 괜찮더군요. 가서 먹어 보시죠.”무진은 아주 저자세라고 말할 정도로 태도를 낮추었다.성연을 제외하고는 누구 앞에서도 이런 말투로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성연은 마음속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고 선생이 무진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무진은 고 선생을 유난히 특별하게 대했다.성연은 그가 재삼 설득하는 것을 보고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성연은 무진과 함께 식당으로 걸어갔다.손건호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식당 룸에 도착하면 손건호는 밖에 있고 무진과 성연은 안에 있다.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성연은 갑자기 말했다.“대표님 비서도 함께 식사하도록 하지요. 어차피 수저 한 쌍 더 놓는 것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성연은 만약 손건호도 함께 한다면 무진의 주의력이 내내 자신에게만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면 드러날 확률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성연은 이런 제안을 했다.누가 알았겠는가, 말을 듣던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한순간에 그의 얼굴색이 다시 평소처럼 회복되며 담담하게 말했다.“손 비서는 나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불편하게 생각할 테니, 고 선생님은 그를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차분한 표정의 무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무진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성연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기분이 좋지 않은
무진은 평소에 담백한 음식들 위주로 먹는데 방금 그가 주문한 음식들은 모두 자극적이었다.무진과 같은 사람들은 건강에 주의하기 때문에 성연은 좀 의심스러웠다.동시에 그녀는 무진이 자신을 떠보기 위해 주문한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그래서 마음이 조마조마한 성연이 물었던 것이다.만약 그녀가 무진을 의심하게 하지 않았다면, 기껏해야 마음대로 이야기를 나눴을 뿐, 무진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말을 듣던 무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미안합니다. 무의식 중에 내 약혼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시켰네요. 만약 고 선생님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시 주문하겠습니다.”성연의 마음속에 기쁨이라는 감정이 마구 솟아올랐다.그러나 무진이 눈앞에 있는 관계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성연은 차분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먹을 수 있습니다. 번거롭게 바꾸시지 않아도 됩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주문을 다한 것을 보고는 메뉴판을 덮고 종업원에게 건넸다.성연은 턱을 괴고 테이블 위에 새겨진 꽃무늬를 무료하게 바라보았다.지금 그녀는 무진과 함께 한 공간에 있었다.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분위기가 좀 경직되었다.말이 많아지면 실수도 많아진다는 원리에 따라 성연은 자연히 입을 열지 생각이다.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평소에 마음이 초조하거나 심심하거나 긴장하면 작은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성연이다.게임의 세계에 몰입하면 모든 고민을 잠시 잊을 수 있다.그녀는 스테이지를 통과할 때의 스릴을 즐겼고, 난이도 높은 게임을 하며 자신의 정복욕을 자극했다.성연은 머리를 파묻은 채 게임에 몰두했다.무진은 맞은편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특히 게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무진의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졌다.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무진의 시선이 흔적 없이 성연의 몸으로 향했다.뜨거운 무진의 눈빛을 성연이 눈치 채지 않을 수
중도에 무진은 화장실에 갔다가 전화를 걸어 성연이 집에 있는지 물었다.그러자 집사가 대답했다. “도련님, 잊으셨습니까? 사모님은 아직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고 계십니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늦었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까?”집사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고 말했다.“아직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평소에 운전기사가 2시간 늦게 모시러 갑니다.”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그의 마음속에 황당한 생각이 하나 들어왔다.고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성연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또 감히 확신하지 못했다.성연을 쉽게 떠볼 수도 없고.만약 자신에게 들킨 성연이 자신을 떠날까 봐 겁이 났다.그는 성연에게 많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캐보지 않았다.성연이 떠날까 걱정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그러니 차라리 모른 척하는 게 낫다.무진이 눈앞의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단지 방금 고 선생과 함께 있으면서 점점 더 그녀가 성연같이 느껴졌다.마음이 좀 어수선하다.똑똑똑-화장실 문에서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무진은 모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큰 소리로 말했다.“들어와.”무진의 대답을 들은 손건호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리고 무진 앞에 공손히 서서 불렀다.“보스.”무진이 눈을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손건호는 바로 말했다.“경비원이 고 선생님이 준 해독제를 먹고 벌써 회복되습니다.”무진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는데, 뜻밖에도 그렇게 빨리 회복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명의의 제자는 명불허전이다.무진이 물었다.“경비원이 뭐래?”손건호가 말했다.“경비원이 말하길, 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다. 뜻밖에도 감히 당신에게 손을 대다니요. 보스, 지금 이미 유용한 소식을 들었으니 그가 약간의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경비원의 역할이 아직 크긴 하지만.그러나 무진에게 닥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