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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제가 드릴 수만 있다면요

그날 저녁, 수업이 끝난 후에 성연은 서한기의 아파트에 갔다. 그리고 성숙한 느낌의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 절반을 가리는 검은 뿔테 안경도 썼다.

분장이 끝난 후에 성연은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연락했다.

무진도 얼버무리지 않은 채 성연과 직접 만나 이 일에 대해 상세히 논의하기로 했다.

전화로는 잠시라도 제대로 말하기가 힘들었다.

무진이 무척 신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연이 미리 분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딱 마침맞게 나가서 무진을 만났다.

무진이 성연과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좋은 카페였다.

또 까페 분위기도 아늑하고 예뻤다.

카페 인테리어를 잠시 몰래 감상하던 성연은 무진이 꽤나 품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난다면 대화도 훨씬 즐거워질 테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성연은 무진이 말한 룸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룸에 들어서니, 무진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진이 신사의 매너로 성연을 위해 의자를 밀어주었다.

“고 선생님, 앉으시지요.”

“고맙습니다.”

성연이 목소리를 낮추어 감사를 표했다.

곧이어 무진이 다시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

“고 선생님, 뭐 드실 지 한 번 보시죠. 마시면서 말하도록 하지요.”

성연은 내키는 대로 주스 한 잔을 시켰다.

그다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평소와는 정반대로 집에서 마셔본 적 없는 음료를 골랐다.

무진은 커피를 고른 후에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음료를 주문했다.

두 사람이 주문한 주스와 커피가 바로 나왔다.

무진은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고 이번에 성연을 찾은 이유를 바로 설명했다.

무진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고 선생님, 이 일은 고 선생님만이 저를 도울 수 있습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성연은 괜히 자신이 드러날까 봐 돕겠다는 말을 바로 하지 않았다.

밖에서의 성연은 괴짜 같고 도도한 사부님의 성질을 그대로 이은 모습이었다.

미스 고에게 강무진은 낯선 사람일 뿐인 것이다.

두 사람이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친밀한 관계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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