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차에서 내려 무진과 함께 연구소로 돌아갔다. 무진이 떠난 뒤에 그녀의 얼굴은 평온과 냉담함이 사라지고 초조한 빛이 가득했다.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교복을 꺼내 갈아입고 화장을 지우고 청아한 작은 얼굴을 드러냈다.위장한 그 옷을 벗어버린 성연은 문을 열고 곧 떠나려 했다.연구소 직원 한 명이 자료를 가지고 입구로 오는 것이 보였다.성연을 본 직원의 눈이 반짝였다.“보스, 계셨어요? 마침 제가 여기에 모르는 곳이 있습니다.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오늘은 일이 있으니 다음에 하자.” 성연은 말을 마친 후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그 직원은 제자리에 서서 성연의 뒷모습을 보고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 문제는 그를 며칠 동안 곤경에 빠뜨렸는데, 가까스로 보스를 만났건만 결국 버려졌다.그가 슬퍼하는 것을 2초도 기다리지 않고, 한 사람이 뒤에서 그의 어깨를 잡아당겼다.“무슨 어려운 문제야? 형님에게 보여줘. 저렇게 바쁜 보스를 방해하면 안 돼지.”직원이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할 수 있으면, 내가 그렇게 한 문제에 매달려 있었겠어?”말이 끝나자 그는 자료를 들고 떠났다. 다른 직원은 그 모습을 보며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따라갔다.성연은 연구실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차가 뒤집히기라도 하는지 줄곧 운전사에게 빨리 하라고 재촉했다.운전사는 그녀가 그렇게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엠파이어 하우스로 갔다.이 운전사는 여전히 성실해서 평소 성연이 집에 도착할 때보다 시정이 절반으로 단축되었다.그녀는 돈을 더 주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힐끗 훑어보니 거실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본 성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진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소파에 앉자마자 집사가 다가와 물었다.“작은 사모님, 야식을 드시겠습니까? 오늘 밤 야식은 무엇을 준비할까까?”성연은 자신이 방금 무진과 먹었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연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핸드폰 화면을 넘기면서 만둣국을 홀짝홀짝 먹고 있는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인다.그러나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걸어가서 성연의 휴대전화를 채어 갔다.온라인 기사를 보고 있던 중에 갑자기 무진이 폰을 뺐어가니, 성연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무진 씨, 뭐 하는 거예요?”무진은 성연의 뺨을 쥐었다.그의 동작은 가볍지 않았다. 곧 성연의 볼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이 동작은 일종의 징벌의 의미가 있다.성연은 뺨이 아팠다. 얼굴을 가리고 눈에 생리적인 눈물이 맺혔다. 눈물이 눈가에 맴돌았다. 떨어질 듯 말 듯 불쌍해 보였다.무진은 마음이 약해지지 않은 채 화면을 끄고 휴대폰을 다른 쪽에 놓았다.자신은 성연의 옆에 앉았다.성연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의자를 들고 좀 멀리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만둣국을 먹었다.무진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어쨌든 넌 의술을 한다는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 핸드폰을 보는 게 눈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몰라? 응?”그 이유를 듣고 성연은 어이가 없었다.“무진 씨, 당신 방금 영감님 같은 소리 한 거 알아요? 난 어쨌든 성인인데 가끔 놀면 어때서? 게다가 그동안 내가 그렇게 바빠서 놀면서 긴장을 풀고 싶었는데, 당신은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댔어!”성연은 가슴이 답답해서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돌아갔다. 그리고 고소하는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오래 허둥지둥 일하며 애써 도와줬건만, 이런 작은 자유마저 박탈하다니.‘나는 뭐 쉬운가?’“나는…….”무진은 단지 집안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성연의 반응이 그렇게 격렬할 줄은 몰랐다.성연은 계속 머리를 묻고 그릇에 있는 만둣국을 재빨리 먹었다.입에 만두를 물고 있는 그녀의 동작은 매우 무거워서 마치 만두에게 분풀이를 하려는 것 같다.강씨 집안 요리사의 솜씨는 아주 좋아서 작은 만두 속의 재료가 아주 꽉 찼다.“맛이 신선하고, 성연은 원래 무진을 초
다음 날, 안금여는 회사에 갔다. 월요일은 회의와 총결산이 있는 날이었다.지난 한 주간 내내 무진은 자취를 감추었고, 무진이 자리를 비운 동안에 안금여가 관리해 왔다.회사의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들 뒤에서 이에 대해 떠들어댔고, 온갖 버전의 말들이 쏟아졌다.안금여도 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사람들이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라고 내버려 뒀다.평소에 강상철과 강상규는 시늉만 하다가 회의가 끝난 후에 자신들의 의견을 말했다.그러나 오늘은 아예 대놓고 자신들의 목적을 바로 말했다.“회장님, 회사 대표 자리가 일주일이나 비어 있습니다. 이제 적당한 사람을 찾아 회사를 맡아 관리하게 해야 합니다. 옛말에도, 나라에는 하루라도 왕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이 회장님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강상철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며 선전포고를 했다.무진의 사고 있은 후로 이미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무진에 관해서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파견한 수하들도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했다.그 말은 강무진이 어쩌면 정말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설령 강무진의 수단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말이다.결국에는 자신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무진이 없는 지금, 큰 집은 안금여 늙은이 혼자였다. 강상철과 강상규는 당연히 두려움을 상실했다. 큰 집의 입장 같은 건 봐줄 생각 없이 대담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주주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무진이 나타나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나며, 안금여의 관리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강상철, 강상규는 모든 주주들이 자신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그래서 강상철과 강상규는 회의 절차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그런 말을 한 것이다.“업무보고를 위해 많은 부서장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업무 보고 끝나고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안금여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강상철,
회장 안금여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당연히 아무도 믿지 않았다.그저 안금여가 자기 마음대로 강무진의 자리에 앉힐 사람을 찾았다고만 생각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무진 대표가 없으면 큰 집의 권위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안금여가 아무리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해도 대체를 바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상석에 앉아 있던 안금여는 저들의 반응을 눈에 담으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찰칵-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었다.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보았다.검은 슈트 차림의 무진이 사람들 앞에 서 있었다.비서 손건호가 여전히 그의 곁을 지켜 선 채로.그 모습을 목격한 회의장 내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강무진 대표, 차가 강에 추락하면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구조대원들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까?”“근데 어떻게 멀쩡한 모습으로 여기에 나타난 거지요?”“안금여 회장은 강무진 대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일부러 여태까지 숨긴 채 이때를 기다렸던 걸까요?”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 달랐다.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중, 가장 놀란 이들은 당연히 강상철과 강상규 쪽 사람들이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눈에 충격의 빛이 가득했다. 강상규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네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어?”분명히 처음부터 무진이 행방을 쫓아 많은 사람들을 파견했지만, 무진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모든 수색과 조사에서 강무진은 이미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결론을 지었다.게다가 시신도 찾을 수 없었다.그때, 강상철과 강상규 모두 속이 다 시원함을 느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강무진만 없으면, 큰 집은 쓰러지고 말 테니까.그리고 자신들이 회사를 물려받는 것도 시간문제일 테니까.그런데 지금, 강무진이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이걸 자신들이 어떻게 받아들인다는 말인가?애초에 수하들에게 수색 범위를 넓혀 강무진을 찾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절대
무진의 말에 강상철과 강상규가 잠시 당황했다.‘설마 강무진이 뭔가 알아낸 것일까?’무진의 차량 사고는 아주 은밀히 진행했다. 경비원 쪽도 이미 입을 열지 못하도록 처리를 해 두었으니, 아무도 자신들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무진이 진짜 우릴 의심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어.’그런 생각을 하자, 두 사람은 마음을 좀 진정시킬 수 있었다.강상철은 곧바로 강한 척하며 아랫사람을 훈계하는 투로 소리쳤다.“강무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어찌 손아래 사람이 어른을 이처럼 모독하는 말을 하는 게야?”강상규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네가 실종되고, 형님이 능력 있는 사람을 너 대신 세우려고 하신 것은 순전히 회사를 위한 결정이어. 넌 이 일로 둘째 할아버지를 원망하면 안돼. 형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네가 이해해 드려야지.”강상철와 강상규, 두 사람 중 하나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을, 또 다른 하나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무척 잘 어울리는 모양새다.저들의 진면목을 진작 알지 못했더라면, 무진 또한 저들의 말을 믿었을 지도 모른다.어쨌든 무진 또한 저 두 집안 어른을 자란 셈이다. 하지만 속에 독사 같은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두 사람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회의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더니, 이내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버렸다.일부 주주는 양 측을 화해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나서 말했다.“저도 압니다. 양 측 모두 그룹의 대표 직을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을요. 강상철, 강상규 사장의 말이 때론 귀에 거슬리더라도, 어쨌든 강 대표의 할아버지들이십니다. 그러니 강 대표도 이쯤에서 적당히 멈추고, 두 어른을 멋대로 몰아붙이지 마세요.”“맞습니다, 강상철, 강상규 사장은 강 대표의 집안 어른들 아니십니까? 또 돌아가신 강상중 초대 회장님의 친동생분들이 아닙니까? 그런 분들이 어떻게 강 대표에게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그것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요.”“강 대표의 능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회사에 온 무진은 미리 경찰에 신고하고 증거까지 제출한 상태였다.무진이 비서 손건호에게 눈짓을 했다.고개를 끄덕인 후 회의장 밖으로 나간 손건호가 전화를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회의장에 나타났다.WS 그룹 사옥 아래에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무진이 정말로 경찰에 신고할 줄은 몰랐다.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의 서로의 눈에서 긴장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설마 강무진 저 놈이 정말 무슨 증거를 손에 쥐었단 말이야?’무진이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들과 정면으로 부딪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수갑을 들고 앞으로 나간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읊으며 강상철과 강상규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두 사람은 살인미수 혐의로 저희와 함께 경찰서로 가 주셔야겠습니다.”차갑고 엄숙한 경찰의 표정으로 회의장 내 사람들의 마음까지 얼어붙는 듯했다.차가운 수갑이 손목에 채워지고 나서야, 강상철과 강상규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지금 자신들이 정말 경찰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은 경찰서에 들어갈 수 없었다.만약 들어가게 되면 나오기 어려울 것이기에.강상철과 강상규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이봐, 이 일은 우리와 관계없어. 강무진 저 놈이 작정을 하고 우리를 모함하는 거야.”강상규도 옆에서 허둥지둥 변명했다.“맞습니다, 우리가 자기 앞길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조카가 고의로 이런 일을 벌여 우리를 제거하려는 겁니다. 우리는 무고합니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울상을 지으며 동정을 얻으려고 했다.강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이 나이의 우리가 어떻게 손자를 해치는 일을 했겠소? 이건 너무 억울하오.”무진은 옆에서 저들의 쇼를 지켜보고 있었다.그가 손에 쥔 물증 증거는 강상철과 강상규가 뒤집을 수 없을 만큼 확실했다. 그도 할 말이 없었다.경찰은 무진보다 더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무슨 억울한 일이 있다면 경찰서에 가셔서 말씀하세요. 당신들이 무고하다면 당연히 경찰에서 곧 풀려날 겁니다.”모든
곧 강상철과 강상규가 경찰에 연행되었다.무진은 사건과 관련된 세세한 것 하나 남김없이 경찰에 밝혔다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부터 회사 내 직원들 모두 삼삼오오 창가 주위에 모여 사태를 지켜봤다.그래서 강상철과 강상규가 연행되어 갈 때, 회사는 떠들썩했다.심지어 둘러서서 보던 사람들 중의 일부는 놀라서 식은땀이 흘렀다.강상철, 강상규, 회사 내 두 거물이 모두 잡혔다.만약 끝까지 파고들어 간다면 분명 자신들까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강무진 대표가 자신들까지 파고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그러나 내막을 잘 모르는 일부 사람들은 옆에서 마치 재미난 가십거리라도 생긴 양 신나게 떠들었다.어느 순간, 강상철과 강상규 측에서 강무진을 죽이려 했었다는 소문이 회사 전체를 뒤덮었다.회사 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이 일로 의론이 분분했다.쉬는 시간에 모였다 하면 모두 이 화제를 입에 올렸다.회사 밑바닥 직원들은 강무진 대표가 자신들까지 돌아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회사 내 채팅방에서는 더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한 부서의 팀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이 일, 도대체 사실이야? 아니야? 위의 분들 말로는, 강상철과 강상규 사장이 평소에 좀 지나치긴 해도 사람의 목숨을 없애려 할 정도는 아니래. 게다가 강무진 대표는 저들의 손자잖아.”“너는 모르고 있지? 재벌 가문의 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깊다고 봐야 해. 깨끗한 건 하나도 없다고. 내가 보기에, 강상철, 강상규 사장은 좋은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그러니 그 두 사람 위해서 변명할 생각 마.”“내 생각에도 말이야, 이 일은 절대 그냥 뜬 소문만은 아니야. 강 대표가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일을 하지 않았을 거야. 경찰까지 왔는데, 이게 가짜겠어? 분명히 그럴 리가 없어. 저 두 늙은 영감이 사람을 죽이려고 했음. 땅! 땅!”마음 약한 젊은 여사원들은 저들의 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한 그룹의 대표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강무진
회장 사무실 안. 소파에 무진과 안금여가 앉아 있었다.안금여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그룹의 상속권이 분명 우리 큰 집에 있는데도 저들과 죽자사자 싸워야 하다니. 이제야 겨우 대의명분에 일이 제대로 되어가는 것 같다. 강상철, 강상규, 이번에 들어가면 그리 빨리 나오지 못할 게야.”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증거가 확실해서, 작은 할아버지 두 분 모두 몇 년은 안에 계셔야 할 겁니다.”무진 또한 이날을 위해 오랜 시간을 참아 왔다.강상철, 강상규 두 할아버지만 무진을 눈의 가시처럼 여기는 게 아니라, 무진에게도 두 작은 할아버지는 늘 께름칙한 그런 존재였다.이제 이번 일을 통해 마침내 어느 정도 결말을 본 셈이다.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끝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두 할아버지들이 먼저 선을 넘은 것이다.처음에는 적어도 혈연관계가 있으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는 진상들은 무진의 상상을 초월했다.모든 비보가 그들로부터 온 것이었다.지금 강상철, 강상규 두 사람이 구치소로 들어간 다음에야 마침내 편안한 며칠을 보낸 무진이었다.그러나 앞으로 불어 닥칠 태풍에 대해 아는 이는 없었다.이번 사건 처리를 끝낸 무진은 도리어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사실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해서 얻은 오늘이 아닌가?무진의 안색이 너무 어두워 보였는지, 안금여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괜찮아, 이제 나쁜 일들은 모두 다 지나갔어. 너무 마음 쓰지 말아.”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금여의 말에 수긍했다.……경찰차에 올라타 경찰서로 연행되어 가던 강상철과 강상규는 계속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향후의 대책에 대해 말을 나누고 싶었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경찰 때문에 입을 열지는 못하고 그저 눈빛으로 대신 대화를 나누었다.강상철은 눈으로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자는 뜻을 강상규에게 전달했다.강무진이 어디에서 증거를 얻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