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온 지 한참 지났지만 무진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약혼녀는 말할 것도 없고.두 사람을 언급하자 안금여의 표정이 확연히 부드러워졌다.“성연이는 아직 학교가 파하지 않아서 나중에 무진이가 가서 데려올 겁니다.”“아직 학생이었군요.” 사람들이 놀라 서로 쳐다보았다.“학생이면 어때서?” 저들의 어감이 다소 좋지 않게 들리자 안금여의 표정이 냉랭해졌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얼른 변명했다.“사실 좀 놀라서 그랬습니다. 지금은 다들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시대 아닌가요? 당연히 상관없지요.”“맞아요, 맞아.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인 걸요.”“강 대표가 어린 아가씨와 짝을 맺을 줄은 몰랐어요. 평소 좀 쌀쌀해 보이는 느낌이라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회장 안금여의 눈 밖에 나서는 안되는 것이다.지금이야 안금여가 늙었다 해도 여전히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다.특히 강무진이 지금 회사를 접수한 이후, 본가의 위상은 더 높아진 게 사실이니까.저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안금여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후 누가 말을 걸어도 안금여는 그저 냉담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다들 안금여가 화났음을 알고는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한 채 조용히 음식만 먹었다.수업이 끝난 성연은 즉시 교문으로 달려갔다.방금 수업 중에 교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무진의 메시지를 받았다.무진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은 성연의 동작이 참으로 날랬다.차에 도착했을 때, 성연이 숨을 헐떡였다.차문을 열어 주던 무진의 눈에 땀을 뻘뻘 흘리는 성연이 보였다. 그 모습이 싫기는커녕 직접 휴지를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아주었다.말끔히 땀을 닦아준 후, 무진이 성연의 뺨을 쓸며 말했다.“뭐가 그리 급해서?”“늦으면 무진 씨가 난처할까 봐요.” 성연이 가장 걱정한 게 바로 이것이다.무진의 말을 들으니 지금 고택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모두 해
백화점에서 흰색 원피스를 골라 입은 성연이 머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자 그윽한 향기를 뿜는 한 떨기 작약 같은 모습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성연이 전신으로 내뿜는 귀족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는 옆에 선 무진에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흰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이상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무진의 눈동자가 한순간 더 짙어졌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를 몰고 고택으로 향했다.성연은 무진의 팔을 잡은 채 함께 차에서 내렸다.아니나 다를까, 고택의 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두 사람이 등장하자, 성연을 본 사람들의 눈에 놀라움의 빛이 어렸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린 무진이 성연을 뒤로 감싸듯이 앞으로 나서며 사람들의 시선에서 차단시켰다.이 자세는 분명 성연을 두둔하는 게 명백했다.무진은 성연을 자신의 여자로 대하며 성연에 대한 소유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고택 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 들어찼다.이전에 성연이 강씨 집안에 막 들어왔을 때, 강상철과 강상규는 무진이 시골 여자애와 결혼한 것에 대해 나팔 불지 못해 안달이었었다.약혼녀도 겨우 시골 촌뜨기밖에 안되는 폐물이라고 조롱했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성연의 온몸에서 귀티가 흘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겁먹지 않으며 적절하게 나가도 들어올 줄도 알았다.‘이게 어디 시골 계집애의 모습이야?’안금여는 이 작자들을 마주하고 있는 게 고역이었다.성연과 무진이 오는 것을 본 안금여의 미간이 확 펴졌다.안금여가 성연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성연아, 할머니한테 오렴.”성연이 얌전하게 걸어가며 안금여를 불렀다.“할머니.”다들 안금여와 성연이 서로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해했다.그들은 안금여가 성연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심지어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성연은 모임에 참석했을 뿐 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은 듯 보였다.성연은 전혀 시골뜨기 같지 않았다. ‘설마 강상철과 강상규가 잘못 안 것은 아니겠지?’“여기 모두 우리 강씨 집안의 일가 친척들
선례를 남긴 사람으로 인해 무진이 성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다들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도 더 이상 감히 도발할 생각을 못했다.고택에 모인 사람들 모두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안금여 주위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성연은 안금여의 한쪽 옆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무진은 또 다른 반대쪽에 앉았다.무진의 맞은 편에는 슈트 차림의 중년 남성 두 명이 앉아 있었다.이 두 사람은 각각 할아버지의 사촌 동생들인 강상호, 강상현이다.무진과 이들의 관계는 보통이다.그러나 이전에 본가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강상철, 강상규를 따라 본가에 무시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무진은 이런 모든 것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이들이 이번에 온 목적은 단순하지 않았다. 어차피 화해하려고 온 게 아니었다.이런 사람들을 마주하며 무진이 좋은 낯빛을 할 리가 만무하다.하지만 이들이 웃어른들임을 생각한 무진은 제대로 교육받은 대로 그저 웃어른으로만 대하고 있다.“눈 깜짝할 사이에 무진이 네가 이렇게 컸구나.”강상현이 감탄성의 발언을 했다.무진을 바라보는 눈빛에 약간의 연민까지 담겨 있는 것이 몹시도 위선적으로 보였다.“넷째 할아버님의 심려 덕분에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강씨 집안에는 방계가 많은 편이다.강상철과 강상규는 친동생이다. 두 명의 사촌동생은 비록 직계는 아니지만, 호칭 서열에 따라 넷째, 다섯째 할아버지라고 불렀다.“무진이 네가 지금 회사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다리도 많이 좋아졌다니 정말 운이 좋았구나.”강상호가 불쑥 의미불명의 말을 꺼냈다.이들의 눈에는 무진이 이 모든 것을 가진 게 순전히 운으로 보이는가 보다.이들이 무진의 강함을 인정하려면 직접 눈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믿지 않을 터.그들을 말을 듣고 있던 무진의 눈이 깊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잠시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 후 고개를 들었다.“다섯째 할아버님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꿍꿍이를 품고 있다.하지만 안금여의 건강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할아버지의 사촌 여동생인 강영애는 안금여보다 약간 젊었다.하지만 건강이 예전만 못했다.그녀의 머리에는 새치가 적지 않아서 좀 초췌해 보였다. 또 정신 상태도 안금여 보다 좋지 않았다.이것은 오랫동안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또 몸을 돌볼 시간이 없었기도 했고.강영애는 젊었을 때 꽤나 유능한 사람이었다.당시 강영애의 집안에는 큰일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녀를 내세웠다.그녀는 혼자만의 힘으로 집안을 지탱했으며, 회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할아버지에게 중용되었다.하지만 스트레스도 엄청났지만 긴장을 풀 시간이 전혀 없었다.나이가 들자 그런 상태의 후유증들이 모두 몸에서 나타났다.그래서 입원을 밥 먹듯이 했다.안금여와 운경은 강영애의 상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강영애의 집안은 모두 자신들의 이익만 중시할 뿐 그녀에 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다행히 자기 가족들을 잘 알고 있던 강영애는 젊었을 적에 이미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 두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말로는 지금보다 더 비참했을 것이다.안금여도 강영애를 보자 감개무량했다.“아가씨, 우리 둘 다 못 만난지 몇 년 되었지요?”“맞아요, 올케. 어느덧 우리 둘 다 이렇게 늙었네요.” 강영애의 눈시울도 약간 촉촉해졌다.“아가씨, 요 몇 년 간 어떻게 지냈어요?” 망설이던 안금여가 강영애의 몸 상태를 물었다.지금 보기에 강영애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그렇죠 뭐. 올케도 그 사람들 알잖아요. 나는 지금도 그들과 같이 살지 않아요. 그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집안 사람들을 언급하는 강영애의 눈에 혐오감이 스쳐 지나갔다.그 말을 들은 안금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예전에 아가씨가 희생한 건 다 잊은 거야?”강영애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들 본성이 원래 그런 걸요. 나는 이미 익숙해요.”
조금 뒤에 고택에는 본가 사람들만 남았다.집안의 분위기가 점점 여유를 되찾았다.안금여가 시큰시큰한 등을 두드렸다.“이 사람들이 만약 몇 번만 더 오면, 내 수명이 아마 몇 년은 줄어들 거야.”‘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너무 귀찮아. 환심을 사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그녀는 정말 그런 인내심이 없다.이를 본 성연은 안금여를 도와서 손으로 허리를 눌렀다.“할머니, 그들한테 화 낼 필요 없으세요.”‘단지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일 뿐인데, 그들 때문에 자신의 심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가치가 없어.’“나는 저들 때문에 내 속을 끓이지는 일은 확실하게 없을 거야. 단지 귀찮을 뿐이지.”안금여가 손을 흔들었다.자기 가족 앞에서는 안금여도 그렇게 망설이지 않았다.성연은 말없이 살짝 웃었다.그녀는 프로 같은 기술로 사람을 편안하게 주물렀다. 안금여는 가늘게 실눈을 떴다.운경과 무진은 한쪽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갑자기 운경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든 그녀는 위의 메시지를 한 번 보았는데, 다 본 후에 그녀는 완전히 멍해졌다.그녀의 멍한 표정을 본 무진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고모, 왜 그래요?”“네 삼촌이 돌아왔어.” 운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무진의 삼촌 강상문은 일찍 할아버지와 갈등을 일으켜서 해외로 보내져서 연수를 받았다.강상문도 기개가 있어서 요 몇 년 동안 아예 작정을 하고 돌아오지 않았다.운경의 유일한 친동생이라서 가족들이 모두 그리워했다.평소에 이런 자리라면, 그는 절대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이번에 그가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안금여가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매우 기뻐할 것이다.“삼촌이 돌아오면 좋은 일 아닌가요?” 무진이 운경의 표정을 살폈다.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그러나 그도 운경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감격했을 것이다.요 몇 년 동안, 모두들 강상문은 여전히 할아버지를 원망하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 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안금여는 그에게 더욱 미
몇 사람이 동시에 문밖으로 나갔다.짙은 빨간색에 장미 무늬가 있는 셔츠를 입은 남자가 차에 기대어 있는 것이 보였다.살짝 웨이브가 진 머리에 호리호리한 체형이 아주 어려 보이면서도 핸섬했다.지금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채로 두 다리를 꼬아 차에 비스듬히 기댄 폼이 다소 시니컬한 분위기를 풍겼다.성연은 은근히 그를 살펴보았다.‘무진 씨 삼촌이 그렇게 젊으실 줄은 몰랐어.’‘무진 씨와는 숙질 같지 않고 형제 같아.’발자국 소리를 들은 강상문이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넣으며 농담처럼 말했다.“아이고, 그래도 누가 나를 데리러 나왔네. 나는 또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나를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말하면서 강상문은 가슴을 가리면서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그의 농담에 무겁기만 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어졌다.먼저 운경이 참지 못하고 피식 웃기 시작했다.“네가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그래도 알고 있는 거야?”강상문이 다가와 운경의 손목을 다정하게 붙잡았다.“누나,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데도 예전이랑 똑같이 예쁘네.”운경이 퉁명스럽게 손끝으로 그의 이마를 짚었다.“당치 않은 말만 자꾸 할 거야?”강상문의 눈빛이 안금여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점잖게 똑바로 서자 아주 영리해 보였다.“엄마.”이 한 마디를 언제 들었는지 안금여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래, 돌아왔으니 됐다.”그녀는 이제 그런 일들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아들 상문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다른 건 생각할 것도 없었다.상문이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뜻일 터.그녀도 옛일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다.가족이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강상문의 눈이 한 바퀴 돌고 난 다음, 다시 성연에게 가서 멈추었다.그리고 비로소 웃으며 말했다. “이 아가씨가 바로, 무진이 약혼녀인 송성연?”성연은 강상문을 보며 꽤 잘 맞추었다.사람도
안금여는 즉시 집사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그리고 사람들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강상문은 말주변이 아주 뛰어나 식사하는 내내 운경과 안금여를 모두 즐겁게 했다.평소에 잘 웃지 않던 무진조차도 그의 말을 들으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조금 있다가 안금여는 머리가 맑지 않아서 쉬러 가려고 했다.그녀는 평소 바로 이 시간에 잔다.이미 오래 버텼더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그러나 강상문이 어렵게 돌아왔기에 안금여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깨어나면 이 모든 것이 꿈이 될까 봐 두려웠다.강상문은 안금여의 생각을 알아차렸다.그는 안금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했다.“엄마, 저 이번에 돌아와서 며칠 더 있을 거예요. 잘 모실 테니 먼저 쉬세요.”이 말을 듣자 안금여도 안심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말을 마치자, 운경은 안금여를 부축해서 방으로 갔다.그들이 간 후에야 강상문은 무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무진아, 정말 오랜만이구나, 우리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한 잔 해야겠다.”무진은 거절하지 않았다.강상문은 그에게 있어서 더욱 친구 같았다.그들 둘 사이에는 숙질 간이라는 경계가 없었다.집사가 부엌에 가서 술을 가져왔다.하지만 시간이 좀 늦어서 테이블도 다 정리되고 요리사도 다 잠이 들었다.안주가 없었다.강상문이 턱을 쓰다듬었다.“이거 참 번거롭게 됐네.”냉장고를 열어 본 성연은 식재료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숙부님, 제가 안주를 만들어 드릴게요.”성연은 이런 상황이니 오늘 저녁에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평소에는 무척 반득하기만 한 무진이었기에 가까스로 긴장을 풀 수 있을 때 어쨌든 흥이 깨지면 안 된다.“성연이가 요리도 할 줄 알아?”강상문은 좀 놀란 눈빛이었다.“조금 할 줄 알아요.”성연이 겸손하게 말했다.“그럼 됐어, 네게 맡길게.” 강상문은 무진을 끌고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거실에 도착해서야 강상문이 말했다.“좋아, 안목이 아주 좋아. 성연
거의 맛이 간 두 사람을 본 성연이 그들에게 해장약 한 알씩을 먹였다.‘그렇지 않으면, 내일 깨어나면 머리가 아플 거야.’성연은 집사를 찾아서 강상문을 방으로 데려가라고 했고, 자신은 무진을 끌고 방으로 돌아왔다.방에 도착한 성연은 화장실에 가서 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 무진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끈적끈적하고 불편할 테니까.성연이 무진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생각지도 못하게 반쯤 닦아주었을 때 무진이 눈을 떴다.그리고 성연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는 무진이 이미 취해 뻗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깨어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무진의 이마를 만졌다.“어디가 불편해요?”무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없이 성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가 몹시 취했다고 생각한 성연은, 상대도 하지 않고 계속 얼굴을 닦아주었다.다음 순간, 무진이 성연의 손목을 잡았다.성연이 미처 반응하지 못한 사이에 입술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진한 술 냄새가 입안으로 스며들었다.성연은 술도 마시지 않았지만 어질어질함을 느꼈다.몸부림치지도 않고 나른한 느낌에 성연은 무진의 품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성연은 입술이 부은 것 같았다.동작을 멈춘 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턱을 갖다 대었다.한참이 지나자 무진은 비로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이 널 아주 좋아해.”온 가족이 성연을 좋아하니 무진은 누구보다 기분이 좋았다.마치 자신의 소유물이 가족들의 인정을 받은 것 같았다.생각을 하다 보니 차분했던 감정이 이 시간 꽤나 흘러 넘치는 걸 피할 수 없었다.‘모든 중요한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무진씨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겠지?’성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진의 등에 손을 얹고 가볍게 두드렸다.달래는 것 같기도 하고 위로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마음으로 무진을 아꼈다.집안 사람들이 모인 후로 응대하느라 바빴다.사람들이 모두 한마음이면 다행이지만, 모두 각자의 마음 속에 서로 다른 마음이 꼭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안금여를 보러
남은 일은 양대 조직의 사람들한테 맡기면 된다.무진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그래서 무진과 목현수는 그 지옥 같은 회의실에서 나왔다.이제 역사적으로 그렇게 강력했던 MS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MS 가문의 사람들이 이렇게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할 줄은 몰랐어요.”목현수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MS 가문이 정말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지.’‘하지만 무진의 실력은 그 자체로 대단해.’“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MS 가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비록 남은 사람들의 능력이 보잘것없다 해도 대비해야 합니다.”특히 무진과 성연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어서 무진은 더욱 조심스러웠다.“조심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목현수가 무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인연이라는 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절묘했다.그동안 무진과 목현수는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이제 이 두 사람은 함께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그래서 사람은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야, 나중에도 잘 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두 사람은 속마음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고, 지금은 목현수도 자신의 인연을 찾았다.“그래요.”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진은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었다.아수라문의 사람들도 MS 가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했다.목현수가 없었다면 무진도 MS 가문 장로들이 있는 곳을 그렇게 빨리 찾지 못했을 것이다.A국에 있던 MS 가문의 무역회사가 없어지게 되었을 때 목현수도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그래서 바로 무진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무진이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내가 아니라 샤넬 가문에 감사해야지요. 샤넬 가문에서 정보를 제공한 겁니다.”목현수가 무진에게 미소를 지었다.목현수가 우연히 미스 샤넬에게 이 일을 말했다.그리고 샤넬 가문에서 MS 가문 장로들이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이 바로
완전한 준비를 갖추고 온 무진이 왜 그들이 두렵겠는가?MS가문이 유럽에서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지금 무진의 뒤에는 이터너티와 아수라문이라는 두 국제적 조직이 있다.게다가 목현수의 도움까지.이렇게 보면 MS 가문에게는 승산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장로들은 아직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무진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외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싶으면 해. 내가 기다려 줄 테니까.”장로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생각했다. ‘강무진이 왜 저렇게 대담하게 말하는 거지?’원래 장로들은 외부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무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 누구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지금 무진이 기회를 주자, 장로들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몇몇 장로들이 분분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전화한 뒤에 도리어 모든 아지트가 파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자신들을 지원하러 올 방법이 없었다.그 말을 들은 장로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장로들의 표정은 정말 좋지 않았다.강무진이 이번에 정말 자신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은 것 같았다.“어때? 장로 여러분, MS가문의 주식을 내게 넘기겠어?” 무진이 천천히 말했다.대장로는 여전히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강무진, 꿈꾸지 마!”그러자 무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상의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이장로가 허리를 똑바로 펴고 말했다.“그래! 네가 우리를 죽인다 해도 절대 타협할 수 없어!”“좋아.” 무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너희들은 줄곧 나를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했지. 나도 결혼식 전에 너무 많은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러니 오늘 너희들을 전부 없애 버리겠어!”무진이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부하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MS 가문의 장로들도 무술을 좀 할 줄 알았다.그러나 소수인 장로들은 두 조직의 공격을 전혀 감당할 수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장로들이 죽어 나가면서 회의실 전체에는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부상
무진과 목현수는 벽에 기댄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우리가 손을 댈 필요도 없겠어요. 이 MS 가문의 내홍은 꽤 심각하군요.”목현수가 무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들의 권력 분포가 고르지 못해서 누구도 최고 지도자가 되지 못해요. 그러니 일단 사고가 터지면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지요.” 무진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MS가문은 한쪽은 대장로파, 다른 한쪽은 삼장로파로 갈라져 있어.’‘서로 다투느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거야.’무진과 목현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MS 가문사람들은 몹시 불만스러웠다.‘강무진이 우리를 뭘로 보는 거야?’‘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지금은 그나마 이장로만 제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이장로는 바로 무진에게 다가가서 담판을 벌였다.“강무진, 당신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요? 우리 MS 가문의 실력은 나쁘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MS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지금 장로들이 열세에 처해 있는데도 이런 태도로 나와 담판을 짓겠다는 거야?”무진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이장로를 바라보았다.“다, 당신 너무 지나쳐!” 몇몇 장로들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화가 났다.그들은 지금의 높은 지위에 오를 때까지 이런 위협을 받은 적이 없었다.게다가 자신들보다 훨씬 젊은 데다가 줄곧 자신들이 무시했던 A국인이다.그 말을 들은 무진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당초에 MS가문에서 사람들을 파견해서 악랄한 수법으로 나를 괴롭혔지.’‘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매번 피할 수 있었어.’‘만약 내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지금 여기에 서 있지 못했을 거야.’무진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MS가문의 사람들이 자신을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성연까지 해치려고 한 것이다.“장로 여러분, 정말 두렵다면 어떤 카드를 내게 제시할 것인지 잘 생각해. 만약 내가 만족한다면 당신들을 놓아줄 수도 있겠지. 가령... MS 가문의 주식을 내게 양도한다든가 말이야.” 장로들이 상황
무진은 자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오웬을 진짜 살해한 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오웬이 죽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바로 안진검이지. 안진검은 줄곧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기를 바랐어. 지난번에 오웬은 적호에게 살해당했어.” 무진은 그래도 호의를 베풀어서 진실을 말했다.“그럴 리가?” 삼장로의 안색이 또 바뀌는 것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내 말은 다 했으니까 삼장로가 잘 생각해 보시길.” 이곳에 오기 전에 무진은 MS 가문에 대한 자료를 얻었다.각 장로들의 배경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무진은 기억력이 좋은 데다가 지난번 오웬과 충돌했기 때문에, 삼장로에 대해서도 많은 인상을 받았다.풀이 죽은 삼장로가 고개를 숙였다.‘확실히, 오웬의 존재는 안진검에게 방해가 돼.’‘오웬이 있기 때문에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오웬에게 주목했지.’‘게다가 대장로가 두둔하면서 안진검의 존재감은 더욱 없어지게 되었어.’삼장로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오웬은 결국 적의 손에 죽지 않고 자기 편의 손에 죽은 것이다.음험한 표정을 한 삼장로가 곁눈질로 대장로를 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당신이지? 당신이 안진검에게 죽이라고 시켰지?”이 일을 들은 대장로도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일이 결국 이렇게 된 걸 전혀 몰랐다.“나는 몰라.” 대장로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바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삼장로가 대장로의 목을 졸랐다.“틀림없이 당신이야. 그렇지? 줄곧 내가 눈에 거슬렸는데 마침 오웬이 안진검의 앞길을 막으니까, 내 유일한 자식을 없애기로 모의한 거야! 당신은 아들이 없어도 되겠지만, 왜 내 아들을 죽인 거야!”격분한 삼장로는 뺨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이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대장로는 필사적으로 삼장로의 손을 떼어 놓으려고 했다.“놔! 내가 말했잖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오웬이 죽던 날부터 삼장로는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이제 누군가를 찾
MS 가문의 회의실은 내부의 사람들만 알 수 있다.문이 갑자기 열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문을 쳐다보았다.강무진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MS 가문의 장로들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강무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야?” 삼장로는 친아들을 잃었다.지금 바로 자신의 원수인 무진을 만나게 되었다.‘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강무진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어.’‘강무진에게 이런 배짱이 있었네.’“당신들이 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토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이제 내가 왔으니 당신들이 굳이 나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 무진의 목소리는 냉담했다.그러나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냉정한 모습이었다.그렇다. MS 가문의 회의실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무진이었다.또 다른 한 사람은 목현수였다.두 사람의 뒤에는 아수라문과 이터너티의 부하들이 뒤따랐다.성연은 이미 무진에게 자신의 신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달리 변명할 말도 없었기에.무진이 MS 가문을 받아 칠 생각임을 알게 된 성연은 특별히 정예 부하들을 골라서 무진을 도와주었다.원래 성연도 직접 오려고 했지만 안전을 염려한 무진이 집에 머무르도록 했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고의 부하들을 보내 무진을 보호하게 했다.“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장로들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여기는 유럽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강무진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한 장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말했겠어? 안진검이 잡혔는데 걔 말고 또 누가 있겠어?”장로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래, 여기는 아주 외진 곳이야.’‘안진검 말고는 강무진에게 말할 사람이 없어.’아까까지만 해도 넓었던 회의실이 바로 무진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MS 가문의 장로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진퇴양난이야.’무진은 허둥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가롭게 바라보았다.“우리 지사의 정보는 바로 안진검이 폭로한 거지?”이때 한 장로가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걸 무진에게
“삼장로의 말이 맞아요. 이렇게 앉아서 죽기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A국에서만 고개를 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더욱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MS 가문 사람들은 체면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용인하겠는가?“나는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동원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력을 다해서 WS그룹과 싸워서 내 아들과 우리 가문이 이전에 받았던 수치를 설욕해야 합니다!”핏발이 선 삼장로의 눈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한으로 뒤덮여 있었다.“그래요, 손해 본 건 손해를 본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런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어요. 강무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봅시다.” 다른 장로들도 맞장구를 쳤다.‘강무진은 절대 쉽게 놔줄 수 없어.’‘이 분노를 풀지 않으면 안 돼!’“모두들 너무 쉽게 생각하는군요. 강무진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 쪽에선 가장 정예들을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강무진에게 꺾였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이는 강무진이 절대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같은 늙은이들만 남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문제입니다.”한 장로가 지금 MS 가문에게 가장 곤란한 부분을 언급했다.그 말을 듣자 장로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달라졌다.그렇다. 그들도 지금은 무진이 더없이 강한 상대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자신들은 유럽에 있기에 A국으로 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A국은 게다가 무진의 홈 그라운드이다.거기서 무진을 상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이전의 휘황찬란했던 MS 가문은 유럽에서는 거의 말만 해도 될 정도였다.그러나 지금 무진과 같은 상대를 만나자 MS 가문 전체가 괴롭게 되었다.회의실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대장로는 코웃음을 쳤다.‘이 사람들이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해 낼 줄 알았지.’‘결국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태잖아?’대장로와 친한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대장로, 어쨌든 좀 신중해
안진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MS 가문의 장로들은 회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삼장로가 대장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수양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된 건 틀림없이 안진검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요. 곧 우리를 모두 팔아 넘길 겁니다.”원래는 삼장로도 안진검에게 희망을 걸었다.오웬의 죽음은 삼장로의 가슴에 맺힌 한이었다.안진검이 그 울분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진검이 잡혔을 뿐만 아니라 MS가문에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힐 줄은 몰랐다.오웬의 원수는 고사하고 MS 가문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이 사실이 삼장로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안진검을 찢어 죽이지 못해서 원통할 뿐이야!’대장로는 모든 잘못을 안진검에게 떠넘기는 삼장로의 말이 불만스러웠다.‘우리 가문이 지금 손해를 본 건 맞아.’‘하지만 이전에 진검이가 가문에 가져다준 이익이 더 많아.’대장로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장로, 진검이 지금 무진의 손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설사 진검이 그런 정보를 넘겼다 해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강무진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겠지요. 진검이 우리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기에 모두 진검을 우리 일원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대장로도 마음속으로는 안진검을 원망했다.이제 MS 가문의 A국 수출입 무역 활동은 모두 중단되었다.MS 가문이 기본적으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다.그래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진검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대장로,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 우리 가문의 신조는 적이 어떤 수단을 써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나 A국 사람이라 패기가 전혀 없는 거지요.” 장로들 중에서 누군가가 대장로를 힐끗 보면서 조롱했다.“진검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준 좋은 것들은 모두 잊었습니까?” 대장로의 목소리가 순
곧 취조실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체에서 감각이 가장 예민한 손가락이기에 안진검은 정말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안진검을 동정하지 않았다.안진검의 손은 곧 선혈이 낭자해졌다.두 번째 손톱을 뽑으려고 하자 안진검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마, 말할게.”안진검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강무진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전에는 너무나 온화한 모습만 보였던 거야.’무진이 멈추라는 신호를 하자 부하가 한쪽으로 물러섰다.“말해봐.” 무진이 안진검의 앞으로 다가갔다.안진검은 입을 열고 정보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안진검은 두려워하면서 무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아는 건 이 정도야. MS 가문에서 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를 경계하고 있어서 많이 알지는 못해.”“좋아.” 무진은 부하에게 안진검이 말한 것들이 사실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그 후 이틀 동안 여러 무역회사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책임자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또 경찰청 앞으로 몇 개의 박스가 도착했다.박스 안에는 수입이 금지된 밀수품들이 들어 있었다.금지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과 음료수, 심지어 분해된 총기까지도 들어 있었다.이 일은 경찰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곧 전국의 모든 무역 회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이 일은 바로 손건호가 처리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에게 결과를 보고했다.“안진검이 말한 정보대로 법률을 위반한 MS 가문의 회사들을 모두 없앴습니다.”무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안진검이 속이지 않은 모양이네.”“보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지금은 일단 MS 가문 쪽에서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어. 안진검은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야.”무진은 안진검이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그 회사들을 없애서 MS 가문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어.’‘이제 A국 시장에서 M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사과할게요. 하지만 무진 씨, MS가문의 사람들이 무진 씨를 불리하게 만들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어요.”무진은 감격에 겨워서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결국 성연이 한 모든 일은 역시 나를 위해서였어.’무진의 감동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연을 품에 꼭 안자 두 사람의 체온이 얇은 옷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었다.이를 본 성연은 무진에게 진상을 알릴 때의 조마조마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성연도 무진을 꼭 안고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무진은 성연에게 먼저 쉬라고 했다.하루 종일 너무 많은 기복을 겪어서 성연도 몹시 피곤했다.무진이 함께 해 주자 성연은 곧 잠이 들었다.성연의 잠자는 얼굴을 보자 무진의 마음은 더욱 부드럽게 녹아들었다.성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서 침대에서 일어난 무진은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무진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지하 감옥으로 가서 직접 안진검을 심문했다.“당신은 MS 가문의 사람이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성연에게 접근한 거야?”안진검은 어차피 무진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속여도 재미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대로 자백했다.“맞아, MS 가문의 대장로가 내 의부야, 네가 나를 잡았으니 MS 가문의 사람들이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냉소하던 무진은 곧이어 마음속으로 벌컥 화를 냈다.“너는 지금 내 손에 떨어졌는데, 또 무슨 자격으로 내게 조건을 제시하는 거야?”안진검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WS그룹은 확실히 괜찮아.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MS가문과 아직 거리가 멀어. 내가 충고하지. 어쨌든 MS가문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르게 될 거야.”“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안진검은 무진이 자신과 조건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도 하지 않았고, 자세도 점차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