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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그림의 떡 같은 존재

하고자 했던 말을 마친 성연은 더 이상 까페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책가방을 들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꼭 해야 할 말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전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진미선이 좀 더 자신을 제대로 알았다면, 조금만 더 양심이 있었다면 다시 따지고 들지 않았을 터.

성연을 쳐다본 진미성이 재빨리 성연 곁으로 걸어가 손을 잡고 간청했다.

“성연아, 너 지금 능력이 있잖니? 엄마가 부탁할게. 널 키워 주신 네 외할머니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좀 도와주렴. 내가 왕씨 집안에서 입지를 좀 다지도록 말이다.”

진미선을 쳐다보던 성연은 생각했다.

‘어쩜 이젠 자기 감정 숨기는 것도 귀찮은 모양이지?’

마음속에 이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어쩌면 진짜 혈연관계에서 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성연은 늘 스스로 그딴 거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이처럼 이익 수단으로만 여기는 진미선과 마주하고 있으니 그녀 역시 마음 한 켠이 선득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게 진미선에게 자신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도구로 여기는 것 외에 진미선에게 털끝 만한 모녀의 정이 남아 있기라도 할까?

‘뭐, 그래도 괜찮아.’

진미선이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이상, 자신도 그녀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후 성연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더라도 지나치다 할 수 없었다. 진미선과는 더더욱 관계없고.

그냥, 자신을 낳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

성연이 잠시 눈을 감았다. 결국엔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

성연이 눈을 떴을 때,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후였다.

진미선을 응시한 채 말했다.

“강씨 집안은 포기하세요. 대신 제왕그룹을 소개해 드리죠. 단 이번 한 번뿐이에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인정을 받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두 진미선의 일이다.

이 정도까지 해 준 것으로 이미 계산이 끝난 셈이다.

어릴 적 모녀의 정 같은 건 조금도 없이 딸을 버리고 가버린 진미선에 비하면 자신은 훨씬 관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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