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은 아래층에서 심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김욱은 차를 두고 온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줘야 했다.“우리가 진생 그룹과 계약한 일을 회사 사람들한테 비밀로 해야 해?"심유진은 김욱한테 물었다.“한동안 비밀로 해.”김욱은 단호하게 말했다.“진생 그룹이 아직 전 회사와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6개월 동안 우리는스파이를 찾아내야 해.”“근데 마리아 씨한테까지 꼭꼭 숨길 필요가 있어?”심유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마리아 씨가 회사에 입사한 지 꽤 되었는데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잖아...”마리아는 회장실에서 처음으로 심유진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이고, 그녀가 주디를 상대할 때도 의리를 지키고 도와주었다. 비록 마리아도 용의선상에 있지만, 심유진은 마리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마리아 씨가 삼촌 사무실에 가장 많이 드나들었던 걸 잊지 마.”김욱은 심유진한테 일깨워 주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도 믿으면 안 돼.”“... 알겠어.”심유진은 시무룩해서 답했다....그날 밤 심유진은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던 주디한테서 온 연락이다.“주디 씨, 미안해요.”주디는 울먹거리며 후회하고 있었다.“애초에 제가 유진 씨를 비하하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유진 씨가 김욱 씨한테 잘 얘기해주면 안 돼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심유진은 얼떨떨했다.주디는 블루 항공을 떠난 후 바로 모어 항공에 입사했다. 이는 엄연히 계약위반이었기에 김욱은 그녀를 고소했다. 김욱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 덕에 심유진은 이 일에서 신경을 껐다.사실 경쟁사로 이직을 한 건 계약을 위반한 거였지만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었다. 김욱이 배상으로 합의를 해준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모어 항공이 이 협의를 알고 있음에도 주디와 직원들을 빼돌린 이상, 당연히 배상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다.그래서 심유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이 김욱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심유진은 그제야 일이 생각과는 다르게 흘
주디처럼 옳고 그름을 모르는 사람은 사회적 매질을 겪어도 싸다.“왜 또 무슨 일 있어?”하은설은 얼굴에 팩을 한 채 하얀색 잠옷 치마를 입고 방에서 나왔다.심유진은 귀신을 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다른 잠옷은 없어? 그리고 그 얼굴도...”심유진은 소파에 기대어 빠르게 뛰는 심장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저 무서운 몰골을 쳐다도 보지 싫었다.“이 잠옷이 얼마나 편하고 시원한데.”하은설은 심유진 옆에 앉아 태연하게 매니큐어를 발랐다.“난방이 너무 잘 돼서 벌거벗고 누워도 덥네.”“아직 산후조리 중이니까 감기에 걸리지 않게 보온에 신경 써.”심유진은 그녀를 꾸짖었다.“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반면 하은설은 대수롭지 않아 했다.“심유진!”하은설은 심유진을 돌아보며 눈치도 없이 물어댔다.“너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뭔 소리야? 뭘 생각해?”심유진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너랑 허 대표는 앞으로 유럽에 머무를 생각이야? 아니면 경주로 돌아갈 거야?”심유진의 표정은 순간 엄숙해졌다.“네 아버지가 여기 계시니까 너도 유럽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 건 알아. 하지만 허 대표님과 그쪽 부모님께서 동의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 너도 봐, 별이가 이번에 경주에 돌아가니까 다들 걔를 보배처럼 아끼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들이 경주로 돌아가면 나도 그만두고 너희들과 함께 갈 수 있어. 예전에는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익숙해서 별것 아닌 것 같았어. 근데, 너희랑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가 요 며칠 동안 혼자 있어 보니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힘들더라.”“우리 아마 경주로 돌아갈 것 같아.” 심유진은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아버지와 오빠가 최근 블루 항공의 사업을 국내로 이전할지 고민하고 있어. 만약 일이 성사되면 우리 가족 모두 경주로 돌아갈 거야.”“그럼 됐어.”하은설은 쿨하게 답했다.“나 이번에 연차 다 쓰고 바로 사직서 제출할 거야.”심유진은 어느 정도 하은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너만 후회하지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김욱은 심유진을 사무실로 불렀다.뜻밖에도 육윤엽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와 김욱은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이 이상한 분위기는 심유진을 긴장하게 했다.심유진은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었지만, 손은 문고리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다들 표정이 왜 이래?”그녀는 두 사람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두 사람은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심유진은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고 싶었다.“걱정 마세요. 유진 씨를 선을 보게 할 생각은 아니에요.”드디어 육윤엽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심유진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유진은 육윤엽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럼, 회사에 또 무슨 문제가 생긴 거예요?”“방금 전화 한 통을 받았어...”김욱은 심유진을 흘깃 쳐다보았다.“아침에 나와 통화한 그 친구가 모어의 직원이거든. 방금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어. 그는 주디 씨가 모어에서 그녀에게 준 임무를 완수했기에 해고된 거라고 말했어.”“무슨 임무?”심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무를 다 완수했는데 어떻게 해고될 수 있어.”“주디 씨가 블루 항공에 스파이를 심어뒀대. 그리고 그 스파이를 통해 회사의 최신 소식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었대. 심지어 우리가 진생 그룹과 공동합작한 프로젝트까지도 알아냈대.”심유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주디 씨가 스파이랑 한패란 말이야?”“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김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모어가 주디 씨를 해고하는 것은 그녀와 관계를 끊기 위해서야. 주디 씨는 비밀을 지키는 대신 거액의 돈을 받았지. 하지만 내가 신경 쓰이는 건, 주디 씨가 너한테 전화한 목적이야.”주디와 심유진은 줄곧 사이가 나빴다. 심지어 주디가 블루 항공에서 해고된 것도 심유진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설령 주디가 벼랑 끝에 서있다 해도, 심유진에게 도움을 청할 사이는 아니었다. 주디는 차라리 심유진보다 마리아와 사이가 더 좋았다.게다가 주디는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
“마리아 씨는 남아봤자 육 대표님께 커피 타주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지 않아요?”심유진은 마리아에게 물었다.마리아는 주로 육윤엽의 개인적인 일이나 일정을 계획해 주는 일을 책임지고 있었다.블루 항공에 일이 있기 전까지 육윤엽의 하루 일과는 규칙적이어서 매일 정시에 퇴근했다. 협력업체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퇴근 후에는 회사로 전화를 걸지 않았다.심유진은 마리아는 야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유진 씨!”마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언성을 높였다.“제가 하는 일이 많고도 많아요. 함부로 깔보지 마세요! 제가 야근하면 기껏해야...”마리아는 갑자기 능글맞게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육 대표님한테 커피 몇 잔 더 타 줄 수 있죠.”...일하다 보니 어느새 아홉 시가 다 되어갔다.심유진은 일에 열중하느라 맞은편에 앉은 마리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서 육윤엽의 사무실로 배달하는 게 전부였다.그렇게 마리아는 겨우겨우 육윤엽이 퇴근할 때까지 버텼다.퇴근할 때 육윤엽은 마리아의 뒤에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앞으로 야근할 필요 없어요. 커피는 제가 알아서 타서 마실게요.”“네.”마리아는 머쓱한 듯 대답했다.그가 떠난 후 마리아는 다시 심유진한테 다가갔다.“육 대표님도 퇴근하셨는데 유진 씨는 아직도 일이 안 끝났어요?”심유진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김욱의 사무실을 바라보았다.“제 상사가 아직 퇴근하지 않았어요! 저도 상사한테 잘 보여서 이 회사에 오래 붙어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그 말에 마리아는 다시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그럼, 제가 같이 있어 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심유진은 그녀의 호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여자가 저녁 늦게 집에 가는 것이 위험할 수 있어요.”“유진 씨도 여자 아니에요?”마리아가 되물었다.“저는 데리러 올 사람이 있어요.”심유진은 차마 김욱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마리아가
김욱에게는 출장 전용 캐리어가 있었고 안에는 옷 몇 벌과 생활용품들이 들어있었다.임시 출장 업무가 있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게 그는 그 캐리어를 항상 차에 두고 다녔다.이제 쓸모가 있게 되었다.심유진은 김욱을 다른 객실로 안배했고 하은설의 방과 벽 하나만 떨어졌다.하은설은 그전에 김욱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그리 서로 익숙한 편은 아니었지만 낯설지는 않았다.김욱이 오자 하은설은 생활에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지 않았기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김욱과 심유진은 보통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같은 집에 살더라도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다.“저녁은 먹었어요?”김욱이 방을 치우기 위해 들어가기 전에 하은설이 그에게 물었다.그와 심유진은 지금 막 야근을 끝내고 돌아왔기 때문에 밥을 먹을 시간이 전혀 없었다.“집에 뭐 먹을 게 있어?”심유진은 원래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하은설이 묻 묻자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바로 먹을 수 있는 건 없어. 아니면 내가 국수나 물만두 좀 끓여줄까?”심유진이 고용한 간병인은 하은설의 세 끼만 해주었을 뿐 절대 음식을 더 많이 하지 않았다.다행히 집에 인스턴트식품들이 있었기에 굶을 정도는 아니었다.“전 괜찮아요.”김욱은 하은설을 완곡하게 거절하고 캐리어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그는 방문을 닫았다.하은설은 혀를 날름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심유진에게 투덜거렸다.“네 오빠는 정말 까칠하네. 저번에 훠궈 먹으러 왔을 때는 그렇게 친근하더니. 며칠 안 본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 있어?”“그래? 난 꽤 친절하다고 생각하는데.”김욱의 처사하는 스타일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심유진은 딱히 그가 까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최근 회사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럴 수 있어.”“알겠어.”하은설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너 회사가 문제 생겼다며 넌 왜 매일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조금도 초조해 하지 않아?”하은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내가 초
“알겠어.”김욱은 숟가락을 들어 물만두를 하나 떠서 입에 넣었다.“은설 씨가 손재주가 좋네. 만두피가 딱 알맞춤하게 익었어. 네가 지난번에 끓였던 것보다 더 맛있어.”김욱은 진심으로 하은설을 칭찬했다.지난번에 훠궈를 먹으러 왔을 때 심유진은 따로 물만두를 주식으로 끓였다. 하지만 그녀는 불 조절을 잘하지 못해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도 만두피가 부서질 정도였다.김욱은 물만두를 하다 더 먹으면서 말했다.“고맙다고 전해 줘.”심유진은 그가 자신을 나무라고 하은설을 칭찬해주자 언짢은 듯 말했다.“오빠는 입이 없어? 직접 가서 말해.”...하은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간병인도 매일 늦게 왔다.심유진은 간병인이 아침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고 집에 식재료도 없었기에 김욱과 밖에 나가서 먹으려 했다.그녀는 회사 근처에 있는 M 가게에 가서 아침밥 2인분을 사서 포장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김욱의 사무실까지 가져다주었다.그녀가 나왔을 때 마리아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좋은 아침이에요, 마리아 씨.”심유진은 웃으며 그녀와 아침 인사를 건넸다.그러자 마리아도 미소를 지으면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은 살짝 어색해 보였다.“좋은 아침이에요. 유진 씨.”심유진은 살짝 의심스러웠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녀는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어제 나은희가 보내준 고객의 정보를 훑어보고 있었다.그때 마리아가 갑자기 그녀와 말을 걸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어요?”살짝 놀란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마리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네. 오늘 집에 별로 먹을 게 없어서 먼저 집을 나섰어요.”“김욱 씨도 아침을 안 드셨어요? 방금 유진 씨가 그에게 아침밥을 사다 주는걸 봤어요.”마리아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네.”심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러면 정말 공교롭네요. 유진 씨와 김욱 씨가 모두 오늘 아침을 먹지 않았다니.”마리아는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 속에는
주디와 그녀의 변호사는 오후 2시 50분에 총재 사무실에 도착했다.그들 둘은 공공 사무실 공간을 지나갈 때도 조금도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 높은 하이힐을 신은 주디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또깍! 또깍!”블루 항공을 떠날 때보다 그녀의 기색은 훨씬 더 좋아 보였다.입고 있는 옷도 원래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브랜드였다.아무리 봐도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심유진의 자리를 지날 때 주디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콧등에 얹은 테가 넓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김욱 씨가 여기에 계시죠?”그녀의 말투는 뜻밖으로 아주 친절했다.심유진이 고개를 들자 주디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심유진은 무슨 상황인지 몰랐지만 그래도 담담하게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네.”“고마워요.”주디는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변호사를 데리고 김욱의 사무실로 향했다.“김욱 씨.”주디는 전에 김욱을 좋아했었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와 마주하니 조금 쑥스러웠다.김욱은 시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일찍 오셨네요.”그는 보고 있던 문서를 닫고 일어섰다.“회의실로 갑시다. 유진 씨도 불러올게요.”“김욱 씨, 잠깐만요. 유진 씨를 불러선 안 돼요.”주디는 급하게 문을 막았다.“그건 왜죠?”김욱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건... 제가 김욱 씨에게 말하려는 일이 유진 씨와 연관되어 있어요.”주디는 고민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그래요?”김욱은 갑자기 호기심에 가득 찼다.그는 아예 의자에 다시 앉아서 여유있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러면 여기서 얘기하죠.”그는 맞은편에 있던 의자 두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으세요.”그러자 주디와 변호사가 의자에 앉았다.“제가 오늘에 온 건... 김욱 씨와 거래하고 싶어서 왔어요.”주디는 용기를 내어 김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무슨 거래요?”김욱이 궁금해서 물었다.“지금 김욱 씨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소식을 알려드릴
김욱은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꾸며낼지 매우 궁금했다.“네.”주디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유진 씨는 원래 블루 항공의 최상급 기밀을 빼내기 위해 모어에서 김욱 씨 곁에 일부러 꽂아둔 사람이에요. 그녀가 블루 항공에 오자마자 저한테 찾아왔어요. 제가 젊고 철없던 시절의 흑역사로 저를 협박해서 자신과 협력하도록 강요했어요.”김욱은 그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주디 씨와 유진 씨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그건 전부 연기였으니까요. 그렇게 해야만 저와 유진 씨 둘 중의 한 사람이 들킨다 해도 나머지 한 사람이 의심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주디가 재빨리 해명했다.“그렇다면 또 말이 되네요.”김욱은 그녀의 말에 설득당하는 척했다.“하지만 제가 그렇게 빨리 회사에서 잘릴 줄은 몰랐어요.”그 일을 생각하니 주디는 원망스러워서 이를 갈았다.“어느 놈이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지 말이에요.”“그건 다 계획에 있었던 게 아니에요?”김욱이 물었다.주디는 눈가가 실룩거리더니 한순간 살짝 당황했다.“아니, 아니에요. 그게 어떻게 계획된 것일 수 있어요? 공교롭게도 유진 씨도 그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을 줄은 몰랐어요.”주디는 다급한 어조로 부인했다.그녀의 이런 반응을 본 김욱은 의심이 갔다.분명히 그녀가 자신 앞에서 한 말은 모두 일찍이 꾸며낸 거짓말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그토록 침착할 수 있었다.그러나 김욱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그녀와 변호사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당황했던 것이었다.일시적인 거짓말을 보태면 필연적으로 더 큰 감정 파동이 있기 마련이다.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김욱은 곧 결론을 얻었다. 주디가 종업원과 충돌이 생겨서 싸우는 동영상 때문에 회사에서 잘렸고, 이것 또한 전부 그들의 계획했던 일이었다.이 단서를 따르면 아마 그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사람을 찾는다면...김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네. 알겠어요. 나에게 더 알려줄 것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