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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으로 돌아갈 날짜가 정해졌다.

심유진은 이틀간 허태준의 집에 머물며 김욱과는 떠나는 날에 바로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상황을 이미 짐작했던 김욱은 그녀한테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심유진 홀로 공항에 나타난 것에 대해 의혹을 품었다.

“별이는 유럽에 안 데려가?”

심유진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별이를 데려가야 했다. 하지만 허태준의 부모님께서 별이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별이가 유럽에 가는 길에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게다가 허태준도 허태서가 무슨 짓을 벌일 줄 모른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심유진은 별이를 안전하게 허태준의 본가에 맡기기로 했다.

“별이가 며칠 더 놀고 싶대.”

심유진은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댔다.

“태준 씨가 나중에 별이를 데리고 올 거야.”

김욱은 계속 캐묻지 않았다.

...

그들은 현지 시간 낮 12시가 넘어서야 유럽에 도착했다.

육윤엽이 재촉하는 바람에 김욱은 시차에 적응할 틈도 없이 회사로 향했다.

심유진도 김욱을 따라갔다.

육윤엽은 사무실 문을 잠그고 커튼을 모두 내렸다.

“제가 총재실의 컴퓨터를 조사해 보라고 정보기술팀에 의뢰했지만 모어 항공과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찾지 못했어요.”

육윤엽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웠다.

“그들이 모어 항공과 어떻게 개인적으로 연락했는지 조사할 방법이 없어요.”

“범인은 분명 우리가 진생 그룹에 준 견적서를 봤을 거예요.”

김욱은 진운생이 준 단서에 따라 짐작했다.

“진생 프로젝트는 제가 직접 담당했고 소문이 새지 않도록 견적서를 윤엽 씨한테만 보내드렸어요.”

“저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육윤엽은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몇 초 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김욱 씨가 저한테 보낸 그 메일을 줄곧 삭제하지 않았는데 누가 해킹했을지도 모르죠.”

이런 추측 때문에 육윤엽은 다시 정보기술팀을 찾았다.

하지만 정보기술팀은 그의 메일이 컴퓨터와 휴대폰 이외의 기기에 접속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즉 해킹을 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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