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의 우중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금세 밝은 미소가 나타났다.“김욱 씨, 고마워요!”그녀는 유난히 감격에 겨워 얘기했다. 그녀의 모습은 심유진이 요 며칠 본 것 중에 제일 희열에 겨운 모습이었다.역시 상금 앞에서 모든 사람은 똑같다.**그들의 음식은 하나하나 올라오고 있었다.심유진과 김욱은 맛있게 먹었다. Maria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여 젓가락질 할 때마다 맑은 물에 한번 헹궈서 먹었다.심유진은 그녀가 힘들게 젓가락질 하고 독약을 삼키듯 음식을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 의혹스레 물었다.“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면서 왜 여기로 오자고 제의했나요?”심유진은 먹는 것에 대해 연구가 깊지 않다. 옛날에 하은설과 둘이 만들어 먹거나 밥을 하기 싫을 때에는 근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곤 했다. 그도 아니라면 호텔에서 대충 끼니를 에웠다. 레스토랑에서 먹을 때는 대부분 고객 접대하기 위함이었고 지점도 그녀의 조수가 대신 예약하였기에 심유진은 머리를 쓸 일이 없었다.오늘도 마찬가지로 Maria가 제의하고 결정했기에 심유진은 돈만 내주면 되었다.“이 집에 와본 적이 없잖아요! 유진 씨와 같이 와서 먹어보고 싶었어요.”Maria는 매워서 연거푸 혀를 내밀었다. 회사 내 얼음공주처럼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말을 하면서도 연신 “쓰읍, 쓰읍” 하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여기가 제대로 한국 맛을 낸다고 하길래 유진 씨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심유진은 감동에 겨워 코끝이 찡해났다.예전 경험으로 인해 심유진은 직장생활에서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Maria가 그녀를 위해 한 일들은 그녀의 인지를 바꾸었다.“너무 맛있어요.”심유진이 말했다.“하지만 저를 맞추느라 무리하지 말아요. 다음에 식사할 때는 우리가 다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요!”“좋아요!”Maria는 말하자마자 또 물 반 컵을 마셨다.**계산할 때 심유진과 김욱은 한참 옥신각신했다.이번 식사는 심유진이 계산하기로 했는데 김욱은
”감히랄게 뭐 있어요?”심유진은 Maria의 반응이 너무 오버되었다고 생각했다.“김욱 씨가 무슨 승냥이나 범도 아니고. 좋아하면 안 되나요?”Maria는 연신 손을 흔들면서 심유진더러 목소리를 낮추게 하였다.“절대 김욱 씨의 귀에 들리게 해서는 안 돼요!”“왜요?”심유진은 김욱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김욱이 사라지자 그제야 계속 물었다.“우리 회사가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잖아요?’심유진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총재 사무실에 마침 한 쌍의 커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커플은 사처에 떠벌리지 않지만 붙어 있을 때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김욱은 평소에 엄격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업무에 관한 태도였다. 여성분이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말라고는 안 하겠지?“쉿!”Maria는 의자를 심유진 옆으로 당기면서 그녀와 더 가까이 앉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더 낮추면서 말했다.“우리 회사 여직원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전 회사 다른 남자들은 다 가능해도 김욱 씨만은 안 돼요.”“왜죠?”심유진은 처음 듣는 얘기다.“김욱 씨가 딱히 명확히 규정하진 않았지만... 예전에 대담한 여직원이 직접 고백하거나 암시하면서 끼 부렸는데 결국 모두 김욱 씨한테 잘렸어요.”선인들의 경력은 Maria를 겁에 질리게 했다.“그리구요, 김욱 씨를 좋아하는 티를 내도 당할 수 있다니까요! 그래서 후에는 더 도전하는 사람이 없어요.”“아...”심유진은 김욱의 이러한 행동거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번뜩 들었다.“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Maria는 몸을 날려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공포에 질려 고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김욱 씨...”김욱은 그들 옆에 서서 Maria를 바라보다가 또 심유진을 바라보면서 이마를 찌푸리면서 물었다.“둘이 뭐해요?”“뭘 하긴요. 그냥 얘기하고 있었어요.”Maria는 심장이 벌렁벌렁하여 멋쩍게 웃으면서 심유진을 놓아주고 곧게 앉았
”궁금해서 묻는데도 안 돼?”심유진이 순순히 대답하지 않자 김욱은 핸드폰을 꺼내는 척했다.“얘기 안 하면 Maria한테 전화 할 거야.”심유진은 황급히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은 뒤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말할게요! Maria를 난처하게 하지 마요!”김욱은 득의양해하면서 그녀의 대답을 내심 기다렸다.“제가 말한 사람은...”심유진은 크게 한숨을 들이마시고 김욱한테 죽을 각오를 하고 말했다.“오빠가 맞아요.”김욱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내는 표정이 전혀 아니었다.“어떻게 이런 결론이 난거지?”김욱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질문했다.“내가 네 앞에서 남자에 대한 흥미를 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하지만 제 앞에서 여자에 대한 흥미를 보인 적도 없잖아요?”심유진은 김욱더러 말문이 막히게 하였다.“오빠를 돌아봐봐요. 사십이 다 되어가는데 여자 친구 하나 없으니 어떻게 달리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김욱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지금 여자 친구가 없는 거지 예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잖아.”“그럼 왜 회사 여직원이 좋아하게 내버려두지 않아요?”심유진은 당당히 의문을 제기했다.“내가 하는 업무에 영향 줄까 봐.”김욱은 여직원들이 그를 꼬시기 위해 사용했던 수법을 회상했다. 눈꺼풀이 뛰고 태양혈이 아파왔다.“툭하면 사무실에 들어와서 커피 따라주고 디저트를 갖다주고. 심지어 옷을 벗고 나를 덮치려고까지 하는데..., 너라면 받아 당할 수 있겠어?”심유진은 그 화면을 상상했다.“아니요.”심유진은 할 말이 없어졌다.“하지만..., 여자 친구를 만들어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이모세요? 고모세요?”김욱은 혐오스런 말투로 말했다.“나도 널 재촉한 적이 없는데 네가 오히려 날 재촉하네?”“재촉하는 게 아니라 걱정하는 거죠!”심유진은 김욱의 말을 정정했다.“아버지는 매일 저에게 선 자리를 소개시켜 주는데 왜 먼저 오빠한테 소개시켜 주지 않죠? 안 되겠네요, 시간을 내서 아버지한테 얘기 좀 해
이성친구랑 밥을 먹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욱이 묘사한 하은설의 반응은 심유진더러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당황하고 어색해 했다라.심지어 그녀를 피하려고 했다니.아무리 봐도 하은설과 그 남자는 보통 친구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심유진은 지체하지 않고 하은설에게 카톡을 보내 심문했다.“무슨 상황이야?”심유진은 하은설의 이름이 입력 중으로 변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난 후 다시 이름으로 변했다.그녀에게서 온 문자도 없었다.그녀를 무시하려나 보다.심유진은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이 시간에 하은설은 아마 식사 중일 것이다. 아니면 “남자 친구”랑 꽁냥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들한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심유진은 영상통화를 걸고 싶은 욕망을 애써 참은 채 카톡을 껐다.심유진이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자 김욱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기쁜가 봐?”“그럭저럭요.”심유진은 경쾌한 말투로 대답하고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심유진은 이런 날이 올 줄을 몰랐다.그녀가 별이를 가졌을 때 하은설은 자신이 철저한 비혼주의자라고 얘기했었다.심유진은 그녀랑 몇 년 동거생활을 하면서 하은설의 곁에 특별히 친밀한 남성이 없는 것도 확인하였다.하지만 하은설이 평소에 로맨스 드라마를 즐겨 보는 행동에서 심유진은 하은설이 사실은 연애를 갈망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하은설의 연애는 순탄하지 않았다. 접촉할 기회가 있어 만나본 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관념에 차이가 있어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늘 싱글이었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다.그런 그녀가 어쩌다 연애할 낌새를 보이다니...심유진은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고 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기에 하은설같은 마귀할멈을 사로잡았는지.**심유진의 감기는 아직 다 낫지 않았기에 집에서 자가격리를 실시하는 중이다.허태준과 별이는 거실에서 레고를 놀고 있었고 심유진은 목욕을 끝마친 뒤 방으로 돌아갔다.중도에 허태준은 심유진에게 뜨거운 물을
심유진은 그들 부자 사이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다른 한 사람에게 관여해야만 했다.**심유진은 열 시 반까지 기다렸다. 하은설이 이때쯤이면 호텔에 도착할 것 같아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뭐해?”이번엔 입력 중이라는 상태도 없이 바로 그녀를 무시한 듯했다.십 분을 기다려도 답장이 없자 심유진은 영상통화를 보냈다. 하지만 응답이 없어 이내 끊어졌다.심유진은 하은설에게 대 여섯 번 전화했다. 아마도 하은설은 짜증이 났는지 전화를 받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심유진, 너 미쳤지?!”심유진은 울려서 아픈 귀를 부여잡고 헤벌쭉 웃으면서 물었다.“왜, 방해되었나?”하은설은 노발대발해서 소리 질렀다.“꺼져!”심유진은 하은설이 소리 지르기 전부터 휴대폰을 멀리에 댔다. 아니면 고막이 터지는 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말해봐.”심유진은 자세를 바꾸어 침대에 기대면서 베개 하나를 허리에 받쳤다.“그 남자 이름은 뭐야? 나이는? 어디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한대?”“심유진, 넌 정말 미친 거야!”하은설은 똑같이 욕을 했지만 이번에는 기세가 꺾였다.“올해 중순쯤 정밀검사를 받아본 후 내가 미쳤는지 미치지 않았는지 결론을 내고, 먼저 네 남자 친구 얘기나 하지. 오늘 저녁에 오빠랑 마주친 그 사람 말이야.”하은설은 이 화제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남자 친구가 아니야. 기껏해야 섹스 파트너야.”“뭐라고?!”충격이 너무 큰 탓에 심유진은 목소리 조절을 하지 못했다. 옆방에서 아이를 재우던 허태준도 이쪽으로 관심을 돌렸다.그는 조급히 그녀의 방문을 열면서 긴장해서 물었다.“왜 그래?”심유진은 멋쩍게 웃으면서 손안의 핸드폰을 흔들면서 말했다.“아니에요, 하은설과 통화 중이에요.”허태준은 알겠다는 듯이 대답하고 걱정스레 그녀를 다시 한번 보고 문을 닫았다.“너네 허 대표는 아직 안 갔네?”하은설도 이쪽 상황을 듣고 심유진한테 물었다.심유진은 그녀가 화제를 돌리지 못하게 막았다.“계속
”첫눈에 반하다.”연애학적으로 보면 참 낭만적인 일이다. 대다수 젊은 남녀가 기대하고 갈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이 매우 작은 일이다. 심유진은 심지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틀렸다.심유진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하은설을 위해 기뻐했다.“세상에! 완전 청춘 드라마가 따로 없잖아?”심유진은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첫눈에 반한 데다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라니, 그야말로 청춘 드라마의 클리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은설의 얼굴도 여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 남자는 어떨지 몰라도...“잘생겼어?”심유진은 격동에 겨워 목소리마저 떨렸다.“음...”하은설은 몇 초 망설이다가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럽게 말했다.“너네 허 대표보다는 못하지만 잘 생겼어. 오관이 너네 허 대표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정교하진 않아. 풍기는 아우라도 전혀 다르고. 허 대표가 차가운 스타일이라면 그 사람은 조금 더 따뜻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하은설의 말투에서 심유진은 하은설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심유진은 혀를 끌끌 차더니 물었다.“너한테 첫눈에 반했다고 하고 너도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이참에 연애를 안 하고?”섹스 파트너라는 것은 결국 불안정한 관계다.“그 사람은 사업이 국내에 있고 또..., 말하진 않았지만, 옷차림새나 행동거지로 봤을 때 간단한 집안 같지 않았어. 연애를 한다면 그 집 사람들이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와 날 죽이려 들걸?”하은설은 자신을 비웃으면서 말했다.“그건 모르지. 그 사람 가족이 날아와서 200억을 주면서 떠나라고 한다면? 넌 그러면 부자가 되는 거 아니야?”“그러네!”하은설도 심유진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그러면 그 돈을 너랑 별이와 나눠야지. 우리 셋이 한평생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네. 너무 좋다!”두 사람은 한참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침묵 하였다.“진짜 좋아한다면 나라가 달라도, 가정 조건이 달라도 다
하은설은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심유진은 그녀의 표정에서 슬픔을 볼 수 있었다.“둘이 아직 연락해?”심유진이 물었다.“연락하지. 별이랑 허 대표가 따로 있을 때처럼 매일 저녁 반 시간씩 영상통화 하고 있어.”하은설은 뒤에 기대면서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은 초점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재미가 없어.”“재미가 없으면 그만둬!”심유진은 하은설을 자극했다.하은설은 심유진을 흘겨보면서 말했다.“왜 그만둬야 하는데? 그 사람과 연락한다 해도 다른 남자랑 잘 수 있는 건데! 그리고 앞으로 더 만날 수도 있을지 누가 알아?”“다른 남자랑 자는 걸 못 봤는데...?”심유진은 유리잔을 깨물면서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뭐래?”하은설은 심유진을 노려보았다.“얼마나 많은 남자가 내 꽁무니를 따라다니는지 알아? 내기할래? 내일부터 한 달 동안 매일 다른 남자를 데리고 와서 잘 거야!”“믿어! 믿지!”심유진은 급히 하은설을 제지했다.“부탁인데 내 아들의 심신 건강을 위해 남자를 데리고 오지 말아 줘!”“그래?”하은설은 눈썹을 치켜들었다.“심유진 씨, 앞뒤가 다르네요!”“뭐가?”심유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너는 남자를 집에 데리고 와도 되고 난 네 아들 심신 건강에 영향 준다는 거야?”심유진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하려 했다.“내가 언제 남자를 데리고 왔어? 허튼소리 하지 마!”“허 대표는 남자가 아니야? 한번 데려왔다 하면 일주일씩 있는데.”하은설은 심유진의 장딴지를 살짝 걷어찼다.“아이고...”하은설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일주일 동안 둘이 진도를 뺐어?”“우리가 무슨 진도를 빼?”심유진은 조마조마하여 술잔을 입에 갖다 댔다. 술을 마신다는 핑계로 하은설의 질문을 회피하려 했다.“짜증 나게 이렇게 회피하고 꾸물거리지만 말고.”하은설은 술잔에 든 와인을 한입에 마시고 말했다.“재결합할 거면 일찍 하고. 그래야 별이도 일찍 온전한 가족을 갖게 될 거 아냐. 재결합하기 싫다면 얘기 잘하고. 그 사람 희망 고문하지 말고,
허태준은 더 이상 심유진 집에 묵지 않았지만 이튿날 아침 제시간에 맞춰 그녀의 집 문 앞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풍성한 아침도 싸 왔다.하은설은 아침을 먹으면서 허태준한테 칭찬을 늘어놓았다.“허 대표님은 진짜 세상 좋은 남자십니다! 마음이 이미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면 제가 모든 곤란을 헤쳐가면서도 따라다닐 텐데!”허태준은 하은설의 칭찬을 받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하은설에 대한 태도도 더 좋아졌다.“하은설 씨는 내일 아침 조식으로 어떤 음식을 먹고 싶나요? 제가 호텔에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심유진은 바싹하게 구운 베이컨을 물면서 슬며시 눈을 흘겼다.하은설도 허태준 앞에서 내숭 떨지 않고 음식 이름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허 대표님, 앞으로 저한테 부탁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허태준은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허태준이 옆에 없자 별이는 저녁에 자는 것이 습관 되지 않아 차에서 한참을 푸념했다. 심유진이 강제적으로 진압해서야 그만두었다.예전처럼 허태준은 별이를 유치원 안까지 데려다주고 심유진은 혼자 차에서 기다렸다.차창을 넘어 별이는 허태준의 손을 잡고 발랄하게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허태준도 별이의 키에 맞춰 허리를 숙이면서 별이의 얘기를 열심히 들었다. 심유진의 가슴은 따뜻해졌고 자기 생각을 더욱 굳게 다잡았다.이십여 분 후 허태준은 유치원에서 나왔다. 심유진이 별이를 데리고 가는 데 걸린 시간의 두 배다.심유진은 허태준이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였는지 알 것만 같았다.“선생님이 또 얘기를 늘어놓으셨죠?”심유진은 팔짱을 끼면서 턱을 들고 장난어린 눈빛과 말투로 말했다.별이의 반 여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심유진과 같은 중년여성과 달리 멋진 남자에 대한 저항력이 높지 않았다. 허태준의 얼굴은 그들한테 있어서 핵무기와도 같은 살상력을 갖고 있었다.심유진은 별이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매번 허태준이 별이를 교실까지 데려다줄 때면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