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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심유진이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어떻게 절 알고 있었던 건데요.”

심유진의 학교생활은 매우 단조로웠다. 좋은 대학에 가면 집에서 독립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 하나 때문에 미친 듯이 공부만 했고 휴식일에도 집에서 책을 보거나 문제집을 풀었다. 공부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니 허태준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게 아니라면 자신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 자신을 알아본건 아닐까 기대하던 허태준은 굉장히 실망했다. 허태준은 그동안 심유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혹여나 자신 역시도 심유진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기대도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심유진에게 자신은 그저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평범한 행인일 뿐이었다.

“로열 호텔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너라는 사람을 알지 못했어.”

허태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주머니에 넣은 손을 꽉 쥐었다. 냉담한 말투로 그는 다시 자신을 속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어디에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나. 그냥 우연히 보게 됐는데 마음에 들어서 배경화면으로 해놓은 거야.”

허태준은 자신이 오래전부터 심유진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마지막 존엄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 말에 설득당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진에서 뒷배경이 조금 흐릿하긴 했지만 분명 고등학교 교문이 보였다. 그러니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학교 학생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중 허태준과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허태준은 우연이라고 했지만 이런 우연은 말도 안 됐다.

“진짜요?”

심유진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내가 왜 거짓말하겠어?”

허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일로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지.”

심유진은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진의 출처를 캐묻는 건 포기하고 심유진은 허태준과 협상에 돌입했다.

“그럼 사진 좀 바꿔주면 안 돼요? 너무 못생겼어요.”

심유진은 정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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