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도 그대로 몸이 굳어졌다. 조금씩 고개를 돌리다가 마침 별이와 눈이 마주쳤다. 별이는 많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심유진이 얼른 허태준에게서 떨어져서 별이에게 해명하려고 하는데 별이가 씩씩 거리며 말했다. “나만 빼고 왜 둘이 안고 있어!” 억울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심유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하지만 허태준은 침착했다. “이리 와.” 별이는 바로 눈을 반짝이며 허태준에게 갔다. 허태준은 노트북을 심유진에게 넘겨주고 별이를 들어 올렸다. 별이는 허태준의 목을 꽉 껴안으며 볼에 뽀뽀를 했다. “아빠가 최고야!”표정이 복잡한 심유진을 보며 허태준이 일부러 물었다. “그럼 엄마는?” “엄마도!” 별이는 눈치가 빠른 아이였기에 당연히 엄마도 놓치지 않았다. 별이가 심유진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엄마도 안을 거야!” 심유진이 피동적으로 끌려갔다. 허태준은 한 팔에 한 명씩 꽉 끌어안았다. 허태준이 한쪽 팔로 심유진의 허리를 감자 심유진이 은근슬쩍 선을 넘지 말라는 눈치를 줬다. 하지만 허태준은 모른 척 별이에게 말을 걸었다.“이제 기분이 나아졌어?”“잠시만!”별이가 휴대폰을 꺼내면서 우물쭈물 말했다.“사진도 찍고 싶어.”“당연히 찍어야지.”허태준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며 심유진을 바라봤다. 별이도 애원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심유진은 사진을 찍는 걸 싫어했지만 두 사람의 공세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래.”별이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들었다.“하나, 둘, 셋! 김치!”별이의 찬란한 웃음과 조금은 어색한 심유진의 웃음,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허태준까지 한 프레임에 가득 담겼다. 별이는 바로 그 사진을 하은설에게 보내주며 말했다.“이 사진 프린트 해줘! 유치원 친구들한테 보여줄 거야.”심유진은 말리고 싶었지만 그동안 별이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받았던 시선들을 생각하니 결국 하고 싶은 말들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별이는 그제야 심유진의 손에 들린 노트북에 주의를 돌렸다.“아빠 꺼야?”“
별이는 얌전히 대답했다. “알겠어.”허태준은 오묘한 표정으로 심유진을 바라보며 친절하게 말했다. “노트북 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 거 써도 돼.” 심유진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고맙지만 필요 없거든요?” 낮에 심유진과 허태준이 같이 자는 모습을 본 별이는 오늘은 꼭 자기도 같이 자겠다고 떼를 썼다. 심유진은 이제 열이 내렸지만 아직도 감기가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기에 혹시 별이에게 감기를 옮길까 봐 한참을 설득했다. 끝내 허태준이 별이와 함께 자는 걸로 타협을 봤다. 심유진은 혼자 큰 침대를 차지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어린아이처럼 침대위에서 뒹굴거려 보기도 했다. 근데 불을 끄고 혼자 조용히 있으니 자신의 숨소리도 느껴지는 이 공간이 유달리 외로웠다. 심유진은 순간 두려워져서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하지만 공허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심유진은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감기약 기운 때문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알람소리를 못 들은 심유진은 출근하기 10분 전이 되여서야 일어났다. 심유진은 화장도 못하고 대충 씻은 다음 다급히 집을 나섰다. 허태준은 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나간 건지 집에 아무도 없었다. 주방 테이블에는 허태준이 준비한 아침과 쪽지가 있었다. “별이 데려다주고 올 테니까 아침 먹고 있어. 데려다줄게.” 하지만 심유진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심유진은 택시를 타고나서야 허태준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미 회사로 출발했어요.” 심유진은 당연히 늦었다. 회사에서 낙하산으로 찍혔기 때문에 심유진은 이미 한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해 보니 자리에 누구도 없었다. 심유진은 Maria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들 어디 갔어요?” Maria는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심유진은 김욱의 사무실에도 들어가 봤지만 역시 사람이 없었다. 육윤엽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분명 정상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게다가 비록 다들 자리에 없었지만 노트북은 켜진 상태였고 가방
고개를 들자 어두운 표정을 한 육윤엽이 보였다. 뒤쪽을 보니 김욱과 Maria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심유진이 서있는 걸 보고 육윤엽이 놀랐는지 멈칫했다. 심유진은 얼른 모르는 사람인척하며 공손하게 인사부터 했다. 육윤엽이 인사를 받으며 친하지 않은 척 자리를 떠났다. 김욱도 멈칫하더니 상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전에 알리지 않고 지각했으니 이번 달 보너스는 취소하겠습니다. 일단 사무실로 오셔서 상황 설명해 주시죠.” 회의실의 직원들은 모두 이 말을 들었다. Maria는 동정의 눈빛을 보냈지만 다른 직원들은 오히려 기뻐했다. 심유진은 얌전히 김욱의 뒤를 따라 사무실까지 들어가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피곤해.” 김욱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잘하는 짓이다.” 김욱과 육윤엽 모두 심유진이 신분을 숨기는 걸 바라지 않았기에 괜히 쓸데없이 피곤한 짓을 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열은 내렸어?” 김욱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마무리하며 말했다. “내렸어.” “하긴, 열이 안 내렸으면 태준 씨가 널 출근하게 내버려 뒀을 리가 없지.” 김욱이 심유진의 패딩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이렇게 입었으면 얼마나 좋아.” “동기들이 촌스럽다고 한단 말이야.” 심유진이 입을 삐죽거렸다.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얼른 적응해야지.” “그럴 필요 없어.” 김욱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곧 회사 관리인이 될 사람이니까 직원들과의 관계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거야. 그러니까...” 김욱이 심유진이 보내준 PPT를 켜면서 말했다. “브리핑할 준비는 다 됐어?” 심유진은 준비한 대로 브리핑을 완벽하게 해냈고 김욱도 매우 만족했다. “감기가 다 나으면 나랑 고객들 만나러 다니자.” 회사 업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자 정식으로 후계자가 되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래.” 심유진은 조금 흥분됐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서류를 붙들고 있는 것보다 외근이 훨씬
Maria는 문자를 확인하라고 눈치를 줬다. 심유진은 그제야 노트북을 켰다. Maria가 보낸 문자가 보였다. “Judy가 해고당했어요. 오늘 아침에 회의도 Judy 때문에 열린 거예요. 엄청 화내셨는데 참석 안 하길 잘했어요.” 심유진은 Judy의 자리를 확인했다. 기둥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요?” Maria가 링크를 하나 보내줬다. 심유진은 그제야 블루 항공내부에도 익명 게시판이 있다는 걸 알았다. 사업에 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중고거래를 하거나 사내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우에 있는 글 한번 봐보세요!” Maria의 문자에 심유진은 댓글이 가장 많은 글을 확인했다. 심유진은 SNS를 자주 하지 않았기에 글 제목을 보고도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 글에 첨부된 영상은 심유진이 그날 식당에서 직접 목격한 광경이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Judy의 신상도 다 공개해 버렸고 댓글은 의견이 분분했다. “나도 아는 사람인데 사람 좋아 보이던데?””나도 아는데 매번 볼 때마다 느낌이 안 좋았어.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것 같더라.” “구체적으로 말해봐. 너무 궁금해!” 댓글에 직원들이 Judy의 업적을 늘어놓았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험담을 하거나 누군가를 괴롭혔다는 내용이었다. 심유진이 알고 있는 Judy의 모습이었다. 심유진은 Maria에게 물었다. “요즘 이 글이 핫해요?” “그럼요!!!!!” Maria의 문자에서 이 글이 얼마나 퍼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Maria는 SNS에 돌아다니는 글들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네티즌들은 Judy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블루 항공에서 Judy를 해고할 것을 요구했다. “Judy가 저희 회사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회사를 욕하는 사람도 많아요. 경쟁사는 이때다 싶어서 저희 회사를 더 억압하고 있고요. 그래서 어제 회장님이 바로 Judy를 해고시켰
솔직히 Judy가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자업자득이었지만 그냥 비판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일자리까지 잃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신상이 다 털렸으니 알아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심유진은 Judy가 평소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기에 이런 후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티즌들은 그녀가 벌을 받기를 원했고 아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녀를 해고시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블루 항공이 네티즌들 눈치를 봐야 하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일이 커지면 회사 명의에도 영향이 가게 되니 이 방법이 가장 확실했을 것이다. Judy가 해고당한 사실을 듣고 심유진이 기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심유진 역시 Judy의 피해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Judy가 블루 항공에서 그렇게 오래 일한 걸 보면 업무 능력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는 말이었다. 심유진은 Judy가 이렇게 회사에서 나가버리면 다른 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다. 심유진이 Maria에게 물었다. “근데 다른 직원들은 의견이 없던가요?””같이 해고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할 말이 있어도 참아야죠. 오늘 퇴근하고 시간 있어요? 같이 저녁 먹을래요? Judy가 해고당한 걸 축하해야죠! 사실 저도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Maria는 Judy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유진은 조금 놀라웠다. Judy가 사람은 그다지 않아도 Maria에게만은 항상 친절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 직원들은 Maria에게 친절했다. 혹시나 회장님에게 고발이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 그럴 것이다. “제가 밥 살게요.” 심유진이 말했다. 지난번에 Maria가 밥을 사줬었기에 이번에는 꼭 대접해주고 싶었다. Maria는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받아들였다. 둘은 한참을 의논하다가 요즘 유명한 식당으로 예약했다. Judy가 없으니 회사에서도 훨씬 더 편안했다. 일부러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동기들은 여전히 심유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으나 애초에 부딪힐 일이 적었기 때문에
심유진은 문을 잡아주며 육윤엽과 김욱이 먼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김욱은 오히려 자신이 문을 잡아주며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심유진이 망설이자 Maria는 심유진의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네 사람 모두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늦은 시간이라 타는 사람이 없어서 1층까지 바로 내려갔다. 그때 김욱이 물었다. “식사는 어디 가서 할 거예요?” “가까운 한식집으로 가려고요.” 미국의 한식집은 사실 대부분 현지화된 음식으로 바뀌어져서 맛있는 집이 적었다. 하지만 회사 근처의 한식집은 정말 맛이 훌륭했기에 유학생들이나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했다. 심유진은 예전부터 그 명성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예전에 살던 곳은 거리가 멀었고 심유진은 요리를 해 먹었기에 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거기로 가시는구나.” 김욱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갑자기 한식이 먹고 싶네요.” 상사의 요구는 보통 아무리 난감해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심유진과 Maria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요.” 다행히 육윤엽은 같이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회사 문 앞에서 육윤엽은 차를 타러 가고 나머지 세 사람은 식당으로 갔다. 김욱이 먼저 걸어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식당이 가깝기도 하거니와 그쪽은 주차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밤바람이 찼기에 심유진은 코를 훌쩍거렸다. 하도 휴지로 코를 풀어서 빨개진 코끝을 보며 김욱이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 약 먹었어요?” 걱정하는듯한 말투에 심유진이 깜짝 놀라서 거리를 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점심에 먹었어요.” 심유진은 Maria의 눈치를 봤으나 Maria는 딱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10분 정도 지나서 식당에 도착했다. 사전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대기할 필요도 없었다. 주문을 마친 다음 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유진과 Maria는 물만 마셔댔고 김욱은 휴대폰
김욱은 그냥 묻는 듯해 보였으나 사실 죄를 묻는 듯하기도 했다.Maria는 육윤엽의 비서이기에 평소에는 일상적인 업무를 하고 있었다. 따라서 육윤엽과의 관계는 총재 사무실 기타 직원보다 훨씬 친한 편이다.육윤엽은 업무에만 몰두하여 직원의 업무 능력에 대한 요구가 높을 뿐 인성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 내에서 위세를 부리는 직원을 용납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비서는 관건적인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즉시 회사 내 중요하지 않지만 처리가 필요한 자잘한 일에 대해 육윤엽에게 보고하는 것이다.Maria도 실책했음을 인지했다.그녀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물컵을 잡고 있었다.“들은 게 있긴 합니다.”그녀는 육윤엽한테 솔직하게 말했다.“육 대표님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제 잘못입니다.”“하지만 그 잘못에 대해 보상했잖아요, 안 그래요?”김욱은 그녀를 암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Maria의 몸은 흠칫했다. 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입은 반쯤 벌려졌으나 한참 동안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무슨 뜻이죠?”심유진도 오리무중이다.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김욱은 태연하게 그녀의 의혹을 풀어줬다.“회사 내부 커뮤니티에 Judy를 폭로하는 게시글은 Maria가 보낸 겁니다.”블루항공 내부 커뮤니티는 자유롭게 활용되었다. 계정은 실명제가 아니었고 내부 IP만으로 회원가입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매 IP는 한 대의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어 IT 부서에서 찾아보기만 하면 게시글 작성자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커뮤니티의 이 게시글은 핫했다. 그래서 김욱도 본 적이 있다. 김욱은 게시물 작성자가 Judy와 원한이 있는 사람이 일부러 선전포고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IT 부서를 찾았건만 작성자는 뜻밖에 Maria였다.“네?”심유진도 똑같이 놀라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Maria에 물었다.“진짜예요?”김욱이 적나라하게 그녀를 까발렸으니 Maria도 부인하지
Maria의 우중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금세 밝은 미소가 나타났다.“김욱 씨, 고마워요!”그녀는 유난히 감격에 겨워 얘기했다. 그녀의 모습은 심유진이 요 며칠 본 것 중에 제일 희열에 겨운 모습이었다.역시 상금 앞에서 모든 사람은 똑같다.**그들의 음식은 하나하나 올라오고 있었다.심유진과 김욱은 맛있게 먹었다. Maria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여 젓가락질 할 때마다 맑은 물에 한번 헹궈서 먹었다.심유진은 그녀가 힘들게 젓가락질 하고 독약을 삼키듯 음식을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 의혹스레 물었다.“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면서 왜 여기로 오자고 제의했나요?”심유진은 먹는 것에 대해 연구가 깊지 않다. 옛날에 하은설과 둘이 만들어 먹거나 밥을 하기 싫을 때에는 근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곤 했다. 그도 아니라면 호텔에서 대충 끼니를 에웠다. 레스토랑에서 먹을 때는 대부분 고객 접대하기 위함이었고 지점도 그녀의 조수가 대신 예약하였기에 심유진은 머리를 쓸 일이 없었다.오늘도 마찬가지로 Maria가 제의하고 결정했기에 심유진은 돈만 내주면 되었다.“이 집에 와본 적이 없잖아요! 유진 씨와 같이 와서 먹어보고 싶었어요.”Maria는 매워서 연거푸 혀를 내밀었다. 회사 내 얼음공주처럼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말을 하면서도 연신 “쓰읍, 쓰읍” 하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여기가 제대로 한국 맛을 낸다고 하길래 유진 씨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심유진은 감동에 겨워 코끝이 찡해났다.예전 경험으로 인해 심유진은 직장생활에서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Maria가 그녀를 위해 한 일들은 그녀의 인지를 바꾸었다.“너무 맛있어요.”심유진이 말했다.“하지만 저를 맞추느라 무리하지 말아요. 다음에 식사할 때는 우리가 다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요!”“좋아요!”Maria는 말하자마자 또 물 반 컵을 마셨다.**계산할 때 심유진과 김욱은 한참 옥신각신했다.이번 식사는 심유진이 계산하기로 했는데 김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