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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허태준은 옅은 회색 생활복을 입고 있었다. 코튼 후드의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져 하얗고 긴 팔을 드러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그는 티슈로 물에 젖은 손을 닦으면서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심유진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따뜻하고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신으면서 별이와 함께 허태준한테로 걸어갔다.

“밥만 먹는데요, 뭘.”

그녀는 어깨에 걸친 가방을 쇼파에 벗어던지고 허태준한테 물었다.

“두 사람은요? 밥 먹었어요?”

“방금 먹었어.”

허태준은 대답했다.

“설거지하는 중이야.”

심유진은 흠칫했다. 시선은 차가운 물에 적셔져 빨갛게 변한 허태준의 손에 머물렀다. 그리고 조급히 알려줬다.

“집에 식기 세척기가 있는데요!”

“식기 세척기라 해도 내 손으로 씻은 것보다 깨끗하지 못해.”

허태준은 덤덤히 말했지만 그의 말에서 꼼꼼한 성격을 볼 수 있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결벽이 어느 만큼 심각한지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적어도 뜨거운 물을 쓰지!”

허태준은 동그랗게 만 종이를 장거리 슛을 해 쓰레기통에 버렸다.

“괜찮아.”

그는 까만 눈동자로 평온하게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안 추워.”

“손이 이렇게 빨개졌는데 안 춥다구요?”

심유진은 화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허태준의 한마디는 심유진을 더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당신 손이 더 빨개.”

심유진은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확실히...자기 손이 더 빨간 것 같았다.

심유진은 조마조마하여 손을 뒤로 감췄다. 하지만 별이가 한쪽 팔을 잡아당겨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맞아요! 엄마 손은 완전 차가워요!”

별이는 일부러 심유진의 말에 반대되게 행동하듯 심유진의 손을 허태준의 손에 가져갔다.

“아빠, 빨리 엄마 손을 따뜻하게 해줘요!”

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허태준은 늘 몸이 차가웠다. 그랬기에 두 손도 항시 차가웠다. 거기다 아까 찬물에 식기를 씻었기에 손은 더 차가웠다.

하지만 그런 손이라도 심유진의 손보다는 따뜻했다.

허태준은 두 눈을 작게 뜨면서 위험한 빛을 내뿜었다.

심유진은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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