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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그는 손을 빼기도 싫었다. 따뜻했던 온기가 사라지니 마음도 차갑게 식었다. 심유진은 이번에 그를 말리지 않았다. 심유진은 아침을 안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별이는 아니었다. 허태준이 아침 메뉴를 준비하는 사이 심유진은 대충 씻고 컴퓨터와 업무 자료를 들고 하은설의 방으로 갔다. 어젯밤에 허태준과 별이 때문에 야근해야 하는 것도 까먹었었다.

열은 이미 내렸지만 아직도 몸살 기운이 있었기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니 일이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심유진은 얼른 노트북을 끄고 서류들을 숨겼다.

“누구세요?”

“나야.”

허태준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죽 좀 만들어왔어.”

그릇에 따끈한 죽이 먹음직스럽게 담겨있었다.

“일단 이거라도 먹고 약 먹자.”

“일단 여기 두세요. 배고플 때 먹을게요.”

심유진은 자신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들킬까 봐 얼른 허태준을 내쫓았다.

“열도 다 내려서 괜찮아요.”

하지만 허태준은 나가지 않았다. 허태준이 예리한 시선으로 심유진을 훑어보다가 심유진 등 뒤의 수상한 물체에 시선을 돌렸다.

“저건 뭐지?”

심유진이 다급히 손으로 가리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허태준은 바로 이불을 걷어버렸다. 쌓여 있는 서류를 본 허태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하고 있었어?”

심유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허태준은 매정하게 모든 물건들을 압수하고 접시를 심유진에게 넘겼다.

“먹어. 안 그러면 이거 다 버려버릴 거니까.”

심유진은 허태준이 말하면 말하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심유진은 죽을 먹고 감기약도 고분고분하게 삼켰다. 하지만 허태준은 그래도 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옆에서 지켜봐야겠어.”

“이미 다 뺏겨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그래도 걱정되면 별이한테 감독하라고 하고 태준 씨는 이만 자요. 네?”

“안돼.”

하지만 허태준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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