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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심유진은 조심스럽게 문에 붙어서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실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가만히 자신의 노트북과 서류들을 가져왔다. 방문을 열자마자 옆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깼어?”

별이가 기뻐하며 말했다. 심유진은 안 좋은 타이밍에 나타난 별이를 보고 조금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허태준도 별이를 따라 나왔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얼른 시선을 돌렸다. 왠지 부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심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때 별이가 먼저 소리쳤다.

“엄마, 입술이 왜 그래?”

심유진이 멈칫했다. 별이는 나이가 어렸기에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넘어졌어? 아니면 모기에 물렸어? 어? 근데 모기는 겨울에 없을 텐데.”

심유진은 얼른 입을 가리고 방으로 도망쳤다. 퉁퉁 부은 입술이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살짝만 만져도 통증이 느껴졌다. 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아마 허태준이 자신이 잠든 틈을 타 이런 일을 벌인 것 같았다. 하지만 별이가 아직 지켜보고 있었기에 심유진은 그냥 억지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거실에 다시 나갔을 때 허태준은 별이와 레고를 맞추고 있었다. 육윤엽이 저번에 사 온 마을 모형이었다. 별이 혼자 했을 때는 며칠을 만들어도 10분의 1 밖에 만들지 못했었는데 둘이 함께 하니 이미 얼추 모형이 완성되고 있었다.

“엄마, 아빠 완전 대단해!”

별이가 심유진에게 자랑했다.

“아빠가 이거 만들어줬어. 내일 유치원에 가져가면 다들 부러워할 거야. 우리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줘야지.”

심유진은 웃으면서 그런 별이를 지켜봤다. 심유진이 다가오자 허태준이 탁자 위의 마스크를 쓰라고 눈짓했다.

“일단 이거 써. 애도 있으니까.”

허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이 다시 심유진의 입술에 머물렀다. 심유진은 바이러스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업적을 가리기 위해 쓰라는 건지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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