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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심유진은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때의 불쾌한 기억 때문이었다. 심씨네 집안은 나름 잘 사는 집이었기에 카메라가 금방 보급되기 시작했을 무렵 소학생이었던 심연희도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이는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심연희가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닐 때마다 심유진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카메라 필름은 20장 밖에 없었고 집안에는 암실도 없었으며 당시에는 사진관도 매우 적었다. 그래서 심연희는 사진을 잔뜩 찍은 다음 기사님에게 부탁해서 몇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사진관까지 가서 사진을 뽑아왔다.

심연희는 나이가 어렸기에 카메라를 그저 장난감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도 대충 찍었고 찍은 사진들을 보면 초점이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낭비한 필름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심연희는 신경 쓰지 않았고 집안사람들은 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영은이 그 사진들 중 심유진이 흐릿하게 찍힌 사진을 들고 와서 욕설을 퍼부었다.

“필름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왜 옆에서 알짱대고 난리야. 널 낳지 말았어야 했어. 우리 집 돈만 축내는 주제에.”

사영은은 그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던졌다. 그때 사영은의 눈빛을 심유진은 평생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심유진은 한 번도 심연희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훔쳐보지 않았다.

누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 할 때마다 심유진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거부감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니 허태준의 배경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 사진도 무조건 몰래 찍은 사진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심유진은 허태준이라는 사람을 몰랐다. 그럼 이 사진은 어떻게 얻은 걸까.

심유진은 그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컴퓨터를 끄고 업무부터 시작했다. PPT를 완성하고 복사본도 여러 곳에 저장해 둔 후 김욱에게 전송하고 나서야 심유진은 안심하고 노트북을 껐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Judy가 삭제할 방법이 있을지 지켜보고 싶었다.

노트북과 파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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