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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허태준의 따뜻한 몸 때문에 심유진의 얼어붙은 손은 조금씩 온도를 되찾기 시작했다.

심유진은 시름이 놓였다.

“이제 가도 되죠?”

그녀는 허태준한테 물었다.

허태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그녀의 손을 옷 속에서 빼냈다.

“목욕물을 받아놓을 테니 목욕해.”

그는 말하면서 별이한테 임무를 안배해 줬다.

“엄마한테 판람근을 탄 물을 갖다주고 다 마실 때까지 감독해.”

“네!”

별이는 임무를 받자마자 총총 뛰어갔다. 심유진이 막아서려야 막아설 틈도 없었다.

허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 마시고 욕실로 가.”

**

허태준은 이미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넣었다. 판람근의 위치도 별이한테 이미 알려주었다.

별이는 조심스레 보온병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심유진 곁으로 다가왔다.

“엄마, 빨리 마셔요!”

별이는 보온병을 심유진의 손에 쥐어주었다. 별이는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심유진의 무릎을 베고 누워 고개를 들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허태준의 임무를 엄격히 집행하는 듯했다.

판람근의 쓴 향에 심유진은 이마를 찌푸렸다.

심유진은 별이한테 장난쳤다.

“너무 쓴데, 안 마시면 안 돼?”

“안 돼요!”

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심유진의 장난에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 마셔야 해요!”

심유진은 욕실 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을 보자 소리를 낮춰 별이와 협상했다.

“지금은 아빠가 우리 둘 대화를 듣지 못하니 이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주방에 가서 약을 다 버리고 아빠한테 비밀로 하자. 응?”

별이는 심유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바닥에서 일어난 후 슬리퍼를 끌면서 욕실로 총총 달아갔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심유진은 별이가 허태준한테 고자질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 엄마가 또 말을 안 들어요! 약을 안 먹겠대요! 약을 슬그머니 버리겠대요!”

심유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 아들놈을 괜히 키웠어.

일 분 후 허태준은 별이의 손을 잡고 나왔다.

허태준의 차가운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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