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54화

Penulis: 차차
last update Terakhir Diperbarui: 2024-02-19 18:00:00
직원들은 저마다 태도가 달랐다. 남자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심유진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젓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 직원들도 웃고 있긴 했지만 진심 어린 웃음인 것 같지는 않았다. 심유진은 그들이 자신에게 묘한 적대심을 품고 있음을 느꼈다.

심유진은 이런 적대심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심유진의 업무내용은 그들과 완전히 달랐기에 그들의 자리를 위협할리는 없고 오늘의 옷차림도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그냥 못 본척하며 예의 있는 모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김욱의 사무실은 육윤엽 바로 옆이었고 이 층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지난번에 심유진을 안내해 준 비서는 그녀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보자마자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인사했다.

“육윤엽 씨를 찾아오신 건가요?”

김욱은 고개를 저으며 옆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김욱 씨를 만나러 왔어요.”

“전화해 드릴까요?”

“아니요, 이미 연락했어요.”

”알겠습니다.”

비서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호출해 주세요. Maria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심유진은 인사를 하고 김욱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심유진이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남자 직원이 비서에게로 다가왔다.

“아는 사이에요?"

Maria는 육윤엽의 비서로서 차가운 성격으로 유명했다. 평소에 다른 직원들한테도 쌀쌀맞은 사람인데 새로 온 직원에게 따뜻할 리가 없었다. Maria는 다시 평소처럼 차가운 얼굴로 돌아왔다.

“당신이랑은 상관없는 일일 텐데요.”

남자 직원은 머쓱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김욱은 심유진이 들어온 걸 보고 하던 일을 내려놓고 심유진을 부축했다. 잔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화하라니까. 내가 데리러 간다고 했잖아.”

심유진은 강제로 소파에 앉으면서 어김없이 과한 걱정을 하는 김욱을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걷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오빠가 그렇게 나 챙기면 직원들이
Bab Terkunci
Membaca bab selanjutnya di APP

Bab terkait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55화

    김욱은 심유진을 부축해서 나온 다음 파일을 심유진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Maria.”김욱이 불렀다.“혹시 팬이랑 노트 남는 거 있을까요? 유진 씨한테 좀 빌려줬으면 하는데.”Maria는 친절하게 물건들을 심유진의 자리에까지 가져다주었다.“일단 이거라도 쓰세요.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감사합니다.”심유진이 펜과 노트를 건네받았다. 김욱은 심유진에게 신신당부했다.“뭐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내 사무실로 와.”김욱과 심유진은 한국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Maria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Maria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자 김욱은 그 시선을 느꼈는지 Maria에게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어요?”Maria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심유진은 김욱이 건네준 파일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략 훑어보니 각부문에서 업무 현황에 대해서 정리한 자료인 것 같았다. 심유진은 경주 킹 호텔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업무를 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적응할 수 있었다. 20분 후 육윤엽과 김욱이 동시에 사무실에서 나왔다. 심유진과 Maria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먼저 눈이 갔다. 차갑기만 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려고 하자 심유진이 눈빛으로 경고를 보냈다. 육윤엽은 재빨리 표정을 관리했다.“회의하러 가죠. 육윤엽이 말했다. 심유진과 Maria는 육윤엽의 뒤에 따라붙었다. 육윤엽과 김욱은 걸음 속도가 매우 느렸다. Maria는 처음에 왜 이렇게 느리게 걷는지 궁금했으나 조금 어색한 심유진의 걸음걸이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오전 내내 회의가 열렸고 심유진이 적은 필기는 어느새 A4용지 여러 장을 가득 채웠다. 회의 기록을 맡은 Maria보다 훨씬 필기를 많이 했다. 육윤엽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나서야 심유진은 이런 큰 회사를 관리하는 것이 호텔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회의가 끝났을 때는 이미 점심 휴식 시간이었다. 육윤

    Terakhir Diperbarui : 2024-02-19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56화

    Maria는 식당에서 밥을 포장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마침 다른 직원들을 마주쳤다. 그중에서 Maria와 비교적 친한 한 직원이 그녀에게 물었다.“Maria, 오늘 새로 온 그 비서 말인데 혹시 뒷배경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Maria의 선배, 즉 육윤엽의 전 비서는 육윤엽의 사생활을 실수로 폭로해버려서 회사에서 사직당하고 말았다. 육윤엽이 손을 써놓았기에 미국에서는 아예 취직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고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Maria는 육윤엽과 김욱의 사생활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저도 몰라요.”Maria가 말했다. 그때 한 직원이 Maria의 손에 들린 음식에 주의를 돌렸다.“누구한테 가져다주는 거야?”평소에 육윤엽과 김욱이 자주 먹는 식당의 포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도 자연스럽게 새로 온 비서의 점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Maria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다른 직원들은 얼른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한 마디씩 했다.“그 직원이 가져다 달라고 한 거야? 아니면 김욱 씨가 부탁한 거야?”“에이 설마, Maria는 회장님 비서지 그 직원 비서가 아닌데 뭔 이런 일까지 하겠어.”“뭔가 보통 사람이 아닐 것 같아. 회사에 들어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도 김욱 씨가 사람을 데리고 온 걸 본 적이 없어. 둘이 보통 사이가 아닌가 봐”“나이도 적은 것 같지 않던데 진짜 촌스럽게 입었더라. 대체 김욱 씨는 그 여자 어디가 좋은 거지?”“누가 알아 보통 남자들이랑 취향이 다른가 보지.”Maria는 그들의 수준 떨어지는 대화를 한참 참고 있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에 경고했다.“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앞으로 입 조심하세요.”다들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모든 일이 평온하게 흘러갔다. 심유진은 다른 일을 할 게 없었기 때문에 계속 자리에서 김욱이 줬던 파일만 훑어봤다. 김욱과 육윤엽은 여러 번 심유진의

    Terakhir Diperbarui : 2024-02-19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57화

    먼저 심유진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그 금발의 여성직원 같은 경우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심유진의 다른 팔을 감싸고는 웃으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Judy예요.”향수냄새가 코를 찔러서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 Judy는 혹시 침이 자신한테 튀기라도 할까 얼른 몸을 뒤로 피했다. “쯧.” Judy는 휴지를 꺼내 방금 심유진을 만졌던 손과 자신의 가방을 포함해서 몸 곳곳을 닦았다. 심유진과 Maria가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눈빛이 느껴지자 그녀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결벽증이 좀 있어서.” 심유진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세상에서 결벽증이 가장 심한 남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괜찮아요.” 심유진은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얘기했다. Judy는 심유진과 아무런 스킨십도 없이 나란히 걷기만 했다. “혹시 김욱 씨랑 친하세요?” Judy가 넌지시 물어봤다. Maria가 경고의 눈빛을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조금 난감했다. 김욱과 충분히 거리를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눈치를 챈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요. 오늘 처음 뵙는 분이세요.” 심유진은 모르쇠를 댔다. Maria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Judy는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계속 질문을 했다. “김욱 씨가 직접 데리고 오신 거예요?” “네.” “김욱 씨가 한 번도 여자 비서를 고용한 적이 없었거든요. 유진 씨가 첫 번째예요.” 아무리 둔감한 심유진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저 말에 섞인 적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육윤엽 씨 비서예요. 김욱 씨 비서가 아니라.” 심유진이 틀린 곳을 시정했다. “그리고 전 김욱 씨가 제 실력을 보고 절 입사시켰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심유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당당하게 얘기했다. 다행히 Judy는 더 이상 아

    Terakhir Diperbarui : 2024-02-20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58화

    별이는 Freddy와 같은 유치원이었는데 반이 달랐다. 그러니 평소에 유치원에서는 만날 일이 적었고 가끔 등교하거나 하교할 때만 만나서 몇 마디를 나누는 게 다였다. 그리고 지난번 그 일이 생긴 후에는 이런 간단한 교류조차도 하지 않았었다. 심유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이런 보복성 행동은 유치하고 옳지 않은 행동이지만 별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한 행동도 아니었다. 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서 기분이 좋았어?”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제 Freddy는 다시 나한테 아빠가 없다는 말을 못 할 거야.”심유진은 마음이 아팠다.“그래.”심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켰다. 허태준은 이 대화에 끼지 못 했다. 차 안의 분위기 때문에 허태준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별이가 자세를 고치고 앉아서는 안전벨트를 했다.“아빠, 이제 집에 가는 거야?”허태준이 시동을 걸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별이는 실망한 듯 보였다.“왜 그래?”시무룩한 별이의 표정을 보며 허태준이 물었다.“영화 보고 싶어.”별이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허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눈빛으로 심유진의 의견을 물었다.“그러자.”심유진은 거절하지 않았다.“아싸!”별이가 신이 나서 몸을 들썩거렸다. 평일 밤에는 영화관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별이는 요즘 가장 핫한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다른 친구들의 이미 다 봤기에 친구들이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별이는 대화에 끼지 못하고 옆에서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심유진은 그 말을 듣고 미안해하며 별이에게 입을 맞췄다. 분명 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겠다 결심했는데 결국 별이에게는 항상 사랑이 부족했다. 하지만 별이는 전혀 속상한 기색 하나 없이 내일부터 자신도 친구들의 대화에 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만 했다.그때 허태준이 영화표를 사서 돌아왔다. 손에는 콜라 세 병과 팝콘까지 들려 있었다. 팝콘

    Terakhir Diperbarui : 2024-02-20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59화

    Allen은 허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잠시 멈칫하고 나서 Allen은 심유진 쪽으로 다가왔다. Freddy는 지난번 그 일 때문인지 계속 쭈뼛쭈뼛 거리며 Allen뒤에 숨었다.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영화 보러 왔어요?”심유진은 자신이 아직도 지난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지가 않아서 먼저 말을 걸었다. “Freddy네 반에서 공연을 하는데 이 영화내용이 주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밤은 피아노 수업을 취소했어요.” Allen은 심유진과 대화를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허태준을 힐끔거렸다. 그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이분은?”심유진은 이 질문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직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유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별이가 먼저 말했다. “우리 아빠에요.”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별이에게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허태준이 별이를 꽉 끌어안았다. 비록 유치원에 Freddy를 데리러 갔을 때 별이 아빠에 대한 얘기를 듣긴 했지만 아직도 의심하고 있는 상태였다. 심유진과 몇 년을 같이 일했는데 아직 애인이 있는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이의 애칭을 부르고 별이도 따르는 걸 보면 가짜인 것 같지는 않았다. Allen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금방 뭔가 떠오른 게 있는지 심유진에게 물었다. “혹시 전남편?” 심유진에게 아들이 있는 걸 보면 분명히 이미 깨진 인연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허태준이 그저 전남편일 뿐이라면... Allen은 경각심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번에도 심유진은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허태준이 심유진의 어깨를 팔로 감쌌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주도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심유진을 품에 안은 허태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남편 아니고 그냥 남편입니다.” Allen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는 얼른 심유진에게 확인을 하고 싶었다. “사실이에요?”심유진 역

    Terakhir Diperbarui : 2024-02-20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60화

    같은 영화를 예매했기에 영화관 안에서 그들은 또 마주쳤다. Allen과 Freddy는 심유진네 앞줄에 앉았는데 좀 전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인지 아니면 다른 관객들이 신경쓰여서 그런지 그들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심유진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영화관의 조명이 꺼지고 Allen과 Freddy의 모습도 이제 보이지 않았다. 심유진은 조금 지루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별이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영화는 이미 끝나있었다. 앞자리의 관객들은 이미 다 빠져나갔고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별이는 아직도 다 못 먹은 팝콘통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심유진을 원망했다. “엄마, 자면 어떡해.” 심유진은 하품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목소리에 아직도 졸음이 가득했다. “미안미안.” 심유진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허태준이 보이지 않자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아빠는?” “화장실 갔어.” 별이가 말했다. “깨우지 말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가버려서...” 별이는 조용히 기다렸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관에 사람이 적어지고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데다가 아빠도 돌아오지 않으니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심유진은 가방을 챙기고 별이의 손을 잡았다. “아빠 찾으러 가자.” 입구에 나가자마자 허태준을 마주쳤다. “깼어?” 심유진은 조금 창피해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별이가 허태준의 손을 잡으며 입을 삐죽거렸다. “아빠 왜 이제와.” 허태준은 대충 얼버무리고는 심유진에게 물었다. “집에 갈까? 아니면 좀 더 놀래?”심유진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9시가 되고 있었다. 집에 가서 씻고 준비하면 10시가 될 것 같았다. 별이는 내일 학교에 나가야 하고 자신도 출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일찍 자야 했다. 별이가 아쉬워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집에 가자.”허태준은 별이를 재운 다음 약을 들고 심유진의 방으로 들어왔다. 심유진은

    Terakhir Diperbarui : 2024-02-20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61화

    허태준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안돼.”심유진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침대에 앉았다. 허태준은 능숙한 손길로 심유진의 바지를 걷어 올렸다. 심유진은 원래 피부가 하얬는데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에 피부에 더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허태준은 눈빛이 더 깊어졌다. 차가웠던 손이 후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허태준의 마사지는 강도가 너무 세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았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점심에 김욱이 해 준 거에 비하면 양반이었다.“혹시 마사지하는 법에 대해서 배운 적 있어요?”심유진이 궁금해하면서 물었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못 물어본 문제였다.“배운 적은 없어.”허태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근데 원래 아파 본 사람이 이런 것도 잘해.”심유진이 멈칫했다. 허태준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이 겪었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태준 씨 신분이면 어릴 때부터 주변에 보디가드들이 쭉 깔렸을 거 아니에요. 근데 왜 다쳤어요?”“우리 집 상황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허태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삼촌 두 분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날 없애고 싶어 했어.”허태준은 허태서보다 몇 년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서열 2위였다. 원래 둘째 삼촌은 자신의 아들이 장손이 되어서 당당하게 YT 그룹을 물려받을 줄 알았는데 어르신은 계속 물러서지 않으셨고 은근히 첫째네 집안을 더 아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었다. 그래서 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은 연합하여 여러 번 허태준의 어머니가 유산하도록 계획을 세웠으나 다행히 어머니가 매번 위기를 넘겼기 때문에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서 허태준이 태어난 후에는 허태준을 없애기 위해서 또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결국 어르신이 그 꼴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허태준을 자신의 옆에 붙여뒀기 때문에 그들도 허태준을 죽이려는 계획을 취소했다.어르신은 허태준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끔 무술, 태권도, 권투 등 여러 재능을 배우게 했다

    Terakhir Diperbarui : 2024-02-21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762화

    키보드를 오래 친 탓인지 굳은살이 박인 손이 심유진의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찌릿한 전류가 둘 사이에 흘렀다. 심유진은 얼굴이 빨개져서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다. 허태준은 심유진이 발을 빼려는 줄 알고 얼른 발목을 잡았다. “움직이지 마. 약 침대에 다 묻겠다.” 심유진은 몸이 굳어서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허태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심유진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고 화제를 돌렸다. “첫 출근인데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아?””괜찮아요.”심유진이 허리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허리가 좀 아파요.”예전에 호텔에서 일을 할 때는 온 하루 앉아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더군다나 다른 직원들처럼 방석 같은 것도 준비해 가지 않아서 오늘 하루 종일 앉아 있으려니 매우 힘들었다.“안마해줄까?”허태준이 말을 하면서 손에 묻은 약을 닦았다. “아니요!”심유진이 다급히 손을 저었다.“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요.”심유진은 허리가 민감했다. 허태준이 발목을 터치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허리를 안마해 준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다행히 허태준도 강요하지 않았다.“그럼 일찍 자.”허태준이 아쉬워하면서 말했다.“내일도 허리 아프면 말하고.”“알겠어요.”심유진은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무리 아파도 절대 얘기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다음날이 밝았다. 아침의 풍경은 여전히 어제와 똑같았다. 하은설이 없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외출하기 전 심유진은 허태준과 별이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고 패딩 대신에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안에는 보온 기능이라고는 아예 없는 얇은 흰색셔츠와 정장 바지를 매치했다. 이런 착장을 또 신발로 망칠 수는 없었다. 발목의 붓기도 이제 다 내렸기 때문에 심유진은 과감하게 하이힐을 골랐다.허태준과 별이가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심유진은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며 가방을 들고 신속하게 집에

    Terakhir Diperbarui : 2024-02-21

Bab terbaru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