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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허태준은 심유진보다 먼저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고 팔을 내밀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팔에 지탱하며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으려고 했는데 집안 두 남성의 닦달하에 결국 편안한 털부츠로 갈아 신었다. 다행히 바지가 충분히 길었기에 오늘 착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발이 어느 정도 가려졌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패딩 지퍼를 목까지 올려줬다.

“바람이 차네.”

허태준이 말했다. 심유진이 못마땅하다는듯한 표정을 짓자 허태준은 아이를 달래듯 말을 보탰다.

“말 들어.”

심유진은 그 말에 또 얼굴이 붉어져서 허태준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하루동안 휴식한 데다가 외출 전 허태준이 마사지를 해줬기 때문에 발목의 붓기도 이제 많이 내렸다. 하지만 걸을 때는 아직도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유진은 허태준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혼자서 절뚝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심유진을 쳐다봤다. 김욱이 사전에 사원증을 제작해서 줬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출근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심유진은 괜히 김욱에게 전화 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엘리베이터 안은 꽉 막혀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심유진의 몸에서 풍기는 고약한파스냄새에 다들 코를 틀어막았다. 엘리베이터 안은 사방이 유리였기에 심유진은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심유진은 모르는 척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개 층에서 멈춰 서고 나니 이제 엘리베이터 안에는 심유진을 포함해서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한 사람은 금발에 명품옷을 입은 굉장히 예쁜 여성분이셨는데 몸매도 매우 좋았다. 그녀도 심유진과 마찬가지로 대표 사무실이 있는 꼭대기층으로 가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마자 그 여인은 심유진보다 먼저 내렸다. 심유진은 그녀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면서 은은하게 비웃는 소리를 낸 걸 들은 것 같았다. 심유진은 자신의 차림을 다시 한번 살피면서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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