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를 두고 허태준을 이겼다고 생각하니 심훈은 자아도취를 했다.미리 연락을 돌렸던 배우들한테도 다시 한통한통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똑같은 대사로 허세를 부렸다.“방금 드림 파라다이스 대표와 밥을 먹었습니다. 제앞에서 굿티비와 과의 합작을 미뤘답니다. 저희 에 신심이 더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스티븐·딜리오감독한테 영화제작을 맡긴다고 합니다! 스티븐·딜리오를 아시나요? 그 유명한 판타지영화 감독 말이예요. O상만 두번 받고 GPA도 세번이나 받았고 다른 상은 수도 없이 많이 받았죠...”소식은 업계내에 재빨리 전파되었다. 심훈이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을 한다는 얘기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희열엔터의 사정이 아직 좋지 않은지라 그가 진짜로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을 한다는 소식을 믿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굿티비에서는 오후에 금방 소식을 배포했다. >의 후기제작은 드림 파라다이스가 맡기로 한다는 소식이었다. 굿티비는 CY그룹 소속이라 신빙성이 더 높았다.그래서 일부는 심훈을 비꼬았다.“됐네요! 저러다 뒤통수나 맞겠지!”심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뒤통수를 맞을 사람이 누가 될지 어디 두고 보자고!”**하루도 채 가지 않아 인터넷에는 굿티비와 드림 파라다이스가 합작하여 >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퍼졌다.네티즌들은 반가워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부 LY 레전드의 팬들은 유감을 표시했다—하지만 유감일 뿐이었다.드림 파라다이스와 LY 레전드는 HW에서 나란히 선 회사였다. 어느 회사에서 영화를 제작하든 효과는 서로 못지 않을것이다.이 뉴스는 트위터 랭킹에 하루종일 걸려있었다. 적지 않은 스타의 스태프들이 심훈한테 전화로 따졌다.“드림 파라다이스가 당신들과 합작을 한다면서요? 왜 또 굿티비와 합작을 한다고 하죠?”심훈도 확답을 줄수 없었다. 그래서 황급히 프랭크한테 전화를 했다.프랭크는 당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하여 저녁 늦어서야 전화가 통했다.프랭크는 상당히
”심대표님, TL엔터의 위대표한테서 금방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으신지 물었습니다.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심대표님, XY엔터 유대표님이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따님분이 토요일에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결혼식에 참석해달라고 하셨습니다.”“심대표님, TD엔터 작은 방대표님이 우리 영화에 200억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부족하다면 더 할수도 있다고 합니다.”......심훈과 스티븐·딜리오가 만난 후 정남일이 하루동안 심훈의 사무실을 찾아온 횟수는 지난 몇개월의 횟수보다 더 많았다.심훈은 여태 아껴두었던 시가를 피면서 다리를 꼬고 앉아 우쭐댄 얼굴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작은 방대표한테 가서 우리 프로젝트는 400억부터 투자가 가능하다고 전해. 명액에 제한이 있으니 먼저 투자하는 자가 임자라고 해.”심훈은 태연하게 얘기했다. 세상을 발아래에 밟은것처럼 우쭐댔다.정남일은 기쁜 얼굴을 하고 서둘러 나갔다.정남일은 자신의 인생에 이런 역전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사실 그는 이미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고 이번달만 지나면 이력서를 제출하려고 했다.다행이다.이번 프로젝트는 모든것이 순리로웠다. 심훈은 심지어 원재의 실종에 대해 따지지도 않았다. 회사를 다시 조정하면 그에게 부대표 직위를 주겠다고 했다.그는 매일 승진을 하고 월급 인상을 받으면서 정상에 올라서는 꿈을 꿨다. 자다가도 웃으면서 깨어날 지경이었다.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TD엔터의 작은 방대표한테 전화를 해 심훈의 말을 전달했다.상대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한테 상당히 예의를 차렸다.“정조수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녁에 시간이 되신다면 식사나 같이 하시지 않겠습니까?”정남일은 작은 방대표가 자신한테서부터 수를 쓰려 한다는것을 알아차렸다.필경 사람들의 눈에 그는 심훈의 유일한 심복이고 심훈이 제일 믿고 쓰는 사람이기때문이다.정남일은 지금 여러 대표들한테 깍듯하게 대접을 받아 붕 떠있다. 자신의 인맥도 쌓으려는 생각이 생겼다. 친구가 하나라도 많아지
회사가 오픈을 하자마자 사영은이 찾아올 줄이야.정남일은 심훈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들어오자마자 담배냄새가 났다. 하지만 품질이 상급인 시가였기때문에 냄새는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었다.심훈은 농염한 연기속에 앉아있었고 손으로 담배를 털었다.“또 누가 날 찾는데?”그의 입꼬리는 높게 올라갔지만 담담한척 했다. 하지만 눈속의 의기양양한 기색은 감출수 없었다.정남일은 이초동안 멈칫하다가 사영은의 이름을 댔다.심훈의 입꼬리는 내려앉았다. 얼굴색은 삽시간에 차가워지더니 혐오감까지 나타났다.“경비더러 쫓아내라고 해.”그의 냉담함은 정남일더러 한순간 벙 찌게 했다. 이윽고 심훈은 크게 소리질렀다.“어서 나가지 못해?!”“네, 심대표님. 지금 바로 나가보겠습니다.”정남일은 급급히 달려나가 빌딩 경호실에 전화를 해 경비들을 불러오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지시가 안내데스크에 도달하기도 전에 복도 끝쪽 문어구쪽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들어가시면 안됩니다!”—안내데스크 아가씨는 급해서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비켜!”—사영은은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귀찮은듯 분노하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은 몇 없었기에 소란을 듣자 모두들 업무를 그만두고 이쪽을 바라보았다.정남일은 생각했다. 심대표한테 이 일이 들리면 안된다고.그는 급히 문어구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웃으면서 사영은을 막아나섰다.“사모님, 심대표님은 지금 바쁘세요.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하네요.”사영은은 정남일을 알았다. 하지만 두사람의 얄팍한 감정은 사영은을 막을수 없었다.사영은은 정남일을 밀치면서 말했다.“꺼져!”그리고는 안으로 쳐들어갔다.정남일은 성인남성이다. 그래서 사영은한테 손을 대지 못했다. 정남일은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청했다.“잡아!”안내데스크 아가씨는 사영은의 허리를 안았다. 사영은은 안내데스크 아가씨의 손을 끌어냈다. 긴 소톱은 아가씨의 손등을 긁어 몇가닥의 핏기가 나타났다.아가씨는 울면서 손을 놓았고 사영은은 다시 안으로 쳐들어갔다.안내데
심훈은 진작에 밖의 소동을 들었다. 하지만 사영은의 그런 스캔들이 폭로됨으로 하여 심훈은 지금 얼굴을 들고 다닐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다 사영은은 지금 아무런 이용가치도 없으니 심훈은 그녀를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이 시점에서 사영은과 이혼을 하게 되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어 안좋은 소리만 듣게 될것이 뻔하니 그는 사영은의 심씨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아직까지 쓰게 두었다.사영은한테서 신경을 끌수는 있어도 심연희는 어쨌거나 그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그래서 심연희한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그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만 있을수 없었다. 시가의 불을 조심스레 끄고 옆에 놓은채 심훈은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밖은 엉망진창이었다.파일, A4용지 그리고 그옆 자잘한 자갈과 흙, 그옆에는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깨진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펑.”또하나의 화분이 심훈의 발옆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나른하고 습한 흙이 심훈의 빛이 나는 까만 구두를 덮었다. 한줌의 흙은 심훈의 신안에까지 들어와 그의 발을 아프게 했다.심훈은 깜짝 놀랐다. 사영은의 독기어린 얼굴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뭐하는 짓이야?!”그는 크게 소리질렀다.사영은은 집어던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내가 무슨 짓을 하냐고?”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무심코 집어든 노트북을 심훈한테 던졌다.사람들의 비명소리속에 심훈은 제때에 비켰다. 노트북은 쾅하는 소리와 같이 바닥에 떨어졌다. 스크린은 어둡게 변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내 기획안!”한 여직원은 울음을 터뜨릴번했다.사람들은 동정과 안타까움을 표했으나 사영은은 보는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심훈을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심훈 이 양심도 없는 개자식! 이제 재기를 하니 나랑 연희를 나몰라라 하는거지!”심훈의 얼굴색은 새까맣게 변했다.사영은은 그와 결혼해서부터 줄곧 그의 앞에서 큰소리조차 내지 못했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무례하게 군적이 한번도 없었다.심훈은 자신의 권위가 침해를 받은것 같았다.하지만 사람들 앞
”살려줘! 살려줘요!”심훈의 사무실은 크지 않고 소음작업을 할수있는 설비도 없어 사영은의 울부짖는 소리는 다른사람들의 귀에까지 들렸다.정남일은 자신이 나간지 몇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일이 이렇게 될줄을 몰랐다.사무실밖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어떻게 해야할줄을 몰랐다.“이러다가 심대표님이 마누라를 때려죽이겠는데...”“들어가서 말려야 하는거 아냐? 이러다 목숨이 날아가면 안되는데.”“니가 말리든가! 나는 못말려!”......토론은 한창이었다. 결국 들어가서 말리는 일은 심훈이 가장 아끼는 심복, 정남일이 맡게 되었다.“정조수님 부탁해요!”“정조수님, 화이팅!”......정남일은 괜히 들어갔다가 심훈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봐 두려웠지만 사영은의 울부짖음소리가 점점 미약해져 그의 공포감도 더욱 깊어져갔다.경비실에서 보내온 경비들은 늦게 도착하였다. 사무실의 혼란스러움을 보자 급히 물었다.“사람들은요? 다 어디갔어요?”정남일은 그들한테 얘기했다.“먼저 밖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이따가 다시 부를게요.”경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남일과 다시한번 그들이 필요없다는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물러섰다.정남일은 심훈의 사무실 문에 노크를 하면서 다급하게 불렀다.“심대표님! 심대표님! 경비들이 왔습니다!”심훈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분노가 그를 움직이고 있어 그의 대뇌는 통제권을 잃었다.정남일의 문을 박살낼것 같은 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심훈은 정신이 들었다. 경비라는 두글자를 듣자 손을 멈췄다.사영은은 꿈쩍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생명력이 없는 인형같았다.심훈은 그제야 황급해졌다.그는 냉큼 앉아 두손을 사영은의 콧가에 가져갔다.다행이다. 그녀의 호흡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다.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어 정남일을 들어오게 했다.정남일은 바닥에 누운 사영은을 보자 깜짝 놀랐다.“심대표님, 사모님은...”그는 몸을 떨었다.심훈은 억지로 진정을 하면서 말했다.“안죽었어.”정남일은 그제야 시
사영은이 이런 상태일 때 사진이 찍혀 뉴스에 보도된다면 영향력은 어마어마할것이다.하지만 이 시각 정남일 옆에는 다른 사람이 없고 사영은의 상황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몇초를 고민하다가 정남일은 먼저 사영은을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그는 심훈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에 대해 보고를 했다.심훈은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알겠어. 사람을 시켜서 처리하라고 할게.”**병원에 와서도 사영은은 깨지 못했다.정남일은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의사더러 사영은에게 정밀한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결과가 나오자 그는 유난히 걱정되고 난처했다. 온몸에 여러군데가 골절되고 뒤통수는 한쪽이 움푹 패였으며 비장도 파열되었다.의사는 엄숙한 얼굴을 하고 경계를 하면서 물었다.“당신이 이렇게까지 때렸나요?”정남일은 연속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아닙니다! 저는 병원에 데려다줬을 뿐입니다! 저도 이 상처가 어떻게 생긴것인지 모릅니다!”의사는 물었다.“경찰에 신고는 했나요?”정남일은 조마조마했다.“아직요. 병원에 데려오는 일이 더 급한 일이잖아요? 전화할 틈이 없었습니다.”“먼저 입원하시죠. 후속 치료는 상관과의 의원이 책임질겁니다.”의사는 더 묻지 않고 안경을 올리면서 간호사한테 사영은을 정형외과로 옮기라고 얘기하고는 간호사를 옆으로 불러내 조용히 타일렀다.“경찰에 신고를 하세요.”**사영은의 신분때문에 정형외과로 이송을 한뒤 정남일은 그녀에게 VIP병실을 안배해줬다. 그리고 간호사의 추천을 받아 말이 많지 않은 간병인을 모셔왔다.이 모든일을 끝마치지 이미 저녁이 되었다.그는 시계를 보았다. TD엔터의 작은 방대표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그는 간병인한테 당부를 하고는 차를 끌고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갔다.**정남일이 떠나자마자 육윤엽은 심유진과 함께 옆병실에서부터 나왔다.심유진은 크게 다쳤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보통사람보다 더 빨리 회복되었다. 오늘 의사는 드디어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휠체어를 타고 밖을 돌아다니는것을 허락했
”응급실에서 이송될 때 경찰에 신고를 했다던데 이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안했대...”“얻어맞은거겠죠?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될수 있겠어요!”“연예인이면 다들 매니저랑 경호원이 있지 않나? 일반인은 가까이 할수 없을텐데. 어떻게 때렸지?”“그건 한창 핫한 연예인이나 해당하는거고! 사영은같이 몇십년이 지난 연예인은 아닐걸. 그것도 얼마전에 그렇게 큰 스캔들이 터졌는데 어떤 매니저가 옆에 있겠어!”심유진은 가십거리나 들을려고 했었지만 간호사의 입에서 사영은이라는 이름을 듣자 멍해졌다.위아래를 이어서 들어보면 더욱 놀라웠다.누가 사영은을...때렸어?하지만...누가?육윤엽도 심유진처럼 간호사들의 토론에 집중을 했다.그는 점차 발걸음을 늦추다가 아예 제자리에 멈춰섰다.심유진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사는 두분이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유일한 VIP환자였기에 모든 스태프들은 심유진과 육윤엽을 잘 알고 있었다.간호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주시하게 되었다.심유진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사 매니저 이문은 손가에 업무를 내려놓고 긴장하면서도 관심스레 물었다.“여기에는 어쩐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이신가요? 일이 있으시면 방안에서 벨을 누르시면 되는데. 그럼 저희가 가볼겁니다.”심유진은 웃으면서 손사레를 쳤다.“아니예요. 의사선생님이 침대에서 내려와도 된다고 하길래 바람을 쐬던 중이었어요.”이문은 그제야 안심했다.“저희가 모실까요?”그녀는 심유진을 보고 또 육윤엽을 바라보았다.“좋아요.”심유진은 대답했다.육윤엽은 그녀의 대답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심유진을 바라보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문은 앞에서 걸으면서 각 층의 구조와 지나가는 매개 방에 대한 용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심유진은 열심히 들으면서 한바퀴 다 돈 후 물었다.“옆방에 오늘 누가 입원했다고 하던데요.”“네.”이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소리를 낮춰 말했다.“혹시 여배우 사영은이라고 아세요?”심유진은 알아맞혔지만 결과를 확인하니 어쩐
김욱은 아침일찍 병원에 왔다. 반시간을 들여 육윤엽에게 업무보고를 한후 줄곧 남아있었다. 가끔 진아주머니를 돕고 대부분 시간은 옆의 쇼파에 앉아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했다.육윤엽이 심유진을 데리고 나갈때 그는 열심히 미국회사쪽에서 보낸 메일을 보고 있었다.진아주머니는 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아까 전화를 받더니 나가셨어요. 물건은 아직 남아있으니 조금 있으면 돌아올거예요.”진아주머니말대로 김욱의 노트북은 그가 앉았던 쇼파위에 놓여져있었다. 옆쪽 전원불은 여전히 켜진 상태다. 아마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것이다.육윤엽은 심유진을 진아주머니한테 맡기고 말했다.“유진이를 침대에 눕혀주세요. 김욱한테 전화를 할게요.”하지만 전화가 통하기도 전에 김욱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손에 든 핸드폰은 마침 울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보고는 놀란 눈으로 육윤엽을 바라보았다.“삼촌, 저를 찾으셨어요?”육윤엽은 입을 열지 않고 진아주머니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는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핑계를 들어 아주머니를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사영은이 옆방에 있어. 무슨 상황인지 한번 알아봐.”김욱은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옆방에 사영은씨가 있다구요?”그는 옆방병실에 누군가 들어간것을 보긴 하였지만 안에 입원해있는 사람이 사영은일줄은 몰랐다.“의사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심유진이 입원해서부터 그는 거의 매일을 의사 사무실에 들렸다. 심유진의 회복속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다. 여러번 가게 되니 의사들과도 안면이 터 이런 소식을 알아보기에 쉬웠다.오분도 지나지 않아 김욱은 상황을 파악하여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다.“진짜로 다친듯 합니다. 심하게요. 누군가한테 맞은것 같습니다. 아직 깨어나지는 않은듯 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릅니다.”사영은이 자신의 친어머니라 하지만 심유진은 김욱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육윤엽이 오히려 어두운 얼굴을 하고있었다.밖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김욱은 나가서 보더니 말했다.“경찰이 옆방으로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