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종이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보고싶으면 차라리 사실대로 얘기해주지 그래.”그러면 이렇게 숨길 필요없이 별이와 영상통화를 마음껏 할수 있을텐데.“안돼요.”심유진은 칼같이 거절했다.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다른 아이들은 차사고나 다리가 끊어졌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별이는 똑똑히 알고 있다.“저때문에 걱정하는게 싫어요.”그들은 바다를 두고 멀리 있었다. 그녀는 절때 하은설더러 별이를 데려오라고 할수 없다. 그래서 별이는 조급하기만 할뿐이다. 매일 그녀때문에 생각이 많아질수도 있다.그녀는 그렇게 되는것이 싫었다.그녀의 유일한 소망은 별이가 아무 생각없이 행복하고 유쾌하게 매일을 보내는것이다.허태준은 그녀의 외로움을 똑똑히 보았다.그는 하마트면 그녀를 미국의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말할뻔 했다.그는 전용기가 있어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이동하는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그녀가 그렇게 간다면 아예 돌아오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기에 그는 그렇게 할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못보낸다. 6년전처럼 매일 그녀의 사진만 바라보면서 세월을 보낼수는 없다.그는 그녀가 옆에 있어야 했다. 살아있는 그대로, 온도가 있는 그대로.그래서 그는 한시라도 급히 그들사이에 있는 장애를 없애야 했고 그녀의 근심을 털어버려야 했다.심씨가족은...그 첫번째가 될것이다.“부탁 하나 해도 되나요?”심유진의 갑작스런 말소리는 허태준더러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얘기해.”“저녁에 별로 일이 없으면 병원에 와줄수 있나요? 별이와 통화할때...옆에서 듣고싶어요.”심유진은 애절한 눈빛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허태준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했다.“그래.”그는 지금의 심정을 말로 형용할수 없었다—제일 큰 감정은 기쁨이었고 걱정도 조금 있었다.앞으로 각종 핑계거리로 그녀를 찾아오지 않아도 되지만 매일 이리로 온다면 육윤엽이 그를 더 못마땅하게 생각할가봐 걱정이 되었다.**한바탕
경주는 큰 도시였기에 폭우가 그치자마자 교통이 회복되고 공전시설도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아침 여덟시가 넘자 육윤엽은 급급히 김욱을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달게 자고 있는 허태준을 간호침대에서 끄집어내면서 내쫓았다.“허대표님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허태준은 두시간도 자지 못해서 피곤함에 두눈이 떠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등을 곧게 폈다. 하지만 멍하니 침대끝에 앉아있어 그모습은 귀엽기만 했다.심유진은 보다못해 육윤엽을 타일렀다.“더 자게 내버려두세요.”하지만 그녀의 사정은 육윤엽의 질투를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켰다.하지만 그는 거절할수 없어 한걸음 물러섰다.“옆방이 비어있지? 간호사한테 얘기해서 거기 가서 자게하면 되겠네.”자신의 자상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육윤엽은 한마디 더 했다.“여기에서 얘기하는게 자는데 방해가 되니까.”심유진은 그의 제의가 괜찮은듯 싶었다.그들이 묵는곳은 VIP룸이어서 가격이 비쌌다. 일반병실이 차지 않은 상황에는 거의 사람들이 없으니 자원을 남용하는 일도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수락하기도 전에 허태준은 완전히 깼다.“아니예요.”그의 몽롱한 두눈은 맑게 빛났다. 그는 두손을 몸옆에 짚고 힘을 써서 몸을 침대에서 일으켰다.“바로 돌아갈게요.”그가 어제저녁에 갈아입은 옷은 진아주머니가 이미 세탁방에 가져가서 깨끗하게 빨고 건조한 뒤 가져왔다.병원의 세탁방은 외부의 세탁소처럼 전문이 아니었기에 진아주머니가 조심하지 않은 사이에 그 비싼 수공 셔츠는 주름이 갔다.허태준은 이마를 찌푸렸다.심유진은 그의 성질머리를 알기에 그가 진아주머니한테 화를 낼까봐 핑계를 찾아 진아주머니를 내보냈다.진아주머니는 손을 비비면서 나가려던 찰나 허태준한테 잡혔다.“진아주머니.”그는 온화한 얼굴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수고하셨습니다.”진아주머니는 칭찬에 어쩔줄 몰라했다. 그래서 연신 손사레를 치면서 말했다.“아, 아닙니다!”허태준은 옷을 안고 욕실에 가서 갈아입고 나왔다.같은
허태준의 조수는 병원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어제저녁에 전 시의 대부분이 정전을 하여 교통은 마비가 되었다. 그들은 같이 회사에서 나와 차를 탔는데 절반쯤 왔을때 이미 물에 젖어 시동이 꺼졌다.그날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었다.허태준은 조수의 말림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는 빗속으로 사라졌다. 조수만 차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그는 제자리에서 지게차를 세시간 가까이 기다려서야 겨우 몸을 뺄수 있었다.오늘 아침 일찍 그는 또 허태준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더러 차를 끌고 데리러 오라는 전화였다. 오는길에 속옷부터 겉옷까지 새로 한세트 사달라는 부탁도 받았다.허태준은 뒷좌석에 앉았다. 조수는 조수석에 놓여진 쇼핑백 몇개를 건네주었다.“허대표님, 옷가지들을 챙겼습니다.”허태준은 새셔츠와 정장까지 갈아입고 쭈글해진 입고 있던 옷을 옆에 두었다.차에서 내릴때 조수가 물었다.“허대표님, 이 옷들은 차에 그대로 둘까요?”허태준은 차갑게 대답했다.“다 버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허태준은 >프로젝트 사람들을 모아 미팅을 주최했다. 그리고 자신의 LY 레전드와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을 하려는 타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영화는 인지도가 필요했다. 이러한 타산은 제작사의 이익에 손상을 주지 않을수 있기 때문에 모두한테 다 이득이 될 일이었다. 그래서 회의에서 그 누구도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았다.허태준은 경고를 했다.“이번 홍보계획은 대외에 절때적으로 비밀입니다. 누가 묻거든 얘기해줄수 없다고 답변을 하세요.”그렇지 않으면 중도에 망치게 될 것이다.점심 열두시쯤 김욱한테서 전화가 왔다. 허태준한테 계획대로 행동하라는 알림전화였다.허태준은 김욱이 줬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기너머에는 프랭크와 심훈이 로얄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이번 경주행은 프랭크가 바쁜 와중에 시간을 짜낸것이기 때문에 두날밤밖에 머무를수 없었다. 심훈은 그의 스케줄을 알아보고 그를 바래줄겸 그와 식사를 하겠다는 제의를 했다.프랭크는 거절할
허태준은 영어로 얘기를 했지만 음색때문에 심훈은 단번에 허태준인것을 알아차렸다.심훈의 술은 단번에 깼다.프랭크는 심훈의 긴장을 눈치채지 못한척 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허태준한테 말했다.“죄송합니다. 지금은 전화를 하기 좀 그렇습니다. 내일 시간이 되시면 로열호텔로 오세요. 여덟시전에 오신다면 반시간정도 내어줄수 있습니다.”“네.”허태준은 아량이 상당히 넓었다. 프랭크의 태도에 전혀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그럼 내일오전에 보죠.”프랭크는 말을 마치고는 허태준의 작별인사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심훈은 그의 태도에 두눈이 휘둥그래졌다.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허씨집안 그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허태준한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한참을 멍해있다가 심훈은 웃으면서 물었다.“후기도 귀사에서 제작하는건가요?”프랭크가 허태준한테 하대하는것을 보자 심훈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프랭크한테 그 어떠한 신체접촉도 하지 못했다. 프랭크가 불쾌해할가봐여서였다.프랭크는 이마를 찌푸리면서 귀찮은듯한 표정을 지었다.“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그는 말했다.“아직 저희의 계획안에 없습니다. 하지만 CY그룹의 허대표님이 요즘 계속 연락을 해옵니다. 솔직히 단순히 후기를 제작하기보다 저는 투자자가 되어 영화의 제작과정에 참여하는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희의 수익도 제고될수 있으니까요.”심훈은 급히 말했다.“제가 이미 국내 탑티어 배우들과 얘기를 했습니다. 그들도 에 상당한 흥취를 보이고 있습니다. 감독은 스티븐·딜리오로 정하고 싶은데 프랭크선생님이 얘기를 좀 해주실수 있을까요?”스티븐·딜리오는 HW의 이름이 자자한 감독중 하나였다. 그는 판타지류를 특히 잘 찍었다. 드림 파라다이스에서 요근래 제작한 판타지영화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인포메이션은 정남일이 어제 하루를 꼬박 새면서 작성한 드림 파다이스에 대한 조사보고에서 추출한 내용이다.요즘 국내 영화업계는 경기가 좋지 않았다. 흥행보장
프랭크를 두고 허태준을 이겼다고 생각하니 심훈은 자아도취를 했다.미리 연락을 돌렸던 배우들한테도 다시 한통한통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똑같은 대사로 허세를 부렸다.“방금 드림 파라다이스 대표와 밥을 먹었습니다. 제앞에서 굿티비와 과의 합작을 미뤘답니다. 저희 에 신심이 더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스티븐·딜리오감독한테 영화제작을 맡긴다고 합니다! 스티븐·딜리오를 아시나요? 그 유명한 판타지영화 감독 말이예요. O상만 두번 받고 GPA도 세번이나 받았고 다른 상은 수도 없이 많이 받았죠...”소식은 업계내에 재빨리 전파되었다. 심훈이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을 한다는 얘기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희열엔터의 사정이 아직 좋지 않은지라 그가 진짜로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을 한다는 소식을 믿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굿티비에서는 오후에 금방 소식을 배포했다. >의 후기제작은 드림 파라다이스가 맡기로 한다는 소식이었다. 굿티비는 CY그룹 소속이라 신빙성이 더 높았다.그래서 일부는 심훈을 비꼬았다.“됐네요! 저러다 뒤통수나 맞겠지!”심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뒤통수를 맞을 사람이 누가 될지 어디 두고 보자고!”**하루도 채 가지 않아 인터넷에는 굿티비와 드림 파라다이스가 합작하여 >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퍼졌다.네티즌들은 반가워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부 LY 레전드의 팬들은 유감을 표시했다—하지만 유감일 뿐이었다.드림 파라다이스와 LY 레전드는 HW에서 나란히 선 회사였다. 어느 회사에서 영화를 제작하든 효과는 서로 못지 않을것이다.이 뉴스는 트위터 랭킹에 하루종일 걸려있었다. 적지 않은 스타의 스태프들이 심훈한테 전화로 따졌다.“드림 파라다이스가 당신들과 합작을 한다면서요? 왜 또 굿티비와 합작을 한다고 하죠?”심훈도 확답을 줄수 없었다. 그래서 황급히 프랭크한테 전화를 했다.프랭크는 당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하여 저녁 늦어서야 전화가 통했다.프랭크는 상당히
”심대표님, TL엔터의 위대표한테서 금방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으신지 물었습니다.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심대표님, XY엔터 유대표님이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따님분이 토요일에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결혼식에 참석해달라고 하셨습니다.”“심대표님, TD엔터 작은 방대표님이 우리 영화에 200억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부족하다면 더 할수도 있다고 합니다.”......심훈과 스티븐·딜리오가 만난 후 정남일이 하루동안 심훈의 사무실을 찾아온 횟수는 지난 몇개월의 횟수보다 더 많았다.심훈은 여태 아껴두었던 시가를 피면서 다리를 꼬고 앉아 우쭐댄 얼굴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작은 방대표한테 가서 우리 프로젝트는 400억부터 투자가 가능하다고 전해. 명액에 제한이 있으니 먼저 투자하는 자가 임자라고 해.”심훈은 태연하게 얘기했다. 세상을 발아래에 밟은것처럼 우쭐댔다.정남일은 기쁜 얼굴을 하고 서둘러 나갔다.정남일은 자신의 인생에 이런 역전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사실 그는 이미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고 이번달만 지나면 이력서를 제출하려고 했다.다행이다.이번 프로젝트는 모든것이 순리로웠다. 심훈은 심지어 원재의 실종에 대해 따지지도 않았다. 회사를 다시 조정하면 그에게 부대표 직위를 주겠다고 했다.그는 매일 승진을 하고 월급 인상을 받으면서 정상에 올라서는 꿈을 꿨다. 자다가도 웃으면서 깨어날 지경이었다.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TD엔터의 작은 방대표한테 전화를 해 심훈의 말을 전달했다.상대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한테 상당히 예의를 차렸다.“정조수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녁에 시간이 되신다면 식사나 같이 하시지 않겠습니까?”정남일은 작은 방대표가 자신한테서부터 수를 쓰려 한다는것을 알아차렸다.필경 사람들의 눈에 그는 심훈의 유일한 심복이고 심훈이 제일 믿고 쓰는 사람이기때문이다.정남일은 지금 여러 대표들한테 깍듯하게 대접을 받아 붕 떠있다. 자신의 인맥도 쌓으려는 생각이 생겼다. 친구가 하나라도 많아지
회사가 오픈을 하자마자 사영은이 찾아올 줄이야.정남일은 심훈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들어오자마자 담배냄새가 났다. 하지만 품질이 상급인 시가였기때문에 냄새는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었다.심훈은 농염한 연기속에 앉아있었고 손으로 담배를 털었다.“또 누가 날 찾는데?”그의 입꼬리는 높게 올라갔지만 담담한척 했다. 하지만 눈속의 의기양양한 기색은 감출수 없었다.정남일은 이초동안 멈칫하다가 사영은의 이름을 댔다.심훈의 입꼬리는 내려앉았다. 얼굴색은 삽시간에 차가워지더니 혐오감까지 나타났다.“경비더러 쫓아내라고 해.”그의 냉담함은 정남일더러 한순간 벙 찌게 했다. 이윽고 심훈은 크게 소리질렀다.“어서 나가지 못해?!”“네, 심대표님. 지금 바로 나가보겠습니다.”정남일은 급급히 달려나가 빌딩 경호실에 전화를 해 경비들을 불러오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지시가 안내데스크에 도달하기도 전에 복도 끝쪽 문어구쪽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들어가시면 안됩니다!”—안내데스크 아가씨는 급해서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비켜!”—사영은은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귀찮은듯 분노하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은 몇 없었기에 소란을 듣자 모두들 업무를 그만두고 이쪽을 바라보았다.정남일은 생각했다. 심대표한테 이 일이 들리면 안된다고.그는 급히 문어구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웃으면서 사영은을 막아나섰다.“사모님, 심대표님은 지금 바쁘세요.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하네요.”사영은은 정남일을 알았다. 하지만 두사람의 얄팍한 감정은 사영은을 막을수 없었다.사영은은 정남일을 밀치면서 말했다.“꺼져!”그리고는 안으로 쳐들어갔다.정남일은 성인남성이다. 그래서 사영은한테 손을 대지 못했다. 정남일은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청했다.“잡아!”안내데스크 아가씨는 사영은의 허리를 안았다. 사영은은 안내데스크 아가씨의 손을 끌어냈다. 긴 소톱은 아가씨의 손등을 긁어 몇가닥의 핏기가 나타났다.아가씨는 울면서 손을 놓았고 사영은은 다시 안으로 쳐들어갔다.안내데
심훈은 진작에 밖의 소동을 들었다. 하지만 사영은의 그런 스캔들이 폭로됨으로 하여 심훈은 지금 얼굴을 들고 다닐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다 사영은은 지금 아무런 이용가치도 없으니 심훈은 그녀를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이 시점에서 사영은과 이혼을 하게 되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어 안좋은 소리만 듣게 될것이 뻔하니 그는 사영은의 심씨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아직까지 쓰게 두었다.사영은한테서 신경을 끌수는 있어도 심연희는 어쨌거나 그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그래서 심연희한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그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만 있을수 없었다. 시가의 불을 조심스레 끄고 옆에 놓은채 심훈은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밖은 엉망진창이었다.파일, A4용지 그리고 그옆 자잘한 자갈과 흙, 그옆에는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깨진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펑.”또하나의 화분이 심훈의 발옆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나른하고 습한 흙이 심훈의 빛이 나는 까만 구두를 덮었다. 한줌의 흙은 심훈의 신안에까지 들어와 그의 발을 아프게 했다.심훈은 깜짝 놀랐다. 사영은의 독기어린 얼굴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뭐하는 짓이야?!”그는 크게 소리질렀다.사영은은 집어던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내가 무슨 짓을 하냐고?”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무심코 집어든 노트북을 심훈한테 던졌다.사람들의 비명소리속에 심훈은 제때에 비켰다. 노트북은 쾅하는 소리와 같이 바닥에 떨어졌다. 스크린은 어둡게 변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내 기획안!”한 여직원은 울음을 터뜨릴번했다.사람들은 동정과 안타까움을 표했으나 사영은은 보는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심훈을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심훈 이 양심도 없는 개자식! 이제 재기를 하니 나랑 연희를 나몰라라 하는거지!”심훈의 얼굴색은 새까맣게 변했다.사영은은 그와 결혼해서부터 줄곧 그의 앞에서 큰소리조차 내지 못했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무례하게 군적이 한번도 없었다.심훈은 자신의 권위가 침해를 받은것 같았다.하지만 사람들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