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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심유진은 더욱 화가 났다.

“아니! 뭐라는거예요!”

허태준의 입꼬리는 더 올라갔다.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아직 그를 관심하고 있구나. 참 좋다.

허태준이 문어구에 서있기에—그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서있기만 해도 심유진은 불편했다. 그래서 진아주머니더러 몸을 빨리 닦으라고 했다.

밖의 번개와 우뢰는 드디어 조용해졌다. 비도 점점 작아졌다.

하지만 전기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병원을 제외하고 근처의 빌딩은 불빛하나 없었다.

허태준은 베란다와 욕실창문을 한번 검사하고 다 잠긴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심유진은 아직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를 제외하면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잘거예요?”

그녀는 허태준한테 물었다.

허태준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을 했다.

“당신은?”

“잘거예요.”

심유진은 하품을 하고는 티비를 껐다.

허태준은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편히 누울수 있게 침대를 내려줬다.

“뭐 더 필요한거라도 있어?”

그는 침대끝에서부터 침대머리쪽으로 다가가 침대의 펜스를 짚으면서 천천히 몸을 숙였다.

심유진의 몸은 그의 접근에 점점 경직 되었다.

“없어요. 고마워요.”

그녀는 웃었지만 시선은 바쁘게 움직여 한시도 그의 얼굴에 머무르지 못했다.

허태준도 그녀의 황급함을 주의하지 못한것은 아니다.

그녀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억지로 진정한척 하는데 그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그는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심유진.”

그는 입을 열고 한숨을 쉬듯 몽롱하고 나른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심유진의 몸은 흠칫했다. 전전긍긍하면서 대답했다.

“왜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돌렸다. 그의 깊이를 가늠할수조차 없는 눈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마음속 깊이에서부터 난데없이 공포감이 올라왔다.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였다.

“진짜로 필요한게 없어요. 빨리 가서 자요! 저도 피곤해서 먼저 잘게요.”

연속 말을 뱉어내고 그녀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허태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이렇게 귀여워.”

그의 눈속에서 흘러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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