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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그녀는 줄곧 생각했다. 그때 허태준한테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소월은 지금 그렇게 예민하지 않지 않을까?

혹시 세식구가 단란하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이 세상에 혹시는 없었다.

허태준은 이마를 더 찌푸렸다.

“정소월을 잊은 건 실억의 유일한 좋은 점인 것 같아.”

그는 말했다.

“하늘이 내게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기회를 준 거야. 예전에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을수 있게.”

심유진은 동의하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요?”

그는 정소월을 사랑했다. 그래서 기억이 돌아온다면 후회만 남을 것이다.

“아니.”

허태준의 태도는 견결했다. 심유진은 그와 더 이상 쟁론을 벌이지 않았다.

허태준은 느닷없이 질문했다.

“그런데...어떻게 내 과거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지?”

그는 그녀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 할아버지도 만났고 여형민과도 친구고...심유진씨 혹시 저한테 숨기는 거라도 있나?”

그의 눈빛은 뜨거웠고 유독 날카로웠다. 심유진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유명 인사신 것을 잊었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자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그 얘기들은 뉴스에서도 보고 여형민씨 한테도 들었어요.”

그녀는 분명 그와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다.

허태준은 실망스러웠고 화가 났지만, 그녀한테 추궁하지 못했다─언젠가 그녀가 허태준이 기억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오늘 이 모든 것은 그녀가 그를 상대할 무기가 된다.

물론 그녀가 여전히 그와 얘기를 한다는 전제하에.

“그래.”

그는 납득이 간 척하고 물었다.

“또 무슨 일에 대해 알고 있지? 더 말해줄 수 있어? 내가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이 될수도 있을 것 같아서.”

“몰라요.”

심유진은 들통날까 봐 더 말하지 못했다.

허태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사람들은 내 과거에 대해 얘기를 안 해. 나를 자극 준다고 생각하는지.”

“아마도 과거가 현재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러겠죠!”

가능하다면 심유진은 그가 과거를 떠올리지 말았으면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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