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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심유진은 호텔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허태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의 신분이라면 은퇴를 하셔도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을 텐데 돌아가셨으니 더욱 상황이 안 좋았다. 어젯밤부터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어르신의 거처를 방문하여 주변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각종 매체나 정부기관에 신고전화가 잔뜩 들어온다는 소식도 들었다.

킹 호텔은 로열 호텔의 적이긴 했으나 반이 넘는 호텔 관리층 직원들은 로열 호텔 아니면 YT그룹 산하에 있는 호텔에서 넘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예전 회사에 어느정도 감사함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비록 대부분 사람들이 어르신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들 놀라워하거나 슬퍼했다.

심유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생각이 더욱 복잡했다. 만난 적이 있는 데다가 자신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해 줬던 분이셨다. 비록 마무리가 좋지는 않았어도 심유진은 부고를 듣고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심유진은 얼른 감정을 컨트롤했다. 다른 것보다 허태준의 상황이 가장 걱정됐다. 어르신과의 만남이 잦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분이 허태준을 유독 아끼셨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심유진은 가족의 부고를 겪어본 적도 없거니와 친한 가족도 없었기에 허태준의 심정이 어떨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심유진은 도저히 허태준에게 연락은 못하고 여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YT그룹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도 며느리였던 사람인데 너무 딱딱하게 부르시네.”

여형민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원망했다. 그래도 편안해 보이는 말투에 심유진도 조금 마음이 놓였다. 허태준 쪽 상황이 너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예요.”

심유진은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눈빛에는 어둠이 깔려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심유진이 정신을 차리고 하려던 말을 꺼냈다.

“저희 회사에 YT그룹의 직원이셨던 분들이 많아서 조문을 드리러 갈 가해요. 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이기도 하고요. 혹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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