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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인터폰으로 문 앞에 서있는 허태준을 봤을 때 심유진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심유진은 궁금증을 안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심유진은 허태준을 훑어봤다. 허태준은 굉장히 평온해 보이는듯한 모습이었다. 할아버지의 부고가 그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머니가 오늘 유진 씨도 장례식장에 다녀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허태준은 얘기를 하면서도 심유진을 살폈다. 심유진은 별이가 말한 것처럼 속상해서 넋이 나간 모습은 아니었다. 허태준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허태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까 상황이 소란스러워서 제대로 인사를 못했다고 미안해하시더라고요.”

허태준은 별이 얘기는 할수 없어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대신 감사인사 전하고 오라고 하셨어요.”

“괜찮아요.”

심유진이 웃어 보였다.

“그렇게까지 마음 쓰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다행이네요.”

대화가 끊기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괜찮아요?”

허태준은 자꾸 새여 나오는 슬픔을 겨우 가라앉히며 말했다.

“별로 감흥이 없어요. 제 기억으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그분을 처음 뵌 거나 다름없거든요.”

그러니까 할아버지라는 존재가 그에게는 완전히 낯선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심유진은 어떤 대답을 했으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위로를 하기에는 너무 과한 것 같았고 이런 상황에 다른 얘기를 꺼내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한테 가보실 거예요?”

허태준은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가면 자신의 모든 행동이 가족들에게 노출되니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에 밤새 고열에 시달리기까지 했으니 허태준도 지금 몸이 만신창이였다. 허태준은 그냥 조용한 곳에 가서 감정을 달래고 싶을 뿐이었다.

“아니요.”

허태준이 씁쓸하게 웃었다.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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