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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허태서가 바로 반격했다.

“억울한 척하지 마. 애초에 나랑 같이 산 이유도 내 돈 보고 그런 거 아냐? 몇년간 사귄 남자친구도 차버렸잖아. 우리 둘이 같이 사는 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야. 그러니까 누구도 서로를 탓할 수 없는 관계라고. 네가 가만히 있기만 하면 그냥 집에 강아지 한 마리 키운다 생각하고...”

“넌 진짜 쓰레기야!”

심연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허태서는 개의치 않았다. 서로를 물어뜯는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허태준 아버님이 나섰다.

“둘 다 조용.”

아버지의 호통에 둘 다 행동을 멈췄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 창피하게 할아버지 앞에서 이러지 말고.”

둘째 삼촌도 어쩌다가 그와 의견이 같았다.

“태서야. 이런 하찮은 사람들이랑 이러지 마.”

“누구보고 하찮다는 거야?”

심훈이 나서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당신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좀 봐. 우리 딸 가지고 놀고는 뭐가 그렇게 떳떳해?”

심훈이 손을 대면서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다. 사영은과 둘째 이모도 서로 머리채를 잡고 멱살을 잡으며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심유진은 이미 집 밖을 나섰으나 심연희 입에서 자기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돌아갔는데 이런 혼잡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허태서네 가족에 비하면 심훈과 사영은은 훨씬 왜소했기에 이 “전쟁”은 금방 막을 내렸다. 심훈은 허태서 아버지에게 힘껏 밀쳐서 바닥에 주저앉았고 사영은도 허태서 어머니의 몸에 깔려 더 이상 반항하지 못했다.

맞고 있는 사영은의 모습을 바라보며 심유진은 사영은이 자신을 저렇게 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순간 그녀는 사영은에 대한 일말의 동정이나 연민도 없었다. 그저 사영은이 이런 수모와 고통을 당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조문객들은 대부분 다급히 밖으로 나갔고 일부분은 심유진처럼 밖에 서서 싸움을 구경했다. 누가 신고한 건지는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들어와 싸움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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