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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허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당분간 대구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왜요?”

심유진이 놀라서 물었다. 허태준이 해내지 못하는 일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허택양의 지위가 더 높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당신을 발령 낸 게 할아버지 뜻이었어.”

허태준은 변명할 방법이 없어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할아버지 몸 상태는 저번에 봤으니까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갈 거야. 남은 날이 얼마 없다고 여기시는데 혼자 너무 적적하셔서 우리가 자주 찾아뵙길 바라셔.”

심유진도 어르신을 매우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라서인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더 정이 갔다. 그러니 만약 할아버지가 자신이 남길 바라신다면...

“그럼 저 안 갈게요.”

심유진의 대답에 허태준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경주에 있기 싫어하잖아.”

“경주를 싫어하는 이유는 저희 집안사람들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 경주에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니까 천천히 이 도시도 좋아해 보도록 노력할게요.”

심유진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그 반짝거리는 눈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그녀를 덥석 안았다.

“고마워.”

허태준이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묻은 채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유진은 그런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아니에요, 태준 씨 안 바쁜 날에 같이 할아버지한테 가볼까요?”

“그래.”

허태준이 그녀를 더욱 꽉 안았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한평생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허택양은 누구에게서 들은 건지는 몰라도 아침부터 심유진을 찾아와서 물었다.

“안 가기로 했어요?”

심유진은 진심으로 대꾸해 주고 싶지 않았다. 경주에 남게 된 것이 할아버지의 뜻이었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허택양이 동의도 거치지 않고 발령을 내버렸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허태준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다른 사람을 존중해하지 않는 상사는 심유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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