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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회의는 오전 내내 지속됐다. 허태준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비서에게서 휴대폰부터 건네받았다. 휴대폰에 뜨는 건 호텔 인사팀 매니저와의 대화 기록이었다. 허태준의 요구에 따라 심유진을 다시 대구로 발령하려 했는데 거절당했다는 문자였다.

“이번 발령이 회장님 명령이래요. 만약 대표님께서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거라면 회장님이랑 잘 상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저희 쪽도 많이 난감해지는 입장이에요.”

허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모든 것이 허택양의 계획인 줄 알았다. 기껏해야 둘째 삼촌네가 끼어들었을 줄 알았더니 할아버지까지 가담한 일이었을 줄이야. 그렇다면 이 사건의 의미가 달라진다.

“알겠습니다.”

허태준이 문자를 보내고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어르신은 전화를 받자마자 질문부터 던졌다.

“유진이 일로 전화한 건가?”

이미 전화한 이유를 예측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허태준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이런 일을 벌이신 거죠?”

“너네 집이며 사업 중심이며 다 경주에 있어. 그럼 아내 되는 사람도 언젠가는 너 따라서 경주로 올 것 아니냐. 난 그 시간을 좀 앞당겨준 것뿐이지.”

“물론 사심도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장 눈여겨보는 애가 너야. 그리고 유진 씨도 다른 손주며느리들이랑 다르고. 난 그 아이를 매우 좋아한다. 나이가 있으니 이젠 나도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어. 너네가 다 경주에 있어야 자주 나한테도 들리지.”

이 말을 듣자 허태준도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그동안 사업만 살피느라 어쩌면 가족들 간의 정은 하나도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경주에 있고 싶지 않아 해요.”

허태준은 할아버지의 말을 따르고 싶긴 했지만 심유진의 감정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어릴 때 경주에서 안 좋은 일들을 많이 겪었었거든요.”

“그럼 한번 물어보는 건 어떠냐. 이 노인네를 봐서라도 몇 년만 경주에 머물러달라고. 나한테 남은 시간도 얼마 없어. 내가 떠나거든 살고 싶은 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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