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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가능할까요?”

“안될 건 없지.”

허태준은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며 말했다.

“도와주면 무슨 좋은 점이 있는데?”

심유진은 이럴 거라고 예상했다. 저번 제로 때 일만 해도 그랬다. 친구 사이에 그냥 서로 도와줄 법한 일들도 허태준은 일종의 거래로 받아들였다.

심유진도 맨입으로 도와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빚지고 사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허태준이 원하는 대가들은 항상 난감했다. 이게 바로 심유진이 정말 급하지 않은 이상 허태준을 찾지 않는 원인이었다.

“뭘 원하는데요?”

심유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음...”

허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했다.

“나 머리가 아픈데...”

허태준의 시선이 심유진을 향했다.

“좀 문질러줄래?”

이 요구는 뽀뽀거나 포옹보다 훨씬 간단했다.

“그래요.”

심유진이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소파에 꿇었고, 몸을 살짝 허태준 쪽으로 기울여 태양혈 쪽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줬다.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그 손길이 닿으니 허태준도 긴장감이 풀리면서 졸음이 밀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허태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심유진이 나지막이 허태준을 불렀다.

“태준 씨?”

대답이 없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허태준의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수염도 조금 올라오고 눈 밑 다크서클도 심해진 모습이 항상 외모를 중요시 여기는 허태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바빴을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심유진이 마음이 아파 그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피부도 전보다 거칠어진 것 같았다.

거실에서 재울 수는 없었기에 심유진은 허태준을 살살 흔들었다.

“태준 씨, 일어나 봐요.”

허태준은 살짝 움찔했으나 눈을 뜨진 않았다.

“졸려...”

허태준이 웅얼거리며 팔을 올려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앗!”

심유진이 무방비하게 허태준의 품 안에 안겼다.

“태준 씨.”

심유진은 허태준을 밀어내려고 했으나 허태준은 팔에 더 힘을 줄 뿐이었다.

“가만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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