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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주방은 단독으로 작은집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허태준이 주방보조를 자처했기에 심유진도 거절하지 않았다. 요리를 시작하려는데 밖에서 집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서, 택양 도련님 오셨습니다.”

심유진은 택양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허택양 씨요?”

심유진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당황해서 허태준에게 물었다. 허태준은 여전히 야채를 써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맞을걸.”

“저 사람들이 여길 왜와요? 분명 저희 둘만 초대했다고 했는데?”

심유진은 매우 당황했다. 허태준이 시한폭탄이라면 허택양은 그 도화선 같은 존재였다. 그가 언제 폭발할지는 허택양이 어떻게 자극하냐에 달린 거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가 초대를 안 했다고 해서 오지 못하는 건 아니지.”

허태준의 눈빛에 순간 어둠이 깔렸다. 아마 저들은 소식을 듣고 급히 찾아오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허태준은 심유진과의 관계를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감추려 할수록 더욱 의심을 살게 뻔했다. 그러니 차라리 당당하게 공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손 씻고 나가서 인사하자.”

허태준이 말했다.

“전 안 가면 안 돼요?”

심유진은 누가 봐도 진심으로 가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왜 그래?”

허태준도 이런 반응은 조금 의외였다.

“제가 낯을 가려서... 그리고 허택양 씨가 저희 둘의 관계를 알게 되면 저한테 불리하다면서요.”

“여기까지 찾아온 거면 아마 이미 알고 있을걸.”

허태준이 식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더 이상 숨는 건 의미 없는 일이야.”

심유진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손에 묻은 밀가루를 물로 씻어냈다.

“허택양이 저한테 어떻게 불리한데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어쩌면 허택양의 수단에 대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허태준이 앞치마를 풀며 말했다. 그는 줄곧 허태서와는 연락을 했으나 허택양은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고 그가 대구에 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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