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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처음 할아버지와 만났을 때는 허태준이 갑작스럽게 결정한 일이었기에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었다. 그게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렸기에 심유진은 아침 일찍부터 허태준을 깨워 같이 선물을 고르러 가달라고 했다.

허태준은 심유진을 말리지는 않았지만 선물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당신이 뭘 사던지 다 좋아하실 거야.”

심유진과 함께 백화점이란 백화점을 다 돌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자 허태준이 그녀를 타일렀다.

“할아버지는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으셔. 그냥 성의만 표시하면 좋아하실 거야.”

“성의...”

심유진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허태준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지난번에 할머니가 설날마다 만들어주시던 만두가 그립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허태준도 확실히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긴 했다. 항상 셰프님이 만두를 만들어주실 때마다 아버지가 할머니가 만든 게 훨씬 맛있었다며 추억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하지만 일찍 돌아가셨기에 허태준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 드리려고?”

허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괜히 힘 빼지 마. 할머니 돌아가신 후로 할아버지도 만두는 입에도 안 댔어. 다른 사람이 만든 건 그 맛이 안 난다고 하시더라.”

“에이,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요.”

허태준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맛이 안 나더라도, 할아버지가 드시지 않더라도 그 마음만은 고맙게 받으실 것 같았다.

심유진과 허태준은 시장에 가서 만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사들고 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집에 들어서니 할아버지는 의자에 앉은 채 돋보기를 쓰고 열심히 책을 읽고 계셨다.

“손님 오셨습니다.”

손님을 맞으러 나온 집사가 방안을 향해 얘기하자 할아버지가 그 소리를 듣고 지팡이를 짚고 나오려 했다. 심유진은 다급히 달려가 할아버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어르신은 심유진을 보며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손을 꼭 잡은 채 놓기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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