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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침착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허택양은 이런 구설수에 휘말리는 걸 개의치 않아 했다.

오후에도 허택양은 두 번 더 심유진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일 때문에 온 것이긴 했으나 심유진은 밖에 여러 직원들이 이쪽을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허택양은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은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얘기를 나눴다. 허택양은 심유진이 호텔에서 지낸다는 걸 알았기에 저녁식사도 함께 하자고 얘기했다. 심유진은 다이어트 때문에 저녁을 안 먹는다고 핑계를 대며 그 초대를 거절했다. 허택양은 그 변명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무척 섭섭해했다.

심유진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허태준이 보였다. 소파에 기대앉은 채 투명한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와인 한 방울이 흰 셔츠에 튀었지만 허태준은 그걸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65인치짜리 초대형 TV에서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홈쇼핑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허태준은 TV를 응시하고 있기는 했지만 눈에 초점이 없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허태준의 그윽한 눈에 복잡한 감정들이 가득했다.

“무슨 일 있어요?”

심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허태준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어젯밤에 했던 얘기는 다 까먹었어?”

심유진이 잠깐 멈칫했다가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됐다. 아마도 허택양과 가깝게 지낸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런 게 아니라 저랑 허 대표님, 아니 태준 씨 사촌동생분이랑은 그냥 일적으로 얘기만 나누는 사이에요.”

“일 얘기를 하는데 둘이 같이 밥을 먹고 온 오후 사무실에 같이 있어?”

허태준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목소리도 서리가 낀 듯 차가웠다. 누가 봐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은 모습에 심유진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냥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세요.”

심유진은 방으로 걸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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