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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여형민의 말은 심유진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알겠어요, 서명할게요.”

여형민은 2분도 안 지나서 보증서를 써왔고 심유진도 빠르게 서명했다. 계획대로 여형민이 보증서를 주머니에 넣으려 하면서 말했다.

“그럼 이건 내가 보관하고 있을게?”

“줘.”

허태준이 그런 여형민을 막았다.

“그래, 줄게 줄게. 고작 종이 한 장인데 뭘 그렇게까지 해.”

허태준은 보증서를 손에 꼭 쥔 채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가봐.”

“이제 필요 없어졌다 이거지?”

여형민이 눈을 살짝 흘기며 밖으로 나갔다. 그는 문밖에 서서 몰래 심유진에게 손가락으로 ok를 그려 보였다.

“머리는 아직도 아파요?”

심유진이 허태준에게 물었다. 사실 물을 필요도 없었다. 방금 전의 모습으로 이미 아무 일도 없다는 게 증명된 거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허태준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파에 드러누워 인상을 찌푸렸다.

“아파.”

심유진은 조금 짜증이 나면서도 웃겼다. 취한 허태준은 평소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그 모습이 또 밉지만은 않았다.

“늦었으니까 그만 씻고 자요.”

“안 갈 거야.”

허태준이 그녀를 째려봤다.

“나 씻을 때 도망가려고 그러는 거지?”

심유진은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아니에요.”

심유진이 웃으면서 급히 해석했다.

“지금 온몸에 술냄새가 풍겨요. 불편할 거 아니에요. 그리고 보증서도 썼는데 제가 어딜 도망가요.”

허태준은 한참을 빤히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씻고 올게.”

욕실로 가는 허태준의 발걸음이 불안해 보였다. 휘청거리는 모습에 심유진은 급히 가서 부축했다. 분명 아까 여형민에게 문을 열어줄 때는 멀쩡해 보였는데 말이다. 심유진은 욕실까지 허태준을 부축하고 금방 자리를 떴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한마디 보탰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저 불러요. 문밖에 있을게요.”

“그래.”

욕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방금 취기가 가득했던 허태준은 사라지고 평소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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