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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허태준은 문 앞에서 지키고 있다가 벨이 울리자마자 문을 열었다. 얼마나 빠른지 여형민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혼자야? 유진 씨는?”

여형민이 목을 빼들고 방안을 들여다봤다. 거실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심유진이 보였다.

“유진 씨가 있는데 난 왜 불러?”

”일단 들어와.”

허태준은 별다른 해석 없이 서재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왔다. 그 사이에 심유진이 여형민에게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취하셨어요. 저를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어요. 이젠 저랑 결혼까지 하시겠대요.”

여형민은 자초지종을 아는 사람이었다. 심유진의 설명을 들으니 허태준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예상이 갔다. 허태준이 서재에서 나오자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거실에 앉아있었다. 허태준이 종이와 펜을 여형민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일 혼인신고를 하러 갈 거라는 보증서를 써, 이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앞으로 내 마음대로 할 거라는 말도 보태고.”

심유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뭘 마음대로 해요, 혹시 위법행위면 어떡하려고.”

“그럼 어떻게 고칠까?”

허태준은 심유진의 의견을 묻는 것 같았지만 그 차가운 눈빛에서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게 보였다. 심유진은 더 이상 반항할 수가 없었다. 여형민이 심유진의 팔을 잡았다가 그 시선에 손을 옷자락으로 가져갔다.

“잠시만 기다려봐, 유진 씨랑 얘기 좀 할게.”

의외로 허태준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래, 가봐.”

여형민과 심유진은 베란다로 나갔다. 심유진은 아직도 이 급전개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할 얘기가 뭐예요?”

여형민은 베란다의 문을 굳게 닫았다. 혹시 허태준의 귀에 이 대화가 들어갈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사실대로 얘기할게요. 허태준 씨는 술버릇이 되게 고약한 사람이에요 취하기만 하면 엄청 귀찮게 군다고요. 평소에도 강압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인데 술이 들어가면 훨씬 어린애처럼 고집을 부려요. 자신이 갖고 싶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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