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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결국 또 원점으로 돌아왔다. 심유진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시잖아요. 왜 저랑 결혼을 하시겠다는 건데요?”

가짜 여자친구 역할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쳐도 가짜 결혼은 말이 안 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허태준이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슬프고 우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그 표정이 굉장히 심유진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녀는 뭐라고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합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 보증서를 보는 순간 그쪽이랑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집에서는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하고 당신은 내가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여자니까.”

허태준이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스킨십을 해도 불편하지 않아.”

심유진이 그 손을 뿌리쳤다.

“대표님, 이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마세요. 혹시 이후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요.”

“그럴 일은 없어. 하지만...”

허태준이 웃으면서 보증서를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당신이 싫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근데 보증서는 영원히 유효하니까 혹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찾아와.”

심유진은 이렇게 빨리 그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그녀의 기억속에 그는 늘 강압적인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장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빠져 심유진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하러 가자는 요청을 거절당했지만 허태준은 여전히 매너 있게 심유진을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회사로 출근했다. 여형민은 사무실에서 온 오전 기다리다가 그를 보자마자 재촉했다.

“빨리 혼인신고서 좀 보여줘 봐.”

“없어.”

허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가 없다는 거야? 혼인신고를 안 한 거야 아니면 가져오지 않은 거야?”

“안 했어.”

허태준이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쳐놓고 자리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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