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원점으로 돌아왔다. 심유진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시잖아요. 왜 저랑 결혼을 하시겠다는 건데요?” 가짜 여자친구 역할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쳐도 가짜 결혼은 말이 안 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허태준이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슬프고 우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그 표정이 굉장히 심유진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녀는 뭐라고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합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 보증서를 보는 순간 그쪽이랑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집에서는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하고 당신은 내가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여자니까.” 허태준이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스킨십을 해도 불편하지 않아.” 심유진이 그 손을 뿌리쳤다. “대표님, 이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마세요. 혹시 이후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요.” “그럴 일은 없어. 하지만...” 허태준이 웃으면서 보증서를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당신이 싫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근데 보증서는 영원히 유효하니까 혹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찾아와.” 심유진은 이렇게 빨리 그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그녀의 기억속에 그는 늘 강압적인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장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빠져 심유진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하러 가자는 요청을 거절당했지만 허태준은 여전히 매너 있게 심유진을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회사로 출근했다. 여형민은 사무실에서 온 오전 기다리다가 그를 보자마자 재촉했다. “빨리 혼인신고서 좀 보여줘 봐.” “없어.” 허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가 없다는 거야? 혼인신고를 안 한 거야 아니면 가져오지 않은 거야?” “안 했어.” 허태준이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쳐놓고 자리에 앉
반백살이 넘는 남자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녀를 향한 불만스러운 눈빛 또한 변함이 없다. “심유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그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때 심유진은 조건반사적으로 떨었다. ——그는 줄곧 그녀를 상대하기를 싫어했다. 매번 그녀를 부를때마다 비평하고 책망할 뿐이었다. “심아저씨.”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일반손님처럼 맞이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건가요?” “먼저 들어와.” 심훈은 이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녀가 따라올것을 짐작이라도 하듯이.심유진은 따라들어갔다.다른것보다 진짜로 고소라도 한다면? 하지만 그녀는 잘못 짚었다. “니 엄마가 아프다.” 심훈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이 얘기를 들어도 심유진의 감정에는 기복이 전혀 없었다. “심아저씨와 다른분들의 관심덕분에 금방 회복하실거예요.” 그녀는 제일 표준적인 미소를 머금으면서 겉치레로 얘기했다. “암이다.” 심훈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자궁암, 발견했을 때 이미 말기란다.”심유진은 멍해졌다. 두손을 저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너한테 줄곧 못되게 군것을 안다. 니가 우리를 미워하는것도.” 심훈은 냉정하게 얘기했다. 말투에는 한치의 후회도 없는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니 엄마다, 십개월동안 힘들게 임신해서 낳고 너를 키웠다. 니가 엄마를 보러 갔으면 좋겠다.” 그는 ‘가스라이팅’ 을 잘했다, 하지만 심유진은 심씨일가를 줄곧 조심스럽게 했다. 특히 얼마전 심연희가 새해에 집에 오는것을 언급했는데 그때는 사영은의 병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사영은이 일부러 심연희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한건지 아니면 심훈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아프다고 했는데 증거 있어요?” 심유진이 물었다. “증거 없이는 못믿겠어요.” 심훈의 눈빛이 돌연 싸늘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코웃음을 쳤다. “심유진, 넌 참 양심이 없구나!” 그는 손에 들고있
심유진은 심훈에게 그녀를 납치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심훈과 억지로 밀어붙이는것은 현명한 짓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움직이기전에 타협을 선택했다. "따라서 돌아갈수 있어요."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전에 총지배인님한테 청가를 맡아야 해요. 손안에 업무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야 합니다." "잔머리 굴리지 마." 심훈은 경고했다. "저녁 8시 비행기를 예약했다. 6시전까지는 여기에서 널 만나야겠다. 아니면 니 총지배인을 만날테니." 심유진은 잔머리를 굴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그녀가 일하는 곳을 알고 있었고 현재 그녀의 거처도 알고 있었다. 그녀를 잡는것은 쥐새끼 잡기보다도 쉬웠다. 그녀는...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심훈은 줄곧 그녀를 골칫덩어리로 생각했을 것이다.그녀가 심씨집안에 있었을때부터 그는 그녀를 공기취급을 하였다. 필요가 없을때면 눈길 한번 주기를 꺼려했다.하지만 지금 그는 직접 그녀를 찾으러 오고 참을성 있게 많은 얘기를 했다. 심유진은 그가 진짜로 사영은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는것을 믿을수가 없었다. 그들의 부부감정은 남들이 보기에처럼 그렇게 좋은편은 아니었다. 심훈은 성인군자의 모습을 하였지만 실제 사적으로는 그의 회사와 계약한 연예인들과 입에 담지 못할 일을 하였다. 그녀가 이 일을 알게 된 이유는 사영은이 주기적으로 아무 이유없이 한바탕 난리를 치면서 그녀를 가둬놓고 죽도록 패면서 "천한 년이 내남편을 꼬시려고 하다니!" 하고 욕을 했기 때문이다. 심훈이 이렇게 절박하게 그녀를 경주로 데려가려고 하는데에는 꼭 다른 목적이 있을것이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하는것이 좋을것이다.심훈의 타산은 그녀보다 더 치밀했다."핸드폰을 내놓아라." 그는 심유진한테 손을 내밀었다. "맡겨놓은 셈 치자, 니가 달아날가봐 그러는거다." 심유진은 원래 나가자마자 여형민을 찾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계획이 심훈덕분에 완
심유진은 지금까지 크면서 심훈과 같은 차에 처음 타본다.어릴적 매일아침 창가에 엎드려 심훈이 심연희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것을 부럽게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제일 큰 바램은 심훈의 차에 탈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램은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 지금 그녀의 심경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 그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괴로웠다. 심훈은 그녀와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자는척을 했다. 앞에 두명의 경호원도 그녀랑 얘기할리 없었다. 심유진은 차창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도로를 달리는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기를바랬다. **심훈은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끊었다. 심유진도 그 덕을 봤다.그녀는 생각했다. 이번 여행중 유일한 위안이라고.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의 그녀의 조심스러움과 당혹함은 심훈의 여러번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중간 열을 건너 심훈이 경호원과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누가 잡종 아니랄가봐. 꼬라지 하고는.” 경호원은 얘기했다. “연희아가씨와 비교할 거리가 안됩니다.” 심훈은 얘기했다. “당연한 소리를. 감히 우리 연희를 따라올자가 있는가?” **두시간의 비행은 금방 끝났다.오랜만에 돌아온건지 지금의 경주는 떠날때와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심유진은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는 곳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심씨저택과 심씨네 하녀들이그녀를 대하는 태도 등 말이다. 그녀는 심훈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하인들은 심훈을 대할때 온얼굴에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신거렸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차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가끔 “심유진아가씨” 라는 소리도 들렸지만 대부분은 아예 그녀를 보는척도 안했다. 심유진은 낙심할것도 없었다. 저들이 굽신거리는것이 오히려 꿍꿍이가 있을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을것이다. 심훈은 사영은이 항암치료를 받기 싫어 강제출원하여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심유진은 사영은이 또 무슨 잔머리를 굴리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아무리 아파서 심훈이랑 각방을 쓴다 해도 2층에도 충분한 방들이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위인 3층에 옮겨갈 필요가 없었다. 심유진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3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거의 끝까지 가니 덜 닫힌 문이 보였다. 문틈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아빠가 언니를 데려온다 했으니 걱정 마세요.”“네 언니가 고집이 세잖니...네 아빠가 나선다 해도 설득하기는 어려울거야...”“엄마가 이렇게나 아픈데...언니는 꼭 돌아올거예요!” “에휴...연희야...엄마는 후회 된단다...네 언니랑 일찍이 화해를 했더라면...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만약에, 만약에...” “엄마,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이깟 병은 완치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컨트롤은 할수 있다고 했어요! 언니도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 아니라서 엄마가 예전에 했던 잘못을 용서할 거예요!” 심유진은 벽에 기대어 반나절을 들었다. 한숨이 놓이는 동시에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영은의 병은 심훈이 지어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 생각하니 심유진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유진아가씨, 왜 안들어가세요?” 하인은 과일을 들고 올라오는데 그녀가 문어구에서 넋을 잃고 서있는것을 보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심유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멋쩍게 웃었다. “지금 들어갈려구요.” 하인은 자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럼 이걸 들고 들어가세요. 주인님이 저한테 부인과 연희아가씨한테 주라고 시켰습니다.” 이때 방문은 안에서 세게 열렸다. 심연희는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홍아줌마, 아빠가 아줌마한테 과일을 가져다 주라고 시킨 거지 언니한테 시킨게 아니예요! 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사직하고 나가세요!” 홍아줌마는 심
심씨네 객실구조 및 배치는 전부 동일했다. 침대시트 및 커버까지도 똑같은 흰색이였다. 심유진은 한순간 십년을 지내던 그 방에 들어온줄 알았다. 사영은은 객실 중앙의 큰 침대에 반쯤 누워있었다. 두볼은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더 움푹하게 패였다. 얼굴빛도 노래졌다. 그는 값비싼 실크잠옷을 입었고 긴 머리는 풀어헤쳐 있었다. 어두운 조명아래 더욱더 초췌해보였다. “엄마! 언니가 돌아왔어요!” 심연희는 기뻐서 크게 소리질렀다. 사영은의 눈가도 붉어졌다. “유진아...” 그는 목이 메어왔고 유진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서 엄마한테 오렴!” 심유진은 그자리에 서있었다. 감히 다가갈 엄두가 안났다. 그는 자기가 한발만 나서면 사영은이 또 그 험악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땅에 밀치며 온힘을 다해 걷어찰것만 같았다. 사영은도 유진의 공포감과 경계하는 눈빛을 알아챘다.“유진아...” 그는 무력하게 손을 떨구었다. 눈물이 한방울 한방울 이불을 적셨다. “엄마가 미안하다.” 심유진은 조용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아무리 얘기하고 뭘 한다 해도 너한테 안겨다준 상처를 메꿀수 없다는것을.” 사영은은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얼굴에는 쓴웃음을 띄었다. “니가 나를 보러 온것만 해도 나는 만족한단다.” “언니!” 심연희도 언제부턴가 눈물범벅이 되었다. 심연희는 심유진의 손을 잡으면서 애원했다. “엄마를 용서해줘! 그게..그게...그게 엄마의 제일 큰 소원이야!” 사영은은 창백한 입술을 하고 기대스런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의 입에서는 ‘용서’ 라는 두글자가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사영은이 그녀한테 가져다 준 상처는 몸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너무 커서 죽는다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것이다. “이미 다 봤으니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차갑게 돌아섰지만 이내 심연희한테 붙잡혔다. “언
심유진은 알수가 없었다.그래서 잠시 사태의 흐름을 기다려보기로 했다.“좋아요. 남을게요. “그는 얘기했다. “내일 엄마랑 항암치료 받으러 병원으로 갈게요.”사영은은 한순간 당황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예약이 필요하단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얼굴에 띈 미소는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새해라 의사들이 휴가를 가서 예약도 설 후에야 가능하단다.” 심유진은 그녀의 우스운 소리를 믿은 셈 쳤다.“그래요. 설연휴가 끝나면 그때 예약하러 병원에 같이 가줄게요.”“그래.” 사영은은 이번에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심유진은 예감이 들었다. 설연휴 이 세날동안 무슨 일이 반드시 일어날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시간은 이미 늦었다. 그녀는 방안으로 돌아가 자려고 했다.심연희는 굳이 따라가겠다고 했다.“언니의 방은 엄마가 매일 사람을 시켜 청소하게 해요! 깨끗하죠?” 심연희는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심유진은 이내 손으로 책상을 쓱 쓸어보았다. 확실히 먼지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심씨저택에 남겨놓은 물건들이 보이지 않아 그녀가 여기서 생활했다는 흔적을 느낄수 없었다.전혀 의외치 않았다. 그때 그녀가 훌쩍 떠난것은 심씨일가에게 큰 모욕을 줬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엄청난손실까지 보게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심훈 혹은 사영은이 사람을 시켜 그녀의 물건을 모두 버리게 한다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심연희는 몇발자국 앞서 옷장앞에 섰다. 입에서는 “짜잔”하는 소리를 내며 옷장문을활짝 열어 제꼈다.객실의 옷장은 크지 않았다. 문 두개에 서랍이 세개였다.이런 옷장이었지만 그때 심유진의 옷가지들은 옷장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옷장은 갖가지 옷들로 가득 차있어 빈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 옷들은 엄마가 미리 백화점 전문점에서 보내오라고 한 옷들이야. 전부 올해 가을겨울 신상이야.” 심연희는 한가지 한가지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심유진이 명품을 모르기라도 하듯이. “
아홉시 좀 지나서 하인이 문을 두드렸다. “유진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태도는 엄청 공경스러웠다. 누구한테 일침을 받은것 같았다.심유진은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아직요.” 그는 대답했다.“그럼 아침은 지금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면 조금 있다가 내려와서 드실건가요?” 하인이 물었다.심유진은 놀랍고 황송스럽기까지 하였다. 이번 판은 크게 짠것 같았다.그녀는 판에 갇히면 다시는 못나올것만 같았다. 그녀는 씻지도 않고 문을 열어 접시를 가지고 들어왔다. 접시에는 샤오완툰 한그릇과 반찬 몇접시가 담겨있었다——이것은 심유진의 학청시절때 제일 좋아하는 아침식사였다.불안감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샤오완툰을 다 먹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나도 움직이지 않는다.그는 불변으로 모든 움직임에 대응 할 예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연희가 그녀를 찾아왔다. “옆방으로 가서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주자.” 심유진은 거절하지 않았다.사영은은 어제저녁 차림 그대로였다. 얼굴의 누런끼는 더 진해진것 같았다. “안색이 어제보다도 안좋아요.” 심유진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그래?” 사영은은 어색하게 웃고는 자기 얼굴을 만졌다. “병이 더 심해졌나보지.” “허튼 소리 하지 마세요!” 심연희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얼굴을 만지던 손을 떼어냈다. “언니가 돌아온게 너무 기뻐서 엊저녁에 휴식을 잘 못했겠죠!” 사영은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럴수도 있겠구나.”심유진은 처음에는 주의하지 못했다. 심연희가 떼어 낸 사영은의 손은 여전히 하얬다. 그 얼굴색과는 선명한 대비가 되었다. 그녀의 손끝자락은 이상하게도 노란색이 묻어있었다. 진실은 뻔한것 같았지만 심유진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그들과 싸워서는 안된다. 심씨저택안의 모든 사람은 그들의 사람이고 그녀의 핸드폰 또한 심훈한테 압수 당해서 아직까지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그녀는 견뎌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