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지는 얼굴빛이 순간 돌변했다.시천복은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나쁜 생각을 품고 있었다.전에도 은행 대출을 받는 난도를 높여 양희지를 굴복시키려고 했다.은행 대출만 받을 수 있었으면 양희지는 모험하면서까지 훔쳐 온 석연고를 들고 공혜리를 찾아가 협력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겨우 위기를 넘겼는데 돼지 같은 은행 행장이 또 자신을 방해할 줄이야.지난번에는 들키기라도 할까 봐 양희지와 잠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요구를 슬쩍 암시만 했다.그러나 거절당한 후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면전에서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제기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시 행장님,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지 알고는 계세요?”양희지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애써 예의를 지키려고 했다.“아까 했던 말은 없던 일로 할게요. 저도 못 들은 척할 테니까요.”시천복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양희지,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전에 결혼도 했었을 뿐만 아니라 남도훈과도 애매모호한 사이를 유지했었잖아. 오늘까지도 거절하면 내가 악독한 사람이라고 탓하지 마. 계좌가 풀리지 않으면 공급업체 사람들이 손을 잡고 널 고소할 거야. 그때 되면 네 회사도 전면조사를 받게 될 거고.”양희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예요?”“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필요 없어. 서로 원하는 걸 상대방한테서 얻는 것뿐이잖아. 날 만족시켜주면 계좌도 풀어주고 앞으로 자금 방면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다 도울게.”시천복은 점점 더 음탕하게 웃었다.“몇 분이면 끝나. 너도 밑질 건 없잖아. 너도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일인데 왜 자꾸 거절하려는 거야.”“파렴치한 자식!”양희지는 시천복을 향해 한 마디 욕설을 퍼붓고 일어서 나가려고 했다.이를 본 시천복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오늘 이대로 가버리면 계좌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거야. 네 회사도 파산될 거고.”그는 말하면서 두 손으로 양희지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꺼져!”양희지는 발로 시천복의 가랑이를 차버렸다.천하
양희지가 아무리 호신술을 배웠다고 해도 힘센 성인 남성은 이길 수 없었다.시천복이 우세를 점하게 되면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어디서 적반하장이야, 이년이!”시천복은 양희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손을 들더니 그녀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여긴 내 관할 구역이야. 내 말이 곧 어명이란 말이야.”바로 이때, 누군가가 정확히 시천복의 손목을 붙잡았다. 시천복이 애써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너 누구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얼른 이 손 놓지 못해? 내 말 안 들려?”염무현은 자신을 협박하는 시천복을 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그 손 놔.”양희지는 염무현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염무현이 왜 여기 있어?’“너 누구야?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내가 이 손 안 놓으면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시천복은 은행이 자신의 관할 구역이라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당장 이 손 놔. 그렇지 않으면 경호원들 보고... 악!”염무현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에 힘을 주었다.우두둑!시천복은 자신의 손목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건 분명히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극심한 고통 때문에 그는 저도 모르게 땅에 주저앉으며 양희지의 머리카락을 놓아주고 그 손으로 땅을 짚으며 지탱했다.시천복의 속박에서 벗어난 양희지는 허겁지겁 빠져나와 그와 한참 거리를 둔 곳에서 몸을 일으켜 일어났다.“X발... 감히 내 손목을 부러뜨려? 죽여버릴 거야. 얼른 저 새끼 죽여. 뒷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시천복이 경호원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경호원들이 덤벼들려고 할 때, 염무현이 갑자기 시천복을 발로 차버렸다.시천복의 뚱뚱한 몸은 마치 고무공처럼 멀리 날아갔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 아래, 그는 족히 십여 미터나 날아가 벽에 세게 부딪쳤다.쿵!벽에는 큰 구덩이 하나가 생겼다.시천복은 피범벅이 된 채 극심한
“엄마, 방금전에 염무현이 날 도와줬어.”양희지는 사실대로 말하면서 염무현에게 감사하다고 눈짓했다.“도와주기는 개뿔. 또 무언갈 속으로 꾸미고 있겠지. 염무현, 너 우리 딸 미행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왜 여기에 있어.”서아란은 눈을 부릅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저 나쁜 새끼랑 손을 잡고 너를 해치려 한 걸지도 몰라. 희지야, 저 쓰레기 놈을 쉽게 믿어서는 안 돼. 네 안전을 위해서라도 멀리해야 한다니까.”“염무현, 너 대체 무슨 속셈이야?”염무현은 서아란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왜 그쪽한테 설명해야 하죠? 당신은 또 무슨 자격으로 날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건데?”서아란은 태도가 금세 더 거만해졌다.“저거 봐, 저거 봐. 무슨 소릴 하는지 들었지?”양희지가 눈살을 찌푸리고 서아란을 말렸다.“그만해, 엄마.”그녀는 염무현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자신의 엄마와 외부인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염무현의 편을 들어주기에는 약간 난감한 상황이었다.“그나저나 여기까진 어떻게 찾아왔어?”김준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해서 널 쫓아온 거야.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그는 자신만만해 보였다.서아란은 화색을 띠며 맞장구를 쳤다.“그래. 네 준휘 오빠가 있는데 해결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해외로 달아난 남도훈까지 잡아 왔잖아. 게다가 우리가 사기당한 돈까지 다 돌려받을 수 있게 했는데, 준휘처럼 훌륭한 애가 어디 또 있겠니. 누구처럼 다른 년한테 빌붙어 살기로 했으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파리처럼 네 곁을 맴돌려 하지는 않잖아. 보기만 해도 역겨운 자식!”그녀는 김준휘를 칭찬하는 반면 염무현을 업신여겼다.염무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김준휘를 훑어보며 물었다.“지금 남도훈을 잡아 온 게 다 이 사람 공로란 말이에요?”“준휘가 아니면 설마 너 같은 쓰레기 놈이겠어?”서아란은 그를 째려보면서 말했다.“준휘는 국제형사
“몇 년 동안 희지 곁에 못 있어 준 걸 보상해주기 위해 어떤 대가든 잔말하지 않고 받아들이겠습니다.”“들었어? 이것이야말로 책임감 있는 남자라는 거야.”서아란은 이내 맞장구를 쳐주면서 끊임없이 양희지를 향해 눈짓했다.이렇게 좋은 남자를 어디 가서 또 찾겠는가?“그럼 무릎 꿇고 저한테 절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 해주세요. 쉽죠?”염무현이 불쑥 말을 꺼냈다.김준휘는 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그는 염무현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히 과한 요구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제기했다 하더라도 김준휘는 핑계를 대고 거절할 생각이었다.왜냐하면 구두로 한 약속은 무효하기 때문이다.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한 사람으로서 그는 계약 정신을 중요히 여겼는데 오직 사인하고 도장 찍은 일에만 책임질 뿐이었다.반면 염무현이 고액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다면 양희지에게 더 나쁜 인상만 남겨줄 것이다.김준휘는 꽤 야무진 사람이었다. 그는 몇 마디 말로 함정을 파놓고 염무현이 뛰어들기만을 기다렸다.그러나 김준휘는 염무현이 그런 요구를 제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절을 해달라고?돈을 팔지 않지만 중요한 건 체면이 깎인다는 것이다.“염무현, 너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서아란이 나서서 염무현을 비난했다.“준휘야, 이런 사람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김준휘는 생긋 웃으면서 화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 이를 갈며 염무현을 욕했다.그는 염무현에게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내가 해외로 가지 않았으면 너에겐 희지 곁에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 내가 돌아온 이상 이젠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거야.”염무현은 피식 웃었다. 그는 뻔뻔하게 남의 공로를 빼앗는 사람과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국제형사라는 사람이 이리도 파렴치하게 굴다니. 사실 그와 남도훈은 별다른 점이 없었다.바로 이때, 시천복이 소리쳤다.“이 새끼들이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서아란과 김준휘가 은
서해수비대 부대장 방원혁은 고진성의 유능한 조수일 뿐만 아니라 고대 무술 능력자 신분까지 지니고 있었기에 서해시에 아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양희지는 방원혁을 보자마자 표정이 심각해졌다.방금전 거만한 태도를 보이던 김준휘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국제형사라는 신분이 꽤 놀랄 만은 하지만 오직 조직 내부에서만 먹혔다. 그는 사실 용국에서 아무런 집행권도 없었다.경찰청에서 온 사람이라면 아마 그의 신분을 보아서라도 일을 너무 난감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수비대는 경찰청 관할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시스템이었다. 그 말인즉슨 국제경찰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체면을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양희지는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녀는 시천복이 서해 은행 행장이라는 신분으로 행패를 부리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강한 백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엄마, 얼른 가.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양희지가 급하게 서아란을 보내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로 가족이 피해를 받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또한 서아란이 나가게 되면 꼭 그녀를 구하려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기회를 창조해주고 있다.“간다고? 내 처형이 도착했는데 어딜 간다는 거야. 오늘 누구도 나갈 생각하지 마.”시천복이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 그러더니 절뚝거리고 방원혁을 향해 걸어가 고자질을 했다.“처형, 내 상처 좀 봐봐. 이게 무슨 꼴이야 글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방원혁은 매제의 비참한 꼴을 보고 눈에 띄게 화나 했다.시천복은 뻔뻔하게 모든 책임을 양희지에게 밀었다.“이 천박한 여자가 계좌를 풀어달라고 날 꼬시려고 했는데, 처형도 알다시피 난 원희한테 일편단심인 사람이잖아. 그래서 당장에서 거절했더니 도리어 화를 내면서 날 이 꼴로 만들었다니까.”“무슨 소리야. 당신이 먼저 나한테 손대려 했잖아.”양희지가 큰 목소리로 반박했다.방원혁은 냉소를 흘리더니 흉측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내가 일이 생긴
대외로는 고진성이 수비대를 이끌고 쌍날 악귀를 진압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수비대에서 엄청 많은 칭찬을 받았었다.위에서는 수비대를 대신해 장려를 청하고 있었고 고진성 본인은 영웅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또 소문에 따르면 위에서 고진성에게 한 도시의 총사령관 자리를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한다.아주 큰 공을 세운 외에는 수비대에서 총사령관이 되는 일은 전부터 무척 드물었다.고진성이 성공적으로 승진하게 되면 수비대 대장 빈자리는 십중팔구 방원혁이 물려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고진성이 위로 장려를 신청할 때 수비대 전체의 공로라고 보고했기 때문이다.그날 골목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방원혁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수비대가 급히 출동한다고 해도 그들의 실력으로 강력한 쌍날 악귀를 성공적으로 체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수비대만 큰 손해를 입고 쌍날 악귀는 무사히 도주했을 것이 뻔했다.실력이 제일 강한 고진성조차 쌍날 악귀 중 단 한 명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보장할 수가 없었다.방원혁의 힘까지 보탠다고 해도 80%의 승률밖에 없었다.이름만 말해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쌍날 악귀를 진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눈앞에 있는 염무현이었다.방원혁은 당시 염무현이 다친 곳 하나 없이 서 있는 걸 보았었다.그 말인즉슨 염무현이 쌍날 악귀보다 훨씬 강했다는 것이다.그 외에 방원혁은 신병 때부터 고진성과 함께 일해왔는지라 두 사람은 친형제나 다름없었다.고진성과 고서은 두 오누이가 유전병을 앓고 있다는 것과 같은 자세한 일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친했다.게다가 고진성뿐만 아니라 진경태와 공규석 같은 지하 세계의 왕도 염무현을 아주 공손히 대했다.심지어 고진성은 전에 나라를 다스리는 거물조차 염무현을 공손히 대할 정도로 신분이 아주 존귀하다고 그에게 은밀하게 알려준 적이 있었다.방원혁은 염무현의 낯익은 얼굴을 보자마자 식은땀을 흘렸다.‘시천복은 왜 이런 거물을 건드리고 난리야.’그가 전전긍긍해 하며 어찌해야
“거울이 없으면 집에 변기는 있을 거 아니야?”방원혁은 끊임없이 발로 시천복을 차면서 말했다.“네 꼴을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돼지처럼 생긴 주제에 누가 널 꼬시려고 해.”시천복은 저항 한 번 못하고 발에 차일 때마다 비명소리만 냈다.“밖에서 여자들을 건드린 게 이게 몇 번째야? 평소에는 원희를 보아서라도 그냥 넘어가 줬는데, 이젠 감히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고 해? 오늘 내 손에 호되게 혼나야 정신을 차리지?”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방금전까지 처형이라고 기세등등하게 찾아와 시천복을 도와줄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시천복을 때리다니.게다가 가족이라고 봐주기는커녕 있는 힘을 다해 시천복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마치 매제를 죽이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양희지도 어안이 벙벙해 했다.몇 초전까지만 해도 시천복을 위해 복수해줄 것처럼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들에게 간첩죄라는 누명까지 씌우려던 사람이 왜 눈 깜빡할 사이에 돌변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게다가 양희지는 방원혁의 눈에 두려움이 서려 있는 걸 똑똑히 보았다.그가 두려움 때문에 시천복에게 폭행을 가한 게 분명했다.그런데 왜 두려워하는 걸까?수비대 부대장으로서 방원혁이 그들을 혼내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는데 왜 갑자기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양희지는 시선을 염무현에게로 돌렸다.왜냐하면 방원혁의 태도가 염무현을 발견한 후 갑자기 180도로 변했기 때문이다.‘설마 염무현을 무서워하는 건가?’‘그럴 리가!’양희지는 자신의 생각을 부인했다.염무현은 현재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서아란이 말한 것처럼 돈 많은 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스카이 레스토랑 사장님이 되었다 하더라도 방원혁처럼 손에 실권을 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고개를 숙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김준휘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염무현을 무서워할 리가 있는가.“처형,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그만 때려. 더 때리면 나 죽어. 내가
아무래도 회사에서 계좌를 사용하고 대출을 받으려면 시천복을 거쳐야 했기에 그를 건드리게 되면 일이 많이 힘들어지게 된다.이 말인즉슨 그를 대할 때 훗날을 생각해서라도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평범한 시민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뚱보 새끼, 용서받은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행장 신분으로 복수라도 하려거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방원혁이 호통을 쳤다.시천복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요. 앞으로 양 대표님 일이라면 서슴없이 나서 돕겠습니다.”방원혁은 그의 맹세를 듣고서야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이렇게 처리하면 될까요?”이 말은 염무현에게 묻는 말이었다.그러나 마침 염무현과 같은 방향에 서 있던 김준휘 당연히 자신과 한 말이라고 여기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그럭저럭 마음에 드네요. 매제임에도 불구하고 공평을 주장하는 걸 보아서는 꽤 정직하신 분 같네요. 저희 마음에 들게 일 처리를 했으니 위층에 신고하지는 않을게요.”방원혁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다.‘너랑 뭔 상관이야? 네가 뭔데 아까부터 이래라저래라야. 대체 누군데 이렇게 파렴치하게 구는 거야.’그러나 염무현의 눈빛 하나에 방원혁은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다른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김준휘를 건드리지 못해 그러는 것이라고 여겼다.“하하. 그러니까 국제형사 체면을 고려해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서아란은 흥분해 하며 방금전 방원혁이 김준휘를 안중에도 두지 않던 일을 금세 잊었다.김준휘는 시천복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그만 꺼져도 돼. 앞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희지가 있는 곳이라면 적어도 삼십 미터 거리는 두도록 해. 알겠어?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져!”아무것도 모르는 시천복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당장 꺼지겠습니다.”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둥지둥 달아났다.방원혁은 애써 화를 참았다.‘이 새끼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