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돼 버린 그대

슬픔이 돼 버린 그대

By:  우즈  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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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날, 손하준의 아버지가 우리의 신혼집에서 자살하며 내가 죽였다고 고발하는 절필 편지를 남겼다. 그 후로, 하준은 나에게 뼈저리게 원한을 품었다. “임예진, 넌 지옥에서 살면서 평생 참회해야 해.” 나중에는 그의 뜻대로 되었다. 나는 밖에서 떠돌아다니며 벙어리가 되어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하준은 오히려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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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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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Su Kim
이런 단편소설들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천회가 넘어가는 소설들은 읽다 재미없어서 중도포기하는데 이런건 깔끔하니 좋네요
2024-10-20 15: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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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hapters

제1화

온몸에 구정물이 묻은 채 쓰레기통에서 페트병을 뒤지고 있는 내 모습이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올라와 순식간에 핫이슈를 되었다.“'가장 예쁜 쓰레기 줍는 소녀.' 바보야, 네티즌들의 평가가 꽤 높아.”나는 만두를 살짝 깨물고 조용히 유도현이 인터넷 댓글을 읽는 것을 들었다.도현은 이마 앞 잔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계속 휴대폰을 보며 읽기 시작했다.“임씨 그룹 임예진 아니야? 사진이 있어. 이 여자 임예진 맞아. 송하준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다가 손하준 아버지의 여자까지 해쳤대.”도현은 여기까지 읽고 입을 다물었다.나는 온몸이 뻣뻣해져 만두를 집을 수 없었다.곁눈질로 나는 핸드폰 화면에 확대된 사진을 똑똑히 보았다.환한 여자의 표정과 달리 남자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는데 그것은 나와 하준이의 결혼사진이다.3년 만에 다시 이 이름을 들었다.마음속의 설렘은 이미 두려움으로 대체된 지 오래된 나는 자기도 모르게 도망가고 싶었다.“괜찮아, 예진아, 내가 지켜줄게. 조금 있으면 너를 데리고 여기를 떠날 거야.”도현은 나의 이상함을 발견하고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3년 동안 떠돌아다니며 모두가 나를 비웃을 때 오직 도현만이 나에게 접근하고 나를 도와주려 했다.도현은 자주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나는 보기에 바보 같지만 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도현은 정말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나는 낡은 집으로 돌아가서 폐품을 모은 뒤 팔아서 도망가려고 했는데 급하게 서둘렸지만 여전히 한발 늦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자루를 끌고 문을 나설 때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예진아, 또 어디로 도망가고 싶어?”7월의 햇빛 아래에서 나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3년 동안 다시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이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한다.나는 손바닥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채 가방을 꽉 움켜쥐고 있었는데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기억 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다시 솟아올라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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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결국 모든 것이 손하준의 뜻대로 되었다.하준은 전력을 기울여 임씨 가문의 재산을 손에 넣더니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고 나에게 온갖 굴욕을 주었다.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나를 막다른 골목에 가뒀다. 두려운 나머지 나는 하준에게 전화를 걸어 큰소리로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하준의 차가운 한마디만 돌아왔다.“임예진,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죽을 거면 멀리 가서 죽어.”하준의 바람대로 나는 멀리 가서 죽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려고 진흙탕 속에서 허덕이며 온몸이 더러워 개만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하준이 또 나를 찾아왔다.“예진아, 왜 그래?”하준은 나의 반응에 놀란 듯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나를 품에 안으며 내가 비싼 양복을 더럽히는 것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누군가 인기척을 듣고 와서 보고는 하준에게 말했다.“저기요, 이 벙어리에서 좀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예요. 지능에 문제가 좀 있거든요.”“벙어리? 지능에 문제가 있다고?”하준은 의아하게 물었다.“맞아요. 이 벙어리가 여기 온 지 몇 년 되는데 늘 이렇게 놀라면서 소리 질렀어요.”나는 더 심하게 떨었는데 하준도 더는 망설이지 않고 나를 안아 들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몸이 굳어진 채 감히 발버둥 치지도 못했다.하준은 나를 뒷좌석에 내버려 두었는데 차 안에 점점 고약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나는 차 문에 바싹 달라붙어 난처하여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바지의 촉촉함이 나를 더욱 두렵게 했다.예전에 하준은 내가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옷과 차를 더럽혔으니 틀림없이 화가 났을 것이다.나는 하준의 부정적인 감정이 극에 달할까 봐 두려웠지만 하준은 별말이 없이 차에 시동을 걸 뿐이었다.하준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와서 검사했다.결국, 스트레스 관련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고 하준은 보고서를 움켜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예진아,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내가 입을 열지 않고 협조하지도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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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리고 며칠 뒤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 아줌마로 바뀌었고 손하준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하지만, 강이진이 왔다.나는 이진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하씨 가문의 양녀로 알고 있는 그녀는 하준 마음속의 여신이기도 했다.이목구비가 정교한 이진의 초롱초롱한 큰 눈은 내가 봐도 불쌍해 보였다.이진은 여주인의 자세로 하이힐을 신고 내 앞으로 다가왔는데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어 자태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3년 동안 밖에서 떠돌아다니다가 바보가 되고 벙어리가 되었다면서? 하준이가 그렇게 너를 미워하는 데 여기 있으면 생활이 편치 않을 거야. 네가 떠나고 싶다면 내가 도울 수 있어.”나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어 이진의 눈에 스쳐 지나가는 비아냥거림을 마주 보았다.이진의 입가에 웃음기가 어리고 눈빛이 점점 부드러워졌다.너무 떠나고 싶었던 나는 하나뿐인 지푸라기를 잡지 못할까 봐 이진에게 절박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이진은 나와 옷을 바꿔입고 선글라스를 쓰라고 했다.“이렇게 해야만 문 앞의 경호원을 피할 수 있어. 문을 나서면 내 기사가 예진 씨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나는 긴장한 나머지 계속 마른 침을 삼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내 마음은 감옥을 벗어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술자리에 끌려가 있었다.그곳에서 곧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았다.“어머, 이분은 임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에요? 어찌하여 여기에 오셨어요?”“임씨 가문 아가씨는 무슨. 인터넷 안 봤어요? 그냥 구린내 나는 거지예요.”“항상 눈이 높았던 임예진이 어떻게 이런 작은 술자리에 왔나 했더니 알고 보니 쓰레기 주우러 왔군요.”“하하...”나는 예전에 거만한 태도로 아버지의 사랑을 무기 삼아 처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데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다.이제 나의 초라함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끊임없이 출구의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때 흐릿한 모습이 나의 시선 속에 나타났다.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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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려고 했지만 손하준이 힘껏 잡았다.“내가 그렇게 무서워? 임예진, 네가 왜 이렇게 나약해졌어? 너 진짜 불쌍한 척하는 거지? 고생도 못 참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가 그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통을 견딜 수 있는데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고? 이렇게 처참한 척하면 내가 널 가만둘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아버지의 죽음, 이진과 엇갈린 그 10년은 모두 너 때문인데 네가 어떻게 감히!”하준의 두 눈은 점점 붉어졌고 손의 힘은 갈수록 세졌다. 나는 아파서 눈물을 참으며 하준에게 용서해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이것은 내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인데 맞을 때마다 이렇게 빌면 재미없다고 봐줬다.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손하준이라는 걸 잊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었다.“손이 왜 그래?”하준이 나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정교하고 길쭉하던 이 오른손은 이미 추하게 변했다. 손등에 동상으로 생긴 흉터가 가득했는데 손바닥의 그 상처는 끊임없이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나는 황급히 손을 빼려 했지만 하준의 힘이 너무 세서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허사였다.하준의 분노는 점점 더 거세져서 나는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다쳤는데 왜 말을 안 해?”나는 감히 말할 수 없었기에 잘못을 저지른 죄인처럼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하준은 내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예전에 내가 다쳐서 어리광을 부렸을 때 하준은 항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욕했다.차츰 나도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스스로 상처를 싸는 법을 배웠고, 스스로 병원에 가는 법을 배우며 다시는 하준을 귀찮게 한 적이 없다.그래도 하준은 여전히 화가 났는지 나를 거실로 끌고 가서 약상자를 가져오더니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하준은 잘생긴 눈을 내리깐 채 동작이 지극히 부드러웠다.정신이 흐릿한 가운데 나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손하준은 나에게 잘해줬다.내가 넘어졌을 때 하준은 나를 위해 상처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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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힘없이 입을 크게 벌린 채 마치 죽어가는 물고기 같았다. 극도의 공포가 목구멍을 맴돌다가 마침내 입으로 튀어나왔다.“싫어! 건드리지 마!”하준은 갑작스러운 내 비명에 놀라 손을 놓았다.나는 뒹굴며 벽 모퉁이로 돌아가서 두 손으로 찢어진 옷을 꼭 움켜쥔 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용서를 빌었다.“제발, 다시는 너에게 매달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제발 날 놔줘...”하준은 한 발짝 한 발짝 나에게 다가와 입을 움직이며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잘 들리지 않았다.나는 마치 그날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들은 이렇게 나의 마지막 존엄을 조금씩 무너뜨렸는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탁자 위의 과도를 집어 자신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예진아!”찢어지는 듯 부르짖는 하준을 보며 나는 웃었다. 하나도 안 아팠고 전에 없든 홀가분함이 몰려왔다.안타깝게도 과도는 빗나가서 나는 죽을 수 없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병실 입구에 몸집이 큰 낯선 사람 몇 명이 서 있었다.문밖에서 누군가 다투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는 몇 마디를 어렴풋이 들었다.“예진은 나의 합법적인 아내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막아요?”“그럼 손 대표님께서 가능한 한 빨리 이혼 합의서를 준비하시고 나눌 재산은 다 나누시죠? 예진이 회복되면 이혼 신고하러 가고요.”“유도현! 너무 한 거 아니야?”‘유도현? 내가 아는 그 유도현?’내가 추측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양복 차림의 남자가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검고 빛나는 두 눈은 나를 바라보더니 웃음기를 머금고 안타까운 듯 말했다.“바보, 내가 네 옆에 없으면 네가 이렇게 비참한 꼴이 되는구나.”나도 입꼬리를 올려 웃기 시작했다.“유도현...”도현이 바로 나를 위해 하준과 맞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유씨 가문 사람이었다.도현은 놀란 듯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너 말할 줄 아는구나!”그날, 도현은 종일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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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하준은 도현한테 반격하지 않고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이혼하고 싶으면 따라와.”“예진이가 따라가지 않더라도 이혼하게 될 거야.”하준은 도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가 대답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도현의 등 뒤에 숨어있던 나는 하준 앞으로 다가가 침착하게 말했다.“그래, 같이 갈 테니까 이혼하자.”나는 하준과의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 순순히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 끝나면 연락할게.”도현은 내가 위태로워 보였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내가 도현의 손을 꼭 잡아주자, 도현은 나의 선택을 이해한다면서 보내주었다.하준은 날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남은 가든 별장으로 나를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다.그 별장에서 세상을 뜬 아버님에 대한 죄책감, 하준을 사랑해서 생겨나는 두려움이 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모욕한 하준은 내가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짊어진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나는 생기를 잃어갔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점점 나만의 세상에 갇혀서 살았다.나는 용기를 내어 하준에게 물었다.“우리 언제 구청에 갈까?”나의 말에 하준은 분노했고 문을 거칠게 닫은 뒤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갑자기 나타난 이진은 나를 서슴없이 모욕했고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베란다까지 오게 되었다. 이진은 휴대폰 속에 저장된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었다.여러 남자가 살결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여자를 제압했다. 여자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다. 익숙한 비명과 익숙한 골목에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두 귀를 막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짧은 영상이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이진은 온몸을 덜덜 떠는 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예진 씨, 내 생각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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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하준과 함께 바삐 돌아치면서 손님을 맞이했다. 커다란 스크린에 아버님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나는 아버님이 그동안 이루어낸 업적과 기사 내용을 바라보면서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사실 아버님과 서먹했기에 떠오르는 추억은 많지 않았다.아버님은 무뚝뚝했고 말수가 적어서 다가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와 하준의 약혼식 날, 손씨 가문 며느리에게 대대로 내려온다는 옥팔찌를 나에게 주었다. 하준은 결국 옥팔찌를 나에게서 빼앗았고 비통한 내 삶의 시작되었다. 이때 스크린이 어두워지더니 이진의 휴대폰에 저장된 영상이 재생되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속옷까지 축축해졌다.“당장 끄지 못해? 모두 구경 났어? 당장 끄라고!”이때 누군가가 외투를 벗어 나의 허리춤에 묶어주더니 커다란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렸다. 폭풍우 속에 남겨진 나를 구해준 사람이었다.하지만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수군거렸다.“영상 속 여자 임예진 맞지?”“그것도 남자 여러 명과 저런 짓을 벌이다니, 더러워.”“다 큰 어른이 바지에 실수나 하고...”“감히 세상을 뜬 시아버님의 생일 연회에서 이런 영상을 틀다니... 이런 더러운 여자가 어떻게 손씨 가문 며느리란 말이지?”나를 막았던 두 손이 나의 귀를 막더니 목청을 높여 말했다.“예진은 피해자예요. 어떻게 피해자를 대놓고 모욕할 수 있죠?”나는 넋이 나간 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하준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심장을 옥죄어오는 느낌이 점점 사라지자 숨이 트였고 나는 귀를 막아준 두 손을 꼭 잡았다.“저는 이제 손씨 가문 며느리가 아니에요. 하준이랑 이혼했거든요.”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다.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거실에 앉아 하준이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평소 성격이 급한 하준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한참 후에야 위층에서 내려왔다.“가자.”내가 소파에서 일어나자 하준은 나의 손목을 꽉 잡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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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제는 웃음거리가 된 이 반지를 빼서 쓰레기통에 버렸다.“이걸 어쩌지? 2천 원짜리 쓰레기는 이제 필요 없거든.”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러니까 이혼하자.”구청에서 나온 뒤,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하준을 사랑했던 마음은 나를 고통스럽게 했고 오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나는 자아를 잃었다. 사랑이 있던 자리에 굴러들어 온 건 다름 아닌 고통이었다.나는 하준과 남이 되었으니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해 가방 속의 USB를 만지작거리다가 차분하게 말했다.“하준아, 아버님의 죽음이 나랑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하준은 침묵으로 대답했고 나는 USB를 하준에게 건넸다.“만약 그동안 미워했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어야 했다면 어떨 것 같아? 하준아,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기대돼.”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하준이 공포에 덜덜 떨 차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고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도현 곁으로 다가갔다.그날 이후로 하준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화풀이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고는 칼을 들고 이진 집으로 가서 이진을 마구 찔렀다고 했다.심리 상담을 받고 나오는 길에 도현에게서 전해 들은 소식이었다.따스한 햇볕 아래에 선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도현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미소를 지었다.“심리 상담보다 더 좋은 것 같아.”집으로 돌아가자 문 앞에 피범벅으로 된 하준이 서 있었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에 묻은 피가 소름 끼쳤다. 밖을 떠돌던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하준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깜짝 놀란 도현은 내 앞을 막아섰다.“예진아,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라서 미안해. 날 때려도 좋으니까 제발...”하준이 우는 모습에 나는 어쩐지 구역질이 났다. 사랑했던 마음과 추억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나는 도현을 바라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나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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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도현에게 손씨 그룹의 주식을 넘겼고 도현은 손씨 그룹을 파산의 길로 이끌었다. 하준이 임씨 그룹을 망가뜨린 것에 대한 복수였다.밤이 깊어지면 카리스마 넘치던 도현은 갑자기 나에게 들러붙으면서 애교를 부렸다. 나의 손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난 이미 네 여자인데 왜 예전처럼 애교부리는 거지?”도현은 나를 끌어안고 나의 얼굴에 머리를 비볐다.“자기야, 뽀뽀해 줘. 오늘 한 번밖에 안 해줬잖아.”도현의 머리카락이 스치면서 목이 간지러웠고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도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갑자기 눈빛이 돌변한 도현은 나의 옷을 천천히 벗기면서 입맛을 다셨다.도현의 사랑을 받으면서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씻기지 않은 트라우마 때문에 나의 몸은 또다시 굳었고 몸이 덜덜 떨렸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도현은 나를 품에 안고 등을 다독이면서 위로해 주었다.“예진아, 내가 보호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 앞에서는 울어도 되고 소리 질러도 괜찮아. 애교도 부려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난 널 사랑하니까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는 도현을 안고 입을 맞추었다.“도현아, 아빠가 출소하면 우리 결혼하자.”“좋아. 우리 결혼하자.”신이 난 도현은 또다시 입을 맞추었고 나의 인생에 봄날이 찾아온 것 같았다. 내 곁에 있는 도현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니 온통 진흙밭이었다. 그러나 도현과 나아가게 될 길은 꽃길이었고 우리는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번외. 도현의 시각.]처음 예진을 만나게 된 건 내가 유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 날이었다. 예진은 건달한테 협박당하고 있었고 쓰레기통 옆에서 덜덜 떨었다. 건달은 예진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모욕했고 예진은 그저 싹싹 빌었다.반항할 생각이 없는 예진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답답했다. 결국 건달을 때려눕히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예진을 구했다. 그것은 내 25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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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중년 남성을 아버지라고 부르기 싫었다. 큰 병을 앓고 있던 엄마는 치료받지 못해서 세상을 떠났고 나는 어릴 적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은 적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예진을 위해 유씨 가문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갑자기 나타난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는 무척 좋아하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유씨 그룹을 맡겼다.나는 공부에 능한 편이 아니었지만 예진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하며 회사를 경영했다.어느 날 비즈니스 연회에서 하준을 만났고 나는 예진을 놓아달라고 말했다. 하준은 상업계의 거물로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날 밤에 술을 잔뜩 마셨다.집으로 돌아온 뒤, 할아버지는 날 한바탕 꾸짖으며 실력이 비슷한 손씨 가문과 등지게 되면 유씨 가문이 손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나를 때렸지만 나는 예진을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나는 술에 취한 하준이 예진에게 화풀이할까 봐 방으로 돌아온 뒤 옷을 갈아입고 가든 별장으로 향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이성을 잃었다.너덜너덜해진 옷을 입고 있던 예진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었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예진이 죽은 줄 알고 하준을 때려눕혔다. 하준이 나를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았고 재빨리 외투를 벗어 예진에게 덮어준 뒤 병원으로 향했다.수술이 끝나고서야 마음이 놓였지만 다시 마주친 하준을 보면서 분노가 들끓었다. 나는 경호원을 불러 하준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할아버지가 때려서 생긴 상처에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예진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 나는 예진이 벙어리인 줄 알았는데 그저 큰 충격을 받아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나는 진작에 예진을 구해주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고 예진의 몸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예진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도현아, 넌 날 믿어?”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서 묻는 말이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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