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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려고 했지만 손하준이 힘껏 잡았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임예진, 네가 왜 이렇게 나약해졌어? 너 진짜 불쌍한 척하는 거지? 고생도 못 참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가 그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통을 견딜 수 있는데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고? 이렇게 처참한 척하면 내가 널 가만둘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아버지의 죽음, 이진과 엇갈린 그 10년은 모두 너 때문인데 네가 어떻게 감히!”

하준의 두 눈은 점점 붉어졌고 손의 힘은 갈수록 세졌다. 나는 아파서 눈물을 참으며 하준에게 용서해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이것은 내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인데 맞을 때마다 이렇게 빌면 재미없다고 봐줬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손하준이라는 걸 잊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었다.

“손이 왜 그래?”

하준이 나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정교하고 길쭉하던 이 오른손은 이미 추하게 변했다. 손등에 동상으로 생긴 흉터가 가득했는데 손바닥의 그 상처는 끊임없이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손을 빼려 했지만 하준의 힘이 너무 세서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허사였다.

하준의 분노는 점점 더 거세져서 나는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

“다쳤는데 왜 말을 안 해?”

나는 감히 말할 수 없었기에 잘못을 저지른 죄인처럼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하준은 내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예전에 내가 다쳐서 어리광을 부렸을 때 하준은 항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욕했다.

차츰 나도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스스로 상처를 싸는 법을 배웠고, 스스로 병원에 가는 법을 배우며 다시는 하준을 귀찮게 한 적이 없다.

그래도 하준은 여전히 화가 났는지 나를 거실로 끌고 가서 약상자를 가져오더니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

하준은 잘생긴 눈을 내리깐 채 동작이 지극히 부드러웠다.

정신이 흐릿한 가운데 나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손하준은 나에게 잘해줬다.

내가 넘어졌을 때 하준은 나를 위해 상처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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