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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하준과 함께 바삐 돌아치면서 손님을 맞이했다. 커다란 스크린에 아버님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나는 아버님이 그동안 이루어낸 업적과 기사 내용을 바라보면서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사실 아버님과 서먹했기에 떠오르는 추억은 많지 않았다.

아버님은 무뚝뚝했고 말수가 적어서 다가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와 하준의 약혼식 날, 손씨 가문 며느리에게 대대로 내려온다는 옥팔찌를 나에게 주었다.

하준은 결국 옥팔찌를 나에게서 빼앗았고 비통한 내 삶의 시작되었다. 이때 스크린이 어두워지더니 이진의 휴대폰에 저장된 영상이 재생되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속옷까지 축축해졌다.

“당장 끄지 못해? 모두 구경 났어? 당장 끄라고!”

이때 누군가가 외투를 벗어 나의 허리춤에 묶어주더니 커다란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렸다. 폭풍우 속에 남겨진 나를 구해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영상 속 여자 임예진 맞지?”

“그것도 남자 여러 명과 저런 짓을 벌이다니, 더러워.”

“다 큰 어른이 바지에 실수나 하고...”

“감히 세상을 뜬 시아버님의 생일 연회에서 이런 영상을 틀다니... 이런 더러운 여자가 어떻게 손씨 가문 며느리란 말이지?”

나를 막았던 두 손이 나의 귀를 막더니 목청을 높여 말했다.

“예진은 피해자예요. 어떻게 피해자를 대놓고 모욕할 수 있죠?”

나는 넋이 나간 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하준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심장을 옥죄어오는 느낌이 점점 사라지자 숨이 트였고 나는 귀를 막아준 두 손을 꼭 잡았다.

“저는 이제 손씨 가문 며느리가 아니에요. 하준이랑 이혼했거든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거실에 앉아 하준이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평소 성격이 급한 하준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한참 후에야 위층에서 내려왔다.

“가자.”

내가 소파에서 일어나자 하준은 나의 손목을 꽉 잡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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