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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힘없이 입을 크게 벌린 채 마치 죽어가는 물고기 같았다. 극도의 공포가 목구멍을 맴돌다가 마침내 입으로 튀어나왔다.

“싫어! 건드리지 마!”

하준은 갑작스러운 내 비명에 놀라 손을 놓았다.

나는 뒹굴며 벽 모퉁이로 돌아가서 두 손으로 찢어진 옷을 꼭 움켜쥔 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용서를 빌었다.

“제발, 다시는 너에게 매달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제발 날 놔줘...”

하준은 한 발짝 한 발짝 나에게 다가와 입을 움직이며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마치 그날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나의 마지막 존엄을 조금씩 무너뜨렸는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탁자 위의 과도를 집어 자신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

“예진아!”

찢어지는 듯 부르짖는 하준을 보며 나는 웃었다. 하나도 안 아팠고 전에 없든 홀가분함이 몰려왔다.

안타깝게도 과도는 빗나가서 나는 죽을 수 없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병실 입구에 몸집이 큰 낯선 사람 몇 명이 서 있었다.

문밖에서 누군가 다투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는 몇 마디를 어렴풋이 들었다.

“예진은 나의 합법적인 아내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막아요?”

“그럼 손 대표님께서 가능한 한 빨리 이혼 합의서를 준비하시고 나눌 재산은 다 나누시죠? 예진이 회복되면 이혼 신고하러 가고요.”

“유도현! 너무 한 거 아니야?”

‘유도현? 내가 아는 그 유도현?’

내가 추측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양복 차림의 남자가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

검고 빛나는 두 눈은 나를 바라보더니 웃음기를 머금고 안타까운 듯 말했다.

“바보, 내가 네 옆에 없으면 네가 이렇게 비참한 꼴이 되는구나.”

나도 입꼬리를 올려 웃기 시작했다.

“유도현...”

도현이 바로 나를 위해 하준과 맞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유씨 가문 사람이었다.

도현은 놀란 듯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 말할 줄 아는구나!”

그날, 도현은 종일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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