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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제는 웃음거리가 된 이 반지를 빼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걸 어쩌지? 2천 원짜리 쓰레기는 이제 필요 없거든.”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혼하자.”

구청에서 나온 뒤,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하준을 사랑했던 마음은 나를 고통스럽게 했고 오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나는 자아를 잃었다. 사랑이 있던 자리에 굴러들어 온 건 다름 아닌 고통이었다.

나는 하준과 남이 되었으니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해 가방 속의 USB를 만지작거리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하준아, 아버님의 죽음이 나랑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

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하준은 침묵으로 대답했고 나는 USB를 하준에게 건넸다.

“만약 그동안 미워했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어야 했다면 어떨 것 같아? 하준아,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기대돼.”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하준이 공포에 덜덜 떨 차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고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도현 곁으로 다가갔다.

그날 이후로 하준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화풀이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고는 칼을 들고 이진 집으로 가서 이진을 마구 찔렀다고 했다.

심리 상담을 받고 나오는 길에 도현에게서 전해 들은 소식이었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 선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도현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심리 상담보다 더 좋은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자 문 앞에 피범벅으로 된 하준이 서 있었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에 묻은 피가 소름 끼쳤다. 밖을 떠돌던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하준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깜짝 놀란 도현은 내 앞을 막아섰다.

“예진아,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라서 미안해. 날 때려도 좋으니까 제발...”

하준이 우는 모습에 나는 어쩐지 구역질이 났다. 사랑했던 마음과 추억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나는 도현을 바라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나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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