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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하준은 도현한테 반격하지 않고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이혼하고 싶으면 따라와.”

“예진이가 따라가지 않더라도 이혼하게 될 거야.”

하준은 도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가 대답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도현의 등 뒤에 숨어있던 나는 하준 앞으로 다가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같이 갈 테니까 이혼하자.”

나는 하준과의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 순순히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다 끝나면 연락할게.”

도현은 내가 위태로워 보였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내가 도현의 손을 꼭 잡아주자, 도현은 나의 선택을 이해한다면서 보내주었다.

하준은 날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남은 가든 별장으로 나를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별장에서 세상을 뜬 아버님에 대한 죄책감, 하준을 사랑해서 생겨나는 두려움이 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모욕한 하준은 내가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짊어진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생기를 잃어갔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점점 나만의 세상에 갇혀서 살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하준에게 물었다.

“우리 언제 구청에 갈까?”

나의 말에 하준은 분노했고 문을 거칠게 닫은 뒤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갑자기 나타난 이진은 나를 서슴없이 모욕했고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베란다까지 오게 되었다. 이진은 휴대폰 속에 저장된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여러 남자가 살결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여자를 제압했다. 여자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다. 익숙한 비명과 익숙한 골목에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두 귀를 막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짧은 영상이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이진은 온몸을 덜덜 떠는 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예진 씨, 내 생각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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