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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결국 모든 것이 손하준의 뜻대로 되었다.

하준은 전력을 기울여 임씨 가문의 재산을 손에 넣더니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고 나에게 온갖 굴욕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나를 막다른 골목에 가뒀다. 두려운 나머지 나는 하준에게 전화를 걸어 큰소리로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하준의 차가운 한마디만 돌아왔다.

“임예진,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죽을 거면 멀리 가서 죽어.”

하준의 바람대로 나는 멀리 가서 죽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려고 진흙탕 속에서 허덕이며 온몸이 더러워 개만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하준이 또 나를 찾아왔다.

“예진아, 왜 그래?”

하준은 나의 반응에 놀란 듯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나를 품에 안으며 내가 비싼 양복을 더럽히는 것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누군가 인기척을 듣고 와서 보고는 하준에게 말했다.

“저기요, 이 벙어리에서 좀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예요. 지능에 문제가 좀 있거든요.”

“벙어리? 지능에 문제가 있다고?”

하준은 의아하게 물었다.

“맞아요. 이 벙어리가 여기 온 지 몇 년 되는데 늘 이렇게 놀라면서 소리 질렀어요.”

나는 더 심하게 떨었는데 하준도 더는 망설이지 않고 나를 안아 들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몸이 굳어진 채 감히 발버둥 치지도 못했다.

하준은 나를 뒷좌석에 내버려 두었는데 차 안에 점점 고약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차 문에 바싹 달라붙어 난처하여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바지의 촉촉함이 나를 더욱 두렵게 했다.

예전에 하준은 내가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옷과 차를 더럽혔으니 틀림없이 화가 났을 것이다.

나는 하준의 부정적인 감정이 극에 달할까 봐 두려웠지만 하준은 별말이 없이 차에 시동을 걸 뿐이었다.

하준은 나를 데리고 병원에 와서 검사했다.

결국, 스트레스 관련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고 하준은 보고서를 움켜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진아,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

내가 입을 열지 않고 협조하지도 않자 하준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먼저 집에 데려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그 호화로운 별장은 이미 집이 아니라 차가운 감옥이었다.

하준이 나를 데리고 온 이 별장은 아버지가 우리에게 준 신혼집인데 하준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기도 했다.

거대한 두려움이 마치 큰 손으로 나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아 나는 곧 죽을 것만 같았다.

하준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두 눈에 피어오르는 한을 숨기지 못했다.

“임예진, 이렇게 하면 네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이걸로 너무 부족해.”

하준은 일을 멈추고 직접 나의 일상생활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곳의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고 변한 것은 나에 대한 하준의 태도뿐이었다.

사냥꾼은 나약한 사냥감에게 손을 대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다. 나는 나에 대한 하준의 인내심이 잠시뿐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예전처럼 하준이 나에게 잘해 준 것은 모두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대가를 치를 수 없어 나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운 채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나는 밥도 못 먹고 심지어 잠자리에 들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것은 하준의 아버지가 이 방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눈만 감으면 하준의 아버지가 피바다에 누워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준은 나에게 아무 말 없이 매일 밥을 가져다주고 그릇을 거둬가기를 반복했다.

며칠 후 결국 나는 참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하고 배고프고 졸려서 헛구역질할 것 같아 마침내 허기진 배를 달래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인지 나는 급하게 먹어서 몇 번이나 목이 메었다.

배불리 먹고는 다시 땅바닥에 웅크리고 잤다.

다시 들어온 하준은 깨끗이 먹어 치운 빈 그릇을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했다.

너 같은 사람은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

나는 두 다리를 안고 구석에 웅크린 채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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