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월차 날, 심영호의 여비서가 SNS에 글을 올렸다. “회사에서는 네가 위, 내가 아래라 해도 밤에는 내가 위인걸!” 사진 속 그녀는 장미꽃으로 가득 채운 워터베드 위에 누워 있었고, 늘 엄격하기만 하던 심 대표는 무릎을 꿇고 그녀의 발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반짝이는 금목걸이도 들어 있었다. 바로 오늘 아침, 나는 금목걸이를 사서 심영호에게 우리의 관계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내 폰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심영호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했다. “네 꼴을 보고 말해!” “역시 애미는 있어도 애비 없는 년답게 나를 망치려고 별짓을 다 하는구나.” 그 순간 나는 지난 5년간, 그의 ‘회사 내 연애 금지’ 규칙을 철저히 따르며 살았던 내가 참 우스워 보였다. 그래서 다음 날, 나는 아버지께 메시지를 보냈다. [저 졌어요. 집에 돌아가서 가업을 이어받을게요.]
View More“아니야...” 심영호는 뭔가 설명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내게 그렇게 한 짓들은 사실이고,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다. “성희 누나, 영화 보러 간다고 했잖아요. 왜 여기 있어요?” 그때 강성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렸고, 상대방이 이미 내 팔을 감고 있는 걸 봤다. “심영호 맞지? 네가 꽤 능글맞네, 요즘 네 이름 자주 들리던데.” 그 말을 듣자 심영호의 어두운 눈빛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성희 누나, 전 회사 고소할 자료 준비 다 끝났어요. 임래희 쪽은 내가 경찰에 알렸으니까 회사 있는 동안 여러 번 뇌물을 받고 가정을 박살 낸 거 다 털어놓았어요.” “원래 그저 5년형이었는데 너무 겁이 많아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떨어졌어. 지금은 반신불수가 됐고요.” 말을 마친 후, 강성철은 장난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 아쉽네. 아니었으면 너도 들어가서 걔랑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심영호는 깜짝 놀라며 얼굴이 빨개지고 파랗게 변했다.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 송성희, 이렇게 빨리 새 남자 생겼어?” “아니, 아니야.” 강성철은 즉시 고개를 숙이고 내 볼에 입을 맞췄다. “나는 성희 누나를 좋아해. 하지만 누나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 “근데 걱정은 마. 네가 감옥에서 나올 때면 우리 아이 돌잔치에서 밥은 먹을 수 있을 거야.” “아, 미안. 아까 깜빡했는데 임래희는 모든 죄를 너한테 뒤집어씌웠어.” 그 말이 끝나자 강성철은 내 팔을 세게 잡아당기며 나를 밖으로 끌었다. 뒤에서 심영호는 울고 있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강성철은 모든 용기가 다 떨어진 듯 나를 두고 한 걸음 떨어졌다. “성... 성희야.” 그는 긴장하며 말을 더듬었다. 얼굴은 빨개지고 귀까지 붉어졌다. “나, 나 방금 화나서 그랬어.” “그럼 네가 한 말은 그냥 화낸 말이었고 진심은 아니라는 거지?
경찰서를 나오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건강하지 못한 연애를 끝낸다는 게 이렇게나 홀가분할 줄은 몰랐다.진작 심영호를 떠났어야 했다. “송 대표님, 회사 먼저 둘러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아버지가 미리 준비해 둔 비서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회사로 가자.” 수백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니 아무리 좋은 조력자가 있어도 쉽지는 않았다. 마침 채용 면접이 있는 날이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면접장으로 가는 길에 한 남자아이가 급히 뛰어오다가 나와 부딪쳤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하마터면 내 옷에 쏟아질 뻔했다. “죄송합니다, 송 대표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살짝 올라간 속눈썹이 순수하고 여려 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아?” 회사를 비밀리에 방문했으니 내 신분을 아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그가 뭔가 들킨 것처럼 움찔하며 귀까지 빨개졌다. “됐어. 일 잘하는 게 중요하지.” 엘리베이터가 최고층에 도착했을 때 그는 여전히 내게 넋을 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 조수 하나 필요해.” “저 할 수 있어요!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수줍음에 붉어진 얼굴로 말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귀여웠다. “그럼 실력 좀 보여줘 봐.” 저녁 무렵, 비서가 합격자 명단을 가져왔다. “강성철.” 입안에서 그 이름을 굴리며 말했다. “마치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 이름 같네.” “강성철 씨는 이번 채용에서 가장 우수한 지원자입니다. 화청대학 졸업생으로 재학 중 각종 장학금을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경력 또한 화려합니다.” “좋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직원들에게 야근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회사는 캄캄했다. 하지만 아래층엔 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 “강성철?” 내가 놀란 듯 말했다. “왜 아직 여기 있어? 퇴근했으면 얼른 집에
핸드폰 알람이 딸깍딸깍 울리며 아버지가 소개팅에 나가라고 재촉하는 메시지들로 가득 찼다. 대충 몇 마디로 얼버무린 후 나는 바로 변호사를 불렀다. “법대로 진행할 겁니다. 판결은 법이 가장 공정하게 내려주겠죠.” “안 돼... 안 돼...” 심영호는 겁에 질린 임래희를 힐끔 보더니 이를 악물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내 바짓가랑이를 꼭 붙잡고,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 평생 누구한테 부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 “송성희, 이번만은 내 잘못이야. 래희 좀 용서해줘.” “래희는 아직 애야. 거기 들어가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할 텐데. 원래도 뼈만 남은 애가 거기서 사람이 되겠어? 너 정말 그걸 눈 뜨고 보겠어?” 심영호 부모는 이 모습을 보고 내가 더 이상 예전의 그 위축된 송성희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은 얼른 심영호를 끌어내려고 했다. “눈 뜨고 볼 수 있지, 왜 못 보겠어.” 나는 차갑게 심영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걱정되면 네가 같이 들어가면 되잖아. 같이 도망자 커플이 돼서 결혼식도 올리고 고난도 같이 겪어야지.” 내가 조금의 자비도 없는 걸 깨달은 심영호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빛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럴 용기 없으면 꺼져. 왜 잘난 척이야.” 나는 그가 가진 가식적인 본모습을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임래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는 분노의 기색이 가득했다. “영호 오빠, 날 이렇게 버리면 안 돼. 오빠 때문에 내가 이런 건데!” “그만해!” “래희야... 너 그냥 며칠 있다 나오는 거야. 돈 좀 물어주면 돼. 근데 송성희 오른손은 이미...” “어쨌든 네가 잘못한 거잖아. 이건 네가 받아야 할 대가야.” 나는 그들의 싸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제3자로서 이런 걸 보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떠나기 전, 심영호의 부모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송성희, 대체
“래희, 너...”심영호는 크게 눈을 뜨며 나지막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너 진짜 이런 짓을 했단 말이야? 너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혹시 송성희 그 미친년이 너 괴롭혀서 그런 거야?”“경찰이 여기 있잖아. 네가 아니라면 내가 뭐든 해서라도 네 무죄 반드시 밝혀줄게!”그 순간까지도 심영호의 첫 반응은 나를 탓하는 것이었다.이전에는 임래희 편만 드는 그를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은 그저 역겹기만 했다.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꺼웠다.결국 화장실로 뛰어가 한참을 토했다.“송성희? 너 괜찮아?”“꺼져!”나는 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사람들 앞에서 심영호는 처음으로 임래희를 내버려 두고 나를 쫓아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다.“성희야, 병원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데려다줄까?”“필요 없어.”“그깟 일로 너를 어떻게 귀찮게 해!”나는 물을 벌컥 마시며 속의 불편함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나를 쫓아다닌 것도, 평생 잘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였다.그저 몇 마디 공허한 약속에 속아 나는 1년, 아니 5년 동안이나 그를 사랑했다.“너 말 좀 제대로 하면 안 되겠어? 무슨 일이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잖아.”심영호는 내가 처음으로 그를 몰아붙이자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 너랑 뭐 하러 이런 걸로 다투겠냐... 네 몸은 괜찮은 거야?”“심영호, 그냥 본론만 말해.”5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었다.그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할 때면 담겨 있는 건 경멸 아니면 계산뿐이었다.“래희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물론 영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네가 그냥 넘어가 줄 거라고 나는 믿어.”나는 그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웃긴 얘기를 들은 것처럼 크게 웃었다.“별일 아니라고?”나는 물었다.“아프냐?”나는 왼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당했던 고통만큼 아프지는 않겠지.”“심영호, 너희들이 내 오른팔을 못 쓰게
심영호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송성희, 너 미쳤니?”“이 많은 사람들을 어디서 구했어? 네 월급으로 이들을 부르려면 네가 가진 건 다 털렸겠네.”“송 대표? 하, 웃기고 있네.”심영호는 침을 뱉으며 비웃었고, 그 침은 내 얼굴에 떨어졌다.반백의 나이 든 경찰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서둘러 종이를 건네며 사과했다.“송성희, 너 정말 체면 챙기려고 난리구나.”“여자가 좀 대범할 수는 없니? 난 영호 오빠를 위해 평생 결혼도 안 하겠다고 했는데 넌 뭐야? 발정 난 암캐에 불과하잖아.”임래희는 고개를 돌려 내게 비웃음을 던졌다.심영호의 동생은 분위기가 어수선하자 아무도 자신을 제지하지 않는 틈을 타 이리저리 발길질하며 생일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그 부모는 막내아들을 늦게 얻어 각별히 아꼈고, 그런 아들을 위해 나는 항상 참아왔다.심지어는 그가 내 등에 올라타 집안을 열 바퀴씩 돌며 놀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서훈! 당장 내려와!”심영호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눈에 분노를 담고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 심서훈에게 뺨을 내리치려 했다.‘심영호도 화를 낼 줄 아네.’그도 자기 동생이 개구쟁인 걸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을 감싸는 것도 알고 있다.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내 편에 서지 않았다.그런데 뺨이 날아오기 전에 심영호의 아버지가 그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고, 심영호의 어머니는 그 틈을 타 심영호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찼다.“그만해! 뭐 하는 짓이야!”“송... 송 뭐야, 당장 와서 사과해! 정말 가정교육 하나도 못 받은 인간 같으니라고.”“넌 그냥 시골 촌년이야. 우리 집에 기대서 올라가고 싶은 거겠지. 너 같은 애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운 좋은 거야!”5년이다.꼬박 5년 동안, 심영호의 부모는 내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뭔가 이상해. 저 앞에 있는 할아버지, 뉴스에서 자주 본 사람이잖아. 나도 알아.”“설마... 진짜야? 송성희가 시골에서 올라왔다며?”“누가 알겠어. 숨겨진 대단한 인물일지도
고통 앞에서 힘을 쓸 수 없어 개처럼 땅바닥에 비참하게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운 좋게도 친절한 사람이 병원으로 데려다줬지만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뒤였다.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오른손인데 나는 그 손에 하나씩 나사를 박아 넣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가슴이 무너진다는 말 바로 이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3일 후, 심영호가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사진 속 그는 임래희와 다정하게 얽혀 있었고,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내가 디자인한 양복이었다.여자 옷은 내 신체 치수로 제작한 건데 임래희가 입으니 꼭 어설픈 광대처럼 보였다.사진이 올라간 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심영호의 전화가 걸려왔다.“이제 진정했어?”“오늘 임래희 생일이야. 너랑 화해하고 싶대. 선물 잘 준비해서 가지고 와.”심영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바늘 같은 통증은 모든 걸 생생히 기억하게 했다.“좋아.”‘선물...’지난 5년 동안 나는 집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모은 2억 원 넘는 돈을 전부 심영호에게 금붙이 사서 기쁘게 해 주는 데 썼다.그런데 지금 수술을 한 번 치르고 나니 통장에는 고작 50원밖에 없었다.‘임래희가 선물을 요구하다니 전 재산을 날려버리지 뭐.’모든 준비를 마치고 정각에 도착했다.심영호는 임래희의 허리를 감싼 채 문 앞에 서 있었고, 꼭 신혼부부 같아 보였다.내가 오자마자 두 사람은 손을 깍지 끼며 맞잡았다.“송성희, 빈손으로 온 거야?!”심영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역시 보잘것없는 여자야. 네가 입은 그 꼴 좀 봐. 붕대까지 감고, 보기 좋아?”“지금 일부러 여기 와서 기분 망치려는 거야?!”임래희는 눈에 드러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입꼬리를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영호 오빠. 성희 언니가 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게다가 선물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언니를 위해 제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 있답니다...”선물을 언급하며, 송성희가 갑
“됐어요.” “아직은 내 힘으로 정상에 오르고 싶어요. 아빠. 언젠가는 내가 직접 이 회사를 인수할 거예요.” 아빠는 한참 동안 망설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고집불통이야.” “무슨 일이 있든, 아빠는 항상 네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야.” 전화를 끊고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건 임래희와 심영호였다. “이제 됐지, 네가 원하던 대로 됐잖아.” 심영호는 두 걸음에 다가오더니 구두 굽으로 내 발을 세게 짓밟았다. 그 발길질은 정말 강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지만 머릿속이 텅 빈 듯 울렸다. 심영호와 처음 만났던 태풍 날이 떠올랐다. 심영호는 중심을 잃고 바람에 휘청거려 날아갈 뻔했다.그날은 비도 많이 오고 바닥에 물이 발목까지 고여 있었다. 나는 그를 붙잡으려다 유리 파편에 발등을 찔려 상처를 입었다. 심영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뒤를 힐끔 본 뒤 그의 눈에 서려 있던 미안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임래희한테 사과해.” “네가 아니었으면 걔가 돌아오느라 서두르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사고가 난 거야.” 나는 그의 뒤에 서 있던 임래희를 바라보았다. 몸이 멀쩡한 그녀에게서 어디가 다쳤는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래희 발가락에 차가 거의 닿을 뻔했다고! 운이 좋게도 별일 없었지만 래희가 다쳤다면 우리 인생은 끝장났을 거야!” 심영호는 여전히 날카롭게 몰아붙이며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 “송성희, 네가 지금부터 하는 말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너 같은 시골 촌닭, 내가 업계에서 너를 매장시키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지렁이는 지렁이답게 살라는 말, 들어봤겠지?” 임래희는 심영호의 허리를 감싸며 고개를 저었다. “영호 오빠, 성희 언니는 무슨 공부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잖아. 교육을 받은 우리가 이런 사람과 다툴 필요는 없어. 그만해.” “내가 어떤 사람인데
그 금목걸이가 심영호가 내 돈으로 산 금을 재가공한 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회사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심 대표님과 임래희 씨, 행복한 결혼 생활과 아기 소식을 기대합니다.” 몇 분 뒤, 임래희가 대답했다. 그냥 게임하다가 벌칙 받은 거고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 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잠적했던 심영호가 드디어 나타났다. “너 제정신이냐? 대체 단톡방에 뭔 헛소리를 올린 거야.” “같은 여자끼리 왜 그렇게 질투가 많아? 남자가 그리워서 미친 거 아니야?”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는 비웃으면서 내뱉었다. “너는 진짜 하는 짓마다 짜증 나게 하는 재주가 있어. 차라리 네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라.”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욕설을 들으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모욕감은 참을 수 없었다. 구역질 났다. 너무나도 구역질 났다. 아침에 그에게 결혼을 재촉했던 내가 생각나서 몸이 떨렸다. “그만해, 영호 오빠. 다 내 잘못이야. 지금 당장 성희 언니한테 가서 오해를 풀게.” “가지 마!” 심영호가 소리쳤다. 분노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걱정이 느껴졌다. “이 밤중에 뭘 타고 간다는 거야? 송성희, 너 이쯤에서 그만 좀 해. 내가 정말 너 어떻게 못 할 줄 알아?” 내가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옷을 챙겨 입는 소리가 났다. “수영해서라도 갈 거야, 영호 오빠. 나 오빠한테 어떤 오해도 남기고 싶지 않아.” “그년을 왜 걱정해. 내가 지금 당장 잘라버릴 거야.” “래희야, 너는 그냥 마음 편히 여기서 쉬어.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어.”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나는 몇 초도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문자로 “헤어지자”라고 보냈지만 그는 역시 답이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는 나를 늘 차단했다. 두 시간 넘게 흘렀다. 나는 모든 짐을 정리했다.
그 금목걸이가 심영호가 내 돈으로 산 금을 재가공한 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회사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심 대표님과 임래희 씨, 행복한 결혼 생활과 아기 소식을 기대합니다.” 몇 분 뒤, 임래희가 대답했다. 그냥 게임하다가 벌칙 받은 거고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 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잠적했던 심영호가 드디어 나타났다. “너 제정신이냐? 대체 단톡방에 뭔 헛소리를 올린 거야.” “같은 여자끼리 왜 그렇게 질투가 많아? 남자가 그리워서 미친 거 아니야?”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는 비웃으면서 내뱉었다. “너는 진짜 하는 짓마다 짜증 나게 하는 재주가 있어. 차라리 네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라.”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욕설을 들으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모욕감은 참을 수 없었다. 구역질 났다. 너무나도 구역질 났다. 아침에 그에게 결혼을 재촉했던 내가 생각나서 몸이 떨렸다. “그만해, 영호 오빠. 다 내 잘못이야. 지금 당장 성희 언니한테 가서 오해를 풀게.” “가지 마!” 심영호가 소리쳤다. 분노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걱정이 느껴졌다. “이 밤중에 뭘 타고 간다는 거야? 송성희, 너 이쯤에서 그만 좀 해. 내가 정말 너 어떻게 못 할 줄 알아?” 내가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옷을 챙겨 입는 소리가 났다. “수영해서라도 갈 거야, 영호 오빠. 나 오빠한테 어떤 오해도 남기고 싶지 않아.” “그년을 왜 걱정해. 내가 지금 당장 잘라버릴 거야.” “래희야, 너는 그냥 마음 편히 여기서 쉬어.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어.”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나는 몇 초도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문자로 “헤어지자”라고 보냈지만 그는 역시 답이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는 나를 늘 차단했다. 두 시간 넘게 흘렀다. 나는 모든 짐을 정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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