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결혼한 지 5년 만에 나는 드디어 임신했다. 그런데 그때, 나의 후배가 불룩한 배를 안고 나를 찾아왔다. “언니, 저 언니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제발 이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 후, 나는 남편에게 검사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분명히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남성 불임입니다.]
View More남편은 내 시부모님과 늘 우리에게 의지하던 시동생까지 데리고 와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결국, 내 부모님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부모님의 압박과 설득 끝에 우리는 끝내 이혼에 합의했다.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웠기에, 재산 분할 없이 그는 빈손으로 집을 나가게 되었다.이혼 절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내 전남편인 허정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회사 자금을 가져다 쓴 일이 들통날까 봐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었다.나는 그런 전남편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로써 우리 부부의 인연은 끝났어. 걱정하지 마. 당신을 더 이상 괴롭히진 않을 거니까. 연말까지 회사 자금을 채워 넣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이것이 내가 허정우에게 건넨 마지막 한 마디였다.그 후, 나는 살던 집을 팔았고 그 돈을 부모님께 모두 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전근 소식도 드디어 확정되었다.떠나기 전, 나는 민지와 승우를 불러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하려고 했지만, 승우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다른 도시로 전근되면서 차장으로 승진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가는 곳과 같은 도시였다.이번 전근은 나나 민지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오로지 승우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였다.승우는 나에게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고, 민지 역시 그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승우는 순수하게 무보수로 나를 도운 셈이었다.내가 떠난 지 반년 후, 허정우는 결국 공금 횡령 혐의로 회사에서 해고되었고,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가 그때 빚을 갚기 위해 생각해 낸 ‘기막힌 방법’이란 바로 공금을 몰래 유용해 빚을 갚는 것이었다.그날 나는 혼자 술을 마시며 조용히 과거와의 작별을 축하했다.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고, 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우연히 승우가 나타났다.“현주 씨는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똑똑하고 침착한 사람이에요.”그것이
현영의 일이 아직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대출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서 커져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채권자들이 집까지 찾아오는 사태가 벌어졌다.이 겁쟁이는 또다시 하늘이 무너진 듯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척하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보, 우리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하자.”그는 이 말만 반복하며 눈물로 호소했다.하지만 나는 차분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전에 모아둔 돈은 전부 투자해버렸어. 지금 당장 해지하면 큰 손해를 보게 돼. 그리고, 그 돈으로도 빚을 갚기엔 덧없이 부족해.”체면을 중요시했던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 상황에 발이 묶여 꼼짝 못 하게 되었다. 그는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완전히 수렁에 빠져들었다.그래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인지라, 사실 어느 순간 나는 정말 이쯤에서 멈출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남편은 여전히 ‘멀티플레이’라는 못된 ‘취미생활’을 완전히 끊지 못했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그는 나 몰래 두세 번이나 밖으로 나갔다.남편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나름대로 변화를 보여주려고 노력도 했지만, 결국 타고난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그리고 얼마 후, 남편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마침내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나는 그가 어떤 방법을 생각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딱히 묻지 않아도, 남편의 표정과 태도에서 알 수 있었으니까.남편은 자신이 생각해 낸 ‘기막힌 방법’덕분에 빚을 모두 정리했고, 그 후 몇 달 동안은 꽤나 성실히 행동했다. 그는 밖에서 엉뚱한 짓을 하지 않았고, 직장에서도 열심히 일했으며, 집에서도 나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내가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하며 떠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말로 고마움을 느꼈던 것일까? 남편은 점점 나에게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에 대한 감정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늦게
남편의 절규는 마치 돌덩이가 연못에 던져져 파문을 일으키듯, 주변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구경꾼들은 각자 다른 표정으로 속삭이며 이 혼란스러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나는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남편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영도 그의 시선을 따라 나를 보더니, 눈빛에 한순간 불안함이 스쳤다.나는 조용히 서서 의아한 눈빛으로 남편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다급히 달려와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여보,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나는 반대로 그의 팔을 잡으며, 마치 충격을 받아 서 있기도 힘든 모습을 연기하며 말했다.“나... 다 들었어...”그제야 현영은 내가 만든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우는 역시 여우였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앞으로 다가와,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언니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아이를 순조롭게 낳을 수 없었을 거예요.”남편은 경악한 표정으로 나와 현영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는 머리가 혼란스러운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현영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치 충격과 분노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왜 거짓말을 한 거야?”현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변명을 늘어놓기도 전에,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맡기고 입양 절차를 밟으면 되는 거잖아. 너와 우리 부부가 몇 년 동안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왔고, 우리가 얼마나 아이를 간절히 원했는지 잘 알잖아. 하지만...”나는 일부러 말을 멈추었다. 마치 남편의 체면을 지켜주려는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모든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듯했다.남편이 나를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애인에게까지 철저히 배신당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었다.그날 현영은 울고불고 난리를 쳤고, 결국 내가 경찰
내가 조용히 전근 절차를 밟기 시작했을 때, 현영은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했다. 내가 뒤에서 조용히 돌봐준 덕에 그녀는 운 좋게 아들을 낳았다. 허씨 집안에 대를 이을 ‘후사’를 만들어준 셈이었다.그녀가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나는 잠자코 기다리기만 했다. 평소처럼 현영을 찾아가 몸 상태를 묻고, 아이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척했다. 그렇게 해서 현영은 내가 정말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쯤 됐을 때, 나는 현영과 마지막 협상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나는 카드 한 장을 현영 앞에 툭 던지며 말했다.“오천만 원이야. 아이는 내가 데려가고, 너는 이곳을 떠나.”내가 이렇게 후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현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재빨리 카드를 챙기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봤다.“언니, 오늘 밤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있고 싶어요. 내일 데려가면 안 될까요?”아이와 헤어지기 아쉬워하면서도 돈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현영의 모습은, 누가 봐도 속아 넘어갈 법했다. 정말이지 그녀의 연기력 하나만큼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그래서 나는 다음 날 오후에 아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오후로 시간을 잡은 이유는, 현영이 오전 시간 동안 충분히 그녀만의 작전을 펼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아마도 내가 단순하고 방심하는 사람으로 보였던 탓인지, 현영은 내가 그녀를 의심하거나 대비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감시 카메라에 찍힌 화면 속 그녀는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큰일’을 벌이기 전, 내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는 불안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오전 9시 반쯤 되었을 때, 현영은 아이를 안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우가 현영과 아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남편 회사 맞은편 카페에 앉아 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민지와 함께 현영과 처음 만났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곳은 남편 회
남편의 휴대폰에는 카톡 외에 텔레그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친구 중 대부분이 여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맨 위에 있는 현영의 이름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대화창을 열어보니, 남편은 매일 현영에게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하루빨리 자신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러다 병원에서 현영을 만난 뒤로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보아하니, 남편은 내가 병원에서 한 말을 철저히 믿고 있었고, 현영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거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았다.당한 건 반드시 복수하는 남편의 성격상 현영이 아이를 안고 그를 찾아왔을 때, 남편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이 갔다.만약 현영이 내가 이혼을 결심하게 한 계기라면, 텔레그램 속 다른 여자들과의 노골적인 대화와 송금 기록은 이혼할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그 후 남편과 사랑하는 척하며 지낸 날들은 하루하루가 고문 같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예전의 남편이지만, 사랑했던 감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남편은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며, 예전처럼 나를 애지중지 대했지만, 나는 더 이상 이 남자의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한편, 승우의 보살핌 덕분에 현영은 태교에 집중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인내심이 강한 그녀는 끝까지 남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아마도 남편의 진심을 확신하며, 그를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그동안 나는 종종 승우와 만나면서 상황을 공유했다. 승우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현영이 그를 새로운 사냥감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남자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높이는 데 놀라울 정도로 집요한 현영을 보며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다행히 승우가 정직하고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기 망정이지, 아니면 진작에 그녀의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다.현영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나는 점점 더 괴로워졌다. 남편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태어날 아이는 내 아이였을 것이다.승우는 몇 달 동안 나와 현영 사이를 오가
남편의 눈에 나는 늘 철없는 부잣집 딸이었다. 그가 나에 대한 믿음은 내가 남편에 대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병원 진단서를 보여줬을 때도 그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은 나에게 미안해했다.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그는 나에게 전보다 훨씬 더 잘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부르면 만사를 제치고 바로 달려왔고,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려고 애썼다.남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아직 젊은 내가 그를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남편이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나와 부모님이 가져다준 특혜를 잃는다면, 더 큰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 뻔했다. 이런 계산에 능하고 손해 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이 나를 쉽게 포기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고, 남편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첫 단계 목표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남편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칠 뒤, 지훈은 급히 전할 말이 있다며 나에게 더 충격적인 소식을 폭로했다.남편이 거액을 써서 한 고급 회원제 클럽에 가입했다는 것이었다.“형수님, 이런 클럽은 거액을 써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일반 클럽과는 다를 겁니다. 형님이 거기서 하루에 몇백만 원, 많게는 몇천만 원을 쓸 거예요.”지훈은 나에게 말하면서도 자꾸 주위를 둘러봤다. 아마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그러는 것 같았다. 상사의 아내와 몰래 만나는 건 어떤 이유라도 좋게 보일 리 없으니까.“몇천만 원이라고?”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남편의 연봉이 고작 몇천만 원에 불과한데, 하루 만에 연봉 전체를 탕진할 정도의 클럽이라니, 그 유혹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조차 어려웠다.나는 그 클럽에 무엇이 있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단지 남편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구했는지가 매우 궁금했다.이때 지훈이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목소리를 낮춰
두 달 후,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나에게 줄 선물을 잊지 않고 사 왔다. 또 돌아오자마자 양가 부모님도 찾아뵀다. 남편은 여전히 누가 봐도‘좋은 남편', ‘좋은 사위'였다. 예전에 나는 남편의 이런 모습이 너무도 감동스럽고 고마웠지만, 이제는 그저 소름 끼칠 뿐이다.남편이 나 몰래 수많은 여자와 키스하고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났다.예전의 나는 남편을 정말 사랑했고 그에게 무척 집착했지만, 이제는 남편의 손길조차 거부했다.나의 거부 반응에 남편은 처음에는 그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가 곧 나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자기가 그런 짓만 하고 다니니, 다른 사람도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하지만 남편은 티 내지 않고 평소처럼 나를 달래며 물었다.“여보,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나는 일부러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임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한탄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며 함께 병원에 가자고 부탁했다.무척 체면을 중요시하는 남편은 남들이 알면 쪽팔릴까 봐 예전에는 절대로 검사받으러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이젠 나이가 있고 또 아이를 무척 원하다 보니,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응했다.가까스로 동의를 받아낸 나는 신나게 모든 준비를 혼자 도맡아 했다. 남편도 이 일을 나에게 떠넘기고 한가롭게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현영이 머무는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현영은 조용히 태교에 전념하고 있었고, 집에 드나드는 남자는 승우뿐이었다.날짜를 계산해 보니, 다음 검진일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승우에게 연락해 다음 검진 날짜를 확인했다.[현영 씨가 정말 현주 씨 사촌 여동생이에요?]나는 휴대폰 너머에 있는 승우의 믿기 힘들어하는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왜요?” 나는 승우의 질문을 회피하며 되물었다.[좀... 여우 같은 면이 있어서...
고민 끝에 나와 민지는 회사의 영업 팀장인 박승우에게 이 일을 맡기기로 했다.승우는 현영보다도 나이가 어렸는데, 나보다는 여섯 살이나 어렸다.승우를 알게 된 건 한 고객과의 술자리에서였다. 훤칠하고 잘생긴 승우는 머리까지 좋아, 고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그날, 승우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나중에 민지가 알려주기를, 그는 업무 능력도 매우 뛰어나서 1년 만에 영업 팀장 자리를 따냈다고 했다.현영이 이런 젊고 유능하며 잘생긴 남자를 놓칠 리 없었다. 나의 복수 계획의 첫 번째 단계는 승우를 현영 곁에 보내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었다.민지의 도움으로 나는 어렵지 않게 승우와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나는 승우에게 현영이 내 사촌 여동생이며, 미혼 상태에서 임신했지만,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버림받았고, 그런데도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영이 혼자서 산부인과 검진을 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안쓰러워서 승우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만약 사람들이 내가 아이 아빠라고 오해하면 어쩌죠?”승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나한테 어떻게 보상할 건가요?”나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지만, 그는 다시 나에게 돌려줬다.“일이 끝나고 나서 이야기합시다. 꼭 돈으로만 받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지사의 차장 자리를 드릴 수도 있어요.”나는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이미 민지와 상의한 내용이었다. 승우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 정도 보상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승우는 웃으며 내 카톡을 추가했다.“앞으로 자주 연락해요.” 떠나기 전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참, 컨디션 관리 좀 하셔야겠어요. 너무 초췌해 보이네요.”남편과 현영 사이의 일을 알게 된 후로 나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중절 수술로 몸이 많이 상한 탓에 머리카락도 한 움큼씩 빠졌다.누가 봐도 많이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며칠 후, 민지는 적합한 집을 골라 입주 준비까지 다 끝마쳤다. 친구의 신속함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음 날, 나는 바로 현영을 데리고 마련한 집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기 바쁘게 나는 현영에게 카드를 건넸다.“이 카드로 매달 생활비를 입금해줄 거야. 그리고 사람을 보내 정기적으로 임신 검진하러 가는 것도 도와줄게. 단, 조건은 아이를 낳으면 바로 나한테 보내는 거야.”“좋아요.”현영은 내가 아이를 원하지만 직접 낳을 수 없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현영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집에 편히 머물며 출산 준비를 했다.한편, 현영과 연락이 끊긴 남편은 눈에 띄게 초조해하고 우울해졌다. 무기력하고 침울한 남편을 보며 나도 기분이 착잡했다.예전에 남편이 나에게 너무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 탓일까? 지금 이 남자가 다른 여자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내 몸 구석구석에 퍼지면서 남편에 대한 나의 증오심은 더욱 깊어졌다.나는 아픔을 가까스로 참으며 남편에게 넌지시 물었다. “여보, 요즘 현영이랑 연락있어?”한창 사과를 깎고 있던 남편은 순간 멈칫하더니,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현영이 아무 일 없이 왜 나한테 연락하겠어.”나는 남편의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받아들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이상하네. 이번 주 당신 생일이잖아. 그래서 현영이를 초대해서 같이 축하해주려고 했거든. 그런데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를 보내도 회답이 없더라고.”그러면서 나는 남편이 탁자 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신이 현영이한테 메시지 보내봐. 당신 생일파티에 초대한다고.”내 손이 핸드폰에 닿으려던 순간, 남편은 반사적으로 재빠르게 핸드폰을 가져갔다. 나는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못 본 척하고는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당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나는 남편이 너무나 미웠지만, 그래도 10년이나 함께한 그에게 한 번의 자백
새하얀 원피스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를 찾아온 이현영은 조용히 내 맞은편에 앉았다. 현영은 청순한 외모와 조금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여자였다.자리에 앉은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언니, 제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아무 죄가 없잖아요...”현영은 눈물을 머금고, 살짝 불러온 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애처롭게 말했다.과거의 나였다면 현영의 이런 모습에 바로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 평소 착하고 다정한 그녀의 모습에 특별히 더 많이 아껴줬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현영의 이런 모습이 그냥 역겨울 뿐이다.나는 머릿속에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현영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는 상상을 수십 번 했다. 그녀가 커피의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였다.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솟구치는 분노를 애써 누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앞에 놓인 카푸치노를 스푼으로 천천히 저으며,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나는 허정우와 결혼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줄곧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참으로 웃긴 것이,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일이 두 달 전 남편이 술에 취해 얼떨결에 가진 잠자리에 내가 임신하게 된 것이다.이 갑작스러운 희소식을 나는 겨우 30분 전에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나오면서 나는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조심스럽게 가방 속에 넣고는, 이따 남편을 놀라게 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남편에게 이 기쁨을 전할 새도 없이, 현영이 내게 더 큰 ‘깜짝선물’을 갖고 찾아온 것이었다.전에 나는 남편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다.하지만 이제 보니 남편은 기능에 문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두 여자를 모두 만족시키기에 무리였던 모양이다.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현영은 살짝 당황해하면서 다시 열연을 펼쳤다.“언니,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담당 의사가 제가 이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