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의 허희영은 내가 꿈꾸던 책가방을 사주기 위해 만두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젊은 기자 아가씨가 포장마차를 막아섰다. 허희영은 그저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고 기자에게 만두 하나를 건넸지만, 다음 날 그 일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뉴스에선 허위 사실이 보도되었다. [길거리에서 독이 담긴 만두를 판매하며 정의로운 기자에게 뇌물을 주려 한 70세 노인.]
더 보기서미래의 목소리는 예전과 달리 거칠었는데 오히려 이 목소리가 더 듣기 좋았다.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전 당신처럼 사람들을 속이진 않았어요. 당신이 말한 성공은 저희 할머니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짓밟고 얻은 것일 뿐이에요.”“하! 세상은 원래 강한 사람이 지배하는 법이야! 너희들처럼 못 난 사람들은 당연히 내 발판이 되어야 해!”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저희가 약해 보여서 저희를 괴롭혔던 거예요? 그럼 당신은 정말 강한가요? 지금도 누군가는 당신을 밟고 올라가고 있잖아요.”많은 가짜 기자들의 계정은 정지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서미래를 비웃으며, 거의 미친 듯이 그녀를 밟아 네티즌들의 주목을 이끌었다.“하하...”서미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눈빛 속에 광기가 번뜩였다.“어차피 내 인생은 망했으니 네가 잘 사는 것만큼은 절대 못 봐! 너 곧 수능이지? 난 이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때 갑자기 허희영이 비닐봉지를 들고 다가왔다.“할머니!”나는 정신줄을 놓은 서미래가 허희영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급히 그녀를 뒤로 숨겼다.서미래는 눈썹을 찌푸리며 허희영을 노려보았다.“뭐 하시려는 거예요?”허희영은 웃으며 손에 든 비닐봉지를 내밀었다.“아가씨, 만두 먹어봐요... 지난번에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어려운 일들은 모두 잘 해결될 거예요. 따뜻할 때 얼른 먹어봐요, 금방 만든 거라 맛있을 거예요.”서미래는 잠시 얼떨떨해졌다.허희영은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봉지를 그녀의 손에 억지로 넣어주었다.“돈 안 줘도 되니까 얼른 먹어봐.”허희영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그때, 경찰차 한 대가 도로에 멈추더니 경찰 두 명이 빠르게 다가와서 서미래에게 말했다.“서미래 씨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사회 질서를 방해하셨으니 저희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서미래는 만두를 들고 넋을 잃은 채 경찰을 따라 경찰차로 걸어갔다.허희영은 내 팔을 잡고 물었다.“보아야, 저 아가씨 왜 저래? 왜 경찰에 끌
나는 장진미의 강력한 권유로 허희영과 함께 학교 기숙사에서 임시로 지내게 되었다.허희영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장진미는 그녀에게 그저 좋은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라고 설명해 주었다.이에 허희영은 무척 감사해 하며, 집에 남아 있던 식재료들을 모두 기숙사로 가져왔다.그녀는 많은 만두를 만들어 학교 식당에 가져다주며, 무료로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누구도 그냥 만두일 뿐이라고 불평하지 않았다.나한테 늘 겁내지 말라며 용기를 주던 친구들은 하루빨리 할머니가 장사를 다시 하길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이 일이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단 3일 만에 공지가 발표되었다.[상세한 조사 결과, 가짜 반죽이 들어있는 만두를 판매하는 상인이나 원자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또한, 모든 식당들의 제작 환경과 재료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으며, 문제가 있는 식당들에게 모두 상응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견된다면 제때에 신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이어 기자 협회에서도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확인한 결과, 서미래 씨는 진짜 기자가 아니기에 취재나 조사 등의 권한이 없음을 밝혀드립니다.][대중들에게 보여줄 뉴스는 내용이 신중해야 하며, 유명세를 위한 도구가 되어선 안 됩니다.][여러분들도 뉴스를 볼 때 스스로 판단하실 줄 알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발표된 직후, 서미래의 계정은 즉시 정지되었다.그리고 학교 앞에서 며칠간 학생들을 귀찮게 하던 ‘기자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러나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최근 학교 앞에서 벌어진 취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들 중 일부는 서미래와 마찬가지로 멋대로 시작한 취재였기 때문에 곧 하나둘씩 계정이 정지되었다.그 사건의 주범인 서미래는 이미 경찰에 의해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의 가짜 보도는 우리 집만이 아니라 많은 가정에 영향을 주었기에, 경찰은 그녀에 대해
그때 조아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의 이름이 없는 번호였지만, 나는 왠지 그 번호가 낯이 익었다.“여보세요, 누구시죠?”[저는 서미래입니다. 그쪽은 제일 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이시죠? 제가 이보아 학생과 연락하려고 하는데, 연락처를 알아낼 수가 없어서요.]핸드폰 건너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허희영에게 누명을 씌울 때와 똑같았다.조아진은 핸드폰을 내게 건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얘기해 봐, 겁내지 말고.”최근 며칠 동안, 선생님들께서 가장 많이 하신 말이 바로 ‘겁내지 말라’였다.나는 정말 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제가 이보아입니다. 무슨 일이시죠?”[당신과 화해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제가 1,000만 원을 드릴 테니 앞으로 어떤 영상도 올리지 말고, 설명도 하지 마세요. 괜찮죠?]상대방의 목소리는 여전히 앙증맞았지만, 그 말속에서 느껴지는 건방진 태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나는 핸드폰을 쥔 손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진실이 고작 1,000만 원이라 생각하나 보네.’나는 한 마디 한 마디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화해할 생각 없습니다.” [쯧, 알겠어요, 그럼 조금 더 올려서 1,400만 원. 이 정도면 괜찮죠?] 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짜증 섞인 느낌이었다. [꼬마 아가씨, 고작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유명인이라도 된 줄 알아요? 내가 아니었다면, 누가 당신을 알아주겠어?][내 팬은 123만 9천 명이에요. 당신이 뭘로 절 이길 수 있죠?][내가 돈을 줄 마음이 있을 때 얼른 받는 게 좋을 거예요. 끝까지 싸워봤자 저만 손해 보는 게 아니잖아요?] 서미래의 말투는 점점 더 빨라졌고, 분명히 화가 나 있는 게 느껴졌다.나는 여전히 차분히 말했다.“저는 유명인이 되고 싶지 않고 화해도 원하지 않아요.”[그럼 대체 뭘 원하는 건데!]서미래는 고등학생인 나를 상대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말투는 점점 날카롭고 불쾌하게 변했다.“저는 진실이 밝혀
나는 시험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수산화나트륨, 또 다른 이름은 화학 물질인 가성 소다입니다. 이 물질은 강한 부식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세제나 다른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서미래 씨께서는 만두 속에는 가성 소다와 플라스틱은 물론 향료와 등을 담겨있었다고 주장하셨죠. 그래서 오늘 가성 소다와 플라스틱을 섞으면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 선생님과 저는 세 가지 다른 농도의 수산화나트륨 용액과 세 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을 준비했습니다.”과학 선생님의 감독과 도움을 받아, 나는 세 종류의 플라스틱을 각기 다른 농도의 용액에 넣었다.시간이 흘렀지만 플라스틱은 여전히 플라스틱이었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적당한 시점에 과학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사실 이 실험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은 고분자 물질이기 때문에 수산화나트륨이 그걸 부식시킬 수 없습니다.”“플라스틱을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그 물질의 특성상 반죽해서 뭉칠 수는 없어요.”“플라스틱 가루를 뭉치려면 특별한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그런 물질은 이빨로 쉽게 씹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멀쩡한 사람이라면 씹을 수조차 없는 음식을 먹진 않을 겁니다.”나는 화면 속 댓글을 볼 수 없었기에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 뒤에 있던 장진미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다는 건 발견할 수 있었다.평소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조아진이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셨다.나는 깊게 숨을 마시고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저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제 학비를 내주시고 저를 키우셨습니다. 할머니는 10년 넘게 만두를 팔았지만, 단 한 번도 가성 소다나 플라스틱이 담긴 만두는 팔지 않았습니다. 이건 시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증명해 줄 수 있습니다.”“저의 선생님들은 이미 서미래 씨의 영상에 댓글을 달아 해명을 해주셨지만, 그 모든 댓글은 삭제되었고, 계정도 차단되었습니다.”“제가 서미래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나는 깜짝 놀라 손에 든 시험관을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장진미가 한 걸음 다가가며 설명했다.“교감 선생님, 보아가 라이브로 해명하려고 해서, 제가...”“라이브요? 겨우 만든지 하루 된 데다가 팔로워도 하나 없는 계정으로요?”조아진이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렇게 책만 읽으니 잘 모르나 본데, 그런 계정으로 방송한다면 누가 보겠어?”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아진이 핸드폰 하나를 장진미에게 던지며 말했다.“자, 학교 공식 계정이에요. 이걸로 방송해요.”장진미와 나는 모두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랐다.학교의 공식 계정으로 해명 방송을 한다고?조아진이 나를 다시 한번 쏘아보았다.“왜 가만히 있어요? 빨리 준비해요!”장진미는 정신을 차리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바로 준비할게요!”장진미가 라이브를 준비할 때, 조아진이 실험대 앞에 다가와서 내게 말했다.“학교 계정으로 라이브 하는 것이니 꼭 조심해야 돼. 학교에 누가 될 말은 하지 마, 알겠지?”그러자 평소에는 엄격하고 날카로워 보였던 조아진이 갑자기 매우 다정해 보였다.나는 감동을 받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이 일을 빨리 해결해야 공부에 집중을 하지. 난 교장 선생님한테 네가 전국 50등 안에 들 수 있다고 보증했어.” 조아진이 덧붙였다.“그러니까 날 실망시키지 마!”내 성적은 꽤 괜찮지만, 전국 50등 안에 든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조아진이 교장에게 이렇게 장담한 건 아마도 먼저 저지르고 나서 보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다.어쨌든 계정은 이미 빌려왔고, 내가 50등 안에 들지 않더라도 라이브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그래... 네 할머니 건강은 괜찮으세요?”“네, 할머니는 괜찮으세요.”나는 허희영에게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 허희영은 여전히 그날 몇 명의 폭력배들이 장사를 방해하려고 온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계셨다.최근 며칠 사이
장진미는 우리 집의 나무 의자에 앉아, 전화를 한 통, 또 한 통 걸고 있었다. 친척, 친구, 동창, 심지어는 예전에 집을 구할 때 도움을 받은 중개인에게까지 연락을 해, 서미래의 영상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밝혀달라고 부탁했다.그러나 백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유명 기자를 상대로, 수천 명이 나서서 우리를 옹호해 준다 한들, 그들은 손쉽게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댓글을 삭제하고 차단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내가 서미래에 보낸 메시지는 읽씹을 당하고 말았다. ‘읽음’표시가 떴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답장을 하지 않으니, 나도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그래서 다행히도 그녀의 프로필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리기 싫었기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첫 번째,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두 번째, 전화는 바로 끊겼다.세 번째...내가 절망에 가까운 마음으로 다섯 번째 전화를 걸었을 때,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다.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영상 속의 서미래가 아니라 한 남자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말했다.“저는 당신들이 가짜 만두를 팔고 있다고 폭로한 할머니의 손녀입니다. 우리 집은 절대로 그런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당신들이 분명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나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상대가 전화를 끊을까 봐 급히 말을 빠르게 이어갔다. 그 남자는 전혀 전화를 끊지 않았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어떻게 증명할 건데요?]“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증명하나요!”[증거도 없으면서 왜 전화를 하신 거죠?] 남자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저도 당신들처럼 무책임한 사람들은 많이 봤어요. 다들 자신은 팔지 않았다고 하죠. 정말 팔지 않았다면 누가 신고를 했겠어요?]신고?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말했다.“그럼 신고한 분과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죠!”[그건 안 돼요. 저희는 신고한 분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당신들이
나는 영상이 끝날 때쯤, 최소한 가성 소다와 플라스틱으로 어떻게 반죽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 보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영상의 마지막은 의분에 찬 서미래의 외침으로 마무리되었다.[불량 상인들이 판 만두가 몇 명에게 피해를 줬을까요?] [식품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문제를 발견하시게 된다면 즉시 신고해 주세요. 여러분의 한 통의 전화가 수많은 피해자를 구할 수 있습니다.]나는 영상을 세 번 반복해서 보았다. 그럴수록 이게 사실상 어떤 실증도 없이, 입으로 만들어낸 헛소리 가득한 ‘뉴스’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그 영상 아래 댓글 창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도 서미래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하지 않았다.[한 번도 밖에서 파는 만두를 사본 적이 없어요!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어떻게 알겠어요?][저 할머니, 모른 척하는 것 좀 봐. 저러다 정말 천벌 받을지도 몰라!][저 시장 나도 가봤어. 광산로에 있는 만두 포장마차잖아. 저 할머니는 항상 저곳에서 만두를 팔던데. 난 작년에 홀로 만두 파시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한 봉지 샀었는데!][신고 전화했더니, 만두에 이상 없다네요? 이상 없다면 왜 이런 폭로가 나왔겠어요?][나서는 사람이 없다면 제가 나설게요! 저랑 함께 가실 분 구해요!][저도 함께 할게요!][저도요!]“...”냉혹한 글들이 마치 ‘정의의 사도’들의 성난 축제 같았다.나는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와 허희영의 포장마차에 우르르 몰려들었다.건장한 남자들이 만두가 담긴 통을 뒤집어 버리자, 만두와 물이 모두 바닥에 쏟아졌다. 뒤따라온 사람들은 모두 만두를 하나씩 짓밟았다.그들은 웃으며, 욕하며, 허희영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나이가 많으니 때리진 않을 게. 앞으로 장사를 할 거면 제대로 된 물건을 팔아! 도대체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또 만두 팔면, 다시 찾아와서 깽판 칠 거야!”허의영이 그들을 말리
내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허희영은 땅바닥에 앉아 흙 속에서 반죽을 조금씩 주워 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는 마치 삶은 새우처럼 깊게 굽어 있었고, 그 모습이 내 가슴을 무겁게 눌러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어르신이 팔고 있는 만두 속에 가성 소다와 플라스틱이 들어있다고 난리였어.”“그 사람들, 오자마자 바로 포장마차를 뒤집어버렸어. 우리가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물건은 부서지고, 만두도 다 밟아버렸어.”“다행히 어르신이 연세가 많으시니, 손을 대진 않았지만...”“그 사람들이, 동영상 찍으면서 뭐라 했는지 알아? 모두 정의를 위해 한 짓이래!”옆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민효정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허희영 옆에는 찌그러진 두 개의 통이 놓여 있었다. 원래 그 통에는 향긋한 만두들이 가득 차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곳엔 형체를 잃고 부서진 만두들이 널려 있었다. 밟힌 찐빵은 그 자체로 비참한 처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70세 어르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게 정의를 위한 거라고?나는 얼굴을 문지르며 숨을 고르고, 허희영의 팔을 잡았다. “할머니, 그만 주워요. 이제 집에 가요.”잘 빚어진 만두들이 모조리 터져버렸고, 그 안의 재료들이 사방에 널브러졌기에 아무리 주우려 해도 주울 수 없었다.허희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흐릿한 눈빛은 슬픔과 미안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보아야, 할머니가 미안해. 약속했던 새 책가방은 못 사줄 것 같네...”나는 허희영을 집으로 데려가, 혈압약을 먹이고 한참을 달래며 겨우 잠들게 만들었다. 허희영은 잠든 내내 이마를 찡그리며 반복해서 책가방을 중얼거렸다.며칠 전,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책가방 끈이 끊어져 책들이 바닥에 쏟아졌고, 몇 페이지는 더럽혀졌다. 허희영은 그 끊어진 책가방을 다시 꿰매며 말했었다. “올해는 만두를 좀 더 팔아서, 우리 보아에게 새 책가방을 사 줘야지.”그 말은 나에
내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허희영은 땅바닥에 앉아 흙 속에서 반죽을 조금씩 주워 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는 마치 삶은 새우처럼 깊게 굽어 있었고, 그 모습이 내 가슴을 무겁게 눌러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어르신이 팔고 있는 만두 속에 가성 소다와 플라스틱이 들어있다고 난리였어.”“그 사람들, 오자마자 바로 포장마차를 뒤집어버렸어. 우리가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물건은 부서지고, 만두도 다 밟아버렸어.”“다행히 어르신이 연세가 많으시니, 손을 대진 않았지만...”“그 사람들이, 동영상 찍으면서 뭐라 했는지 알아? 모두 정의를 위해 한 짓이래!”옆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민효정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허희영 옆에는 찌그러진 두 개의 통이 놓여 있었다. 원래 그 통에는 향긋한 만두들이 가득 차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곳엔 형체를 잃고 부서진 만두들이 널려 있었다. 밟힌 찐빵은 그 자체로 비참한 처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70세 어르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게 정의를 위한 거라고?나는 얼굴을 문지르며 숨을 고르고, 허희영의 팔을 잡았다. “할머니, 그만 주워요. 이제 집에 가요.”잘 빚어진 만두들이 모조리 터져버렸고, 그 안의 재료들이 사방에 널브러졌기에 아무리 주우려 해도 주울 수 없었다.허희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흐릿한 눈빛은 슬픔과 미안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보아야, 할머니가 미안해. 약속했던 새 책가방은 못 사줄 것 같네...”나는 허희영을 집으로 데려가, 혈압약을 먹이고 한참을 달래며 겨우 잠들게 만들었다. 허희영은 잠든 내내 이마를 찡그리며 반복해서 책가방을 중얼거렸다.며칠 전,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책가방 끈이 끊어져 책들이 바닥에 쏟아졌고, 몇 페이지는 더럽혀졌다. 허희영은 그 끊어진 책가방을 다시 꿰매며 말했었다. “올해는 만두를 좀 더 팔아서, 우리 보아에게 새 책가방을 사 줘야지.”그 말은 나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