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장에 도착했을 때, 허희영은 땅바닥에 앉아 흙 속에서 반죽을 조금씩 주워 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는 마치 삶은 새우처럼 깊게 굽어 있었고, 그 모습이 내 가슴을 무겁게 눌러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어르신이 팔고 있는 만두 속에 가성 소다와 플라스틱이 들어있다고 난리였어.”“그 사람들, 오자마자 바로 포장마차를 뒤집어버렸어. 우리가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물건은 부서지고, 만두도 다 밟아버렸어.”“다행히 어르신이 연세가 많으시니, 손을 대진 않았지만...”“그 사람들이, 동영상 찍으면서 뭐라 했는지 알아? 모두 정의를 위해 한 짓이래!”옆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민효정이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허희영 옆에는 찌그러진 두 개의 통이 놓여 있었다. 원래 그 통에는 향긋한 만두들이 가득 차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곳엔 형체를 잃고 부서진 만두들이 널려 있었다. 밟힌 찐빵은 그 자체로 비참한 처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70세 어르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게 정의를 위한 거라고?나는 얼굴을 문지르며 숨을 고르고, 허희영의 팔을 잡았다. “할머니, 그만 주워요. 이제 집에 가요.”잘 빚어진 만두들이 모조리 터져버렸고, 그 안의 재료들이 사방에 널브러졌기에 아무리 주우려 해도 주울 수 없었다.허희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흐릿한 눈빛은 슬픔과 미안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보아야, 할머니가 미안해. 약속했던 새 책가방은 못 사줄 것 같네...”나는 허희영을 집으로 데려가, 혈압약을 먹이고 한참을 달래며 겨우 잠들게 만들었다. 허희영은 잠든 내내 이마를 찡그리며 반복해서 책가방을 중얼거렸다.며칠 전,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책가방 끈이 끊어져 책들이 바닥에 쏟아졌고, 몇 페이지는 더럽혀졌다. 허희영은 그 끊어진 책가방을 다시 꿰매며 말했었다. “올해는 만두를 좀 더 팔아서, 우리 보아에게 새 책가방을 사 줘야지.”그 말은 나에
Last Updated : 2024-11-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