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합격 통지서가 도착했을 때 나는 갑작스러운 고열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동생은 나를 도와 통지서를 받으러 가는 길에 납치당해 생사가 불명이다. 부모님은 나를 미워하며, 내 합격 통지서를 찢고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에 가서 일하라고 강요했다. 그 후, 나도 납치당해 아슬아슬하게 탈출한 뒤 폐쇄된 공장에 숨어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의 전화가 오고 아버지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서미연, 너도 사람이야?! 지아 기일에 이런 농담을 해?!” “나와 네 엄마가 그 당시 죽은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바랬는지 알아?!” 내가 죽기 직전 귀에 맴도는 건 여전히 그들의 욕설이었다. 나는 산산조각이 난 채로 고통 속에서 죽었고, 시체는 썩어가는 물속에 내버려졌다. 최고의 법의학자 아버지조차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동생이 과거에 도망쳤던 금발 남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기술적인 수단을 통해 내 얼굴을 복원한 상태였다. 그들은 내 썩어가는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기절할 때까지 울었다.
Lihat lebih banyak이때 아버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임서훈 팀장이 초조한 목소리로 아버지한테 말했다. CCTV에서 내가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는 장면이 찍혔다고.다행히 범인의 얼굴도 찍혔다.사진이 곧 아버지의 핸드폰으로 전송되었고, 아버지는 서둘러 클릭하여 화면에 비친 그 얼굴을 보자 동공이 갑자기 미세하게 떨렸다.핸드폰을 쥔 손끝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아버지는 침을 삼키고 힘겹게 고개를 들어 동생의 남자친구를 똑바로 응시했다.“너야? 네가 미연이를 죽인 거야?”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었다.그 악마를 제외하고.그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경찰이 생각보다 일처리를 빠르게 하네요.”그는 손목을 움직여 동생을 품에 안고, 다른 손은 그녀의 목을 잡고 창가로 끌어당겼다. 동생의 반쪽 몸이 창밖으로 매달렸다.아버지는 그의 모습에 눈이 붉어지며 소리쳤다.“너 짐승 같은 새끼야, 내가 너를 죽여버리겠어!”악마는 조롱하는 듯이 웃었다.“지아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싶어?”동생은 겁에 질려 몸을 떨며 도움을 청하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마치 보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그는 식탁 위에 놓인 칼로 달려가 그 악마에게 무작정 달려갔다.그러나 어머니는 아버지의 다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안 돼, 그러면 지아도 다쳐.”하지만 아버지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발로 차내며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날카로운 칼날이 악마의 몸에 박혔을 때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놓았다.동생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고, 어머니는 울부짖으며 창가로 달려갔다.다행히 아래는 부드러운 잔디밭이어서 동생은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했다.임서훈 팀장이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얼빠진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피투성이가 된 악마가 누워 있었다.그는 악마를 여덟 번 찔렀고, 나에게 했던 것처럼 치명적인 곳은 피해갔다.그는 죽지 않았다.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이 순간 나는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6년 내내 나는 수난 속에서 살아가며 본래 나와는 상관없는 죄명을 묵묵히 감내해왔다.그런데 지금 내 동생은 그것이 단지 연기일 뿐이라고 말한다.내 불만과 억울함은 모두 분노로 변해 폭발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그들은 내 마음을 느낄 수 없었다.부모님은 충격에 비틀거리고 동생은 급히 그들을 붙잡고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동생은 즉시 신이 나서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문 밖에는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서 있었고 점잖아 보였다.동생은 남자의 손을 잡고 부모님 앞에 데려가며 부끄러운 듯 소개했다.“이분이 제 남자친구예요, 아빠, 엄마. 이번에 돌아온 것도 결혼할 생각을 알리려고 왔어요!”어머니는 겨우 미소를 지었고,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바로 그 얼굴, 죽어서도 잊지 못할 얼굴이다.그는 나를 3일 동안 괴롭혔고, 나는 죽고 싶다고 그에게 간절히 부탁했다.그는 더럽혀진 안경을 느긋하게 닦으며 말했다.“죽고 싶다고?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나는 내 사냥감이 고통받는 게 좋아. 간단하고 무자비한 살인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그 악마 같은 얼굴을 난 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아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동생의 어깨를 감싸며 부모님께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아저씨, 아주머니, 저는 진심으로 지아를 사랑합니다. 제발 허락해주세요!”나는 내가 한낱 영혼일 뿐이라는 것이 한없이 싫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가 미친 듯이 그를 찢어죽이고 싶었다.‘왜, 왜 나야?’‘비록 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나한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단 말이야.’‘이군과 해변에 가고 싶고, 함께 일출을 보고 싶어.’‘그리고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고 싶어.’하지만 그 모든 바람은 그가 손수 짓밟았다.내 증오는 목
아버지는 갑자기 눈이 붉어지며 동생의 손을 잡아 끌어안았다.아버지의 손은 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여러 번 반복했다.나는 부러움에 눈이 붉어졌다. 6년 동안 아버지의 포옹과 손길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하늘이 아는 일이다.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싫어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멀리 가라고 했다.어머니도 울면서 동생을 안아주었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내 마음을 찌르는 듯했다.그 아픔에 나는 눈물이 흘렀다.어머니는 동생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겉으로는 불평하는 듯 말했다.“지아야, 이 몇 년 동안 어디 갔었니? 아빠랑 엄마가 너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동생은 그들의 품에 안겨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빠, 엄마, 죄송해요!”“그때 우연히 임신하게 되어서 나를 꾸짖을까 봐 집에 돌아오지 못했어요.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죠?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부모님은 놀라서 지아를 바라보았다.“그럼... 아이는? 너를 임신하게 한 그놈은?”동생은 얼굴이 붉어지며 잠시 머뭇거린 후 천천히 말했다.“아이를 지킬 수 없었어요.”“임신시킨 사람은...아빠와 엄마를 볼 면목이 없어서 오지 못하겠다고 했어요.”“근데 저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아빠와 엄마가 허락하신다면 지금 전화해서 부를게요!”지아는 부모님을 간절히 바라보며 희망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아버지는 얼굴이 굳어 있었지만 눈빛에서 웃음이 감춰지지 않았다.아버지는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만나보자. 그동안 내 사랑하는 딸에게 잘 대해왔는지 심문해 볼 거야!”동생은 기뻐하며 부모님을 안고 그들의 뺨에 입을 맞췄다.내가 힘껏 애쓰고도 얻지 못한 사랑을 이제 동생은 쉽게 누리고 있었다.전화를 끊고, 동생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며 의아해했다.“언니는 어디 갔어요? 왜 안 보여요?”“내가 떠난 후 분명 좋은 대학에 합격했겠죠. 정말 부러워요, 빨리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해줘요. 너무 보고 싶어요!
아버지의 눈빛에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달래며 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다시 부검실로 들어갔다.그러나 이번엔 더 이상 여유롭지 않았다. 칼을 쥔 아버지의 손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아버지는 내 시체를 향해 여러 번 손을 뻗었지만 끝내 내밀지 못했다.아마도 그것이 그의 가장 사랑하는 딸이기 때문일 것이다.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내 형체가 엉망이 된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고 눈물을 참으며 조금씩 모양을 만들었다.나 또한 눈물을 참으며 아버지가 울면서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아버지는 밤새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았다. 블랙커피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아버지의 눈은 컴퓨터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창밖, 하늘이 조금씩 밝아왔다.드디어 컴퓨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아버지는 급히 고개를 들었지만 다음 순간 그의 몸이 굳어버렸다.아버지는 황급히 일어나 옆에 있는 커피를 쏟는 것도 몰랐다.커피가 키보드에 쏟아졌지만 아버지는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아버지는 컴퓨터 화면을 붙잡고, 그 위에 있는 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나는 아버지가 약간의 슬픔이나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 미소는 깊은 고통으로 나를 찔렀고, 나는 떨림을 느꼈다.내 아버지는 나에게 조금도 사랑이 없었다.그는 심지어 내가 죽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나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이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사무실 문이 열리며 임서훈 팀장이 찡그린 얼굴로 들어왔다.“형, 결과는 나왔...”임서훈 팀장의 목소리가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멈췄다.그는 고개를 돌려 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고, 아버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형, 어떻게 웃을 수 있어요?”“죽은 사람은 미연이에요! 걔도 형 친딸이라고요!”나는 눈물이 고였다. 임서훈 팀장과 나는 친한 사이가 아니
순간 내 눈물이 쏟아졌다. 이 세상에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이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쫓겨나 밖에서 일할 때 나는 이군을 만났다.그때 나는 돈이 하나도 없었고, 공장 기숙사는 이미 가득 차 있었으며, 갈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쓰레기통에서 몇 장의 종이를 주워 다리 기둥 아래에 숨어들었다.한밤중에 몇 명의 노숙자들이 나를 발견하고 나한테 손을 대기 시작했다.나는 두려움 속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도움을 요청했다.마침 이군이 길을 가다가 나를 구해주었다.이군은 나를 불쌍히 여겨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빈방에서 지내도록 해주었다.그 외로운 날들 속에서 이군은 나의 유일한 위안이었다.이군은 내가 부모님에게 전화를 받고 눈이 부풀어 울 때 어깨를 빌려주었고, 내가 혼나서 마음이 무너질 때 나를 안아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지금도 이군은 나의 실종으로 인해 유일하게 초조해하는 사람이다.임서훈 팀장이 이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하라고 위로하고, 돌아서서 다른 사람에게 이군을 위해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내 이름을 들었을 때 임서훈 팀장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미연이가 네 여자친구라고? 집에 돌아간 지 며칠이 지났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이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서훈 팀장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졌다.상세하게 질문을 한 후 임서훈 팀장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절차가 끝난 후, 임서훈 팀장은 이군에게 집으로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라고 하고 진술서를 들고 휴게실로 들어갔다.“형, 죽은 사람이 아마도 미연일 거야. 걔는 이미...”“아니야! 서미연은 이틀 전에 나랑 통화했어. 죽은 건 걔가 아닐 거야!”아버지는 임서훈 팀장의 말을 끊었다. 단호한 어조에 임서훈 팀장의 표정이 바뀌어버렸다.아버지는 핸드폰을 꺼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손가락이 떨려서 몇 번을 눌러도 전화를 걸지 못했다.아버지의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순간 그의 모습은 몇 살 더 늙어 보였다.아버지는 깊이 숨을
내 영혼도 떨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려는 건가?’아버지의 칼이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아버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생각해본 적은 있었다.냉담하거나 무관심한 표정, 혹은 약간의 연민이 섞인 표정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고통이 서린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순간 나는 감동을 느꼈다.이 몇 년 동안 겪은 고통과 그들에게 느낀 원망이 이 순간에는 모두 사라졌다.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를 안고 싶었지만 손가락이 아버지의 가슴을 통과해버렸다.눈물이 떨어지려는 순간 나는 아버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지아야.”내 몸이 굳어졌다. 아버지의 눈 속 고통이 나를 위해서가 아님을 깨달았다.연일 이어진 더위와 비에 내 몸은 이미 부패해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아버지는 주저하지 않고 썩은 살덩어리에 엎드려 통곡했다.“지아야, 내 지아가 돌아왔구나.”“내 소중한 딸, 어떻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고 이렇게 갈 수 있어?”아버지의 손은 부패로 오직 하얀 뼈만 남은 내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마치 손을 놓치면 사랑하는 딸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듯했다.내 가슴은 아파 숨이 막힐 듯했지만 아버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안아주고 싶었다.나는 조용히 말하고 싶었다. ‘괜찮아, 아버지.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죽은 건...나야!’임서훈 팀장이 재빨리 다가와 아버지를 끌어냈다.“형, 진정하세요. 그러면 시체가 파괴돼!”아버지는 발버둥치며 중얼거렸다.“왜? 죽은 건 왜 서미연이 아닌데?”아버지의 말을 듣고 내 마음은 산산조각 났다.내 입가에는 쓴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가 나를 증오해 동생 대신 죽기를 바란다니.나는 아버지가 진실을 발견하는 순간 조금이라도 괜찮아질 수 있을지 바라고 있었다.6년 동안 내 가장 큰 소원은 그들이 그리 슬퍼하지 않는 것이었다.만약 죽음이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죽을 수 없었다. 그들
동생이 실종된 지 6년, 살아서는 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보지 못한 부모님은 이미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들은 동생을 위해 무덤을 세우고, 동생이 실종된 날을 기일로 정했다.나는 그날만 되면 집에 돌아가 허리를 꿇고 사죄하는 것이 허락되었다.작년,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기절해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 때문에 나는 집에 돌아가는 기차를 놓쳤다.내가 고단하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흘이 지나 있었다.분노한 아버지가 내 머리를 잡아끌어 동생의 묘 앞에 데려갔다. 그리고 내 머리를 눌러 묘비에 세게 부딪혔다.나는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워졌지만 아버지는 분이 풀리지 않아 내 뺨을 매섭게 때렸다.한 대, 또 한 대, 입가가 터지고 앞니 하나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하지만 지금 아버지는 그 일을 잊은 듯 보인다.어쩌면 아버지는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아버지의 마음속에서는 내가 어떤 상처를 입든, 심지어 목숨을 잃더라도 모두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눈물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졌다. ‘아버지, 이제 나 정말 죽었어요. 이제 내 죄를 씻을 수 있을까요?’아버지는 시체 검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그는 짜증을 내며 장갑을 벗고 전화를 받았다.어머니의 분노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전해졌다.“서미연 그년이 아직도 안 돌아와! 지아한테 사죄하려는 생각이 없나 봐!”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난 이미 죽었어요. 범인의 차가운 칼에.’아버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영원히 돌아오지 마. 그냥 밖에서 죽는 게 나아. 걔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나는 그들이 주고받는 비난을 들으며 가슴이 무겁게 짓눌렸다.분명 그날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아마도 내 죽음은 그들에게도 해방일 것인지도 모른다.사실 내가 잔인하게 죽지 않았더라도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1년 전, 기절한 뒤 난 뇌종양
내 부서진 몸은 시신 가방에 담겨 아버지의 사무실로 옮겨졌다.곧 내 팔과 다리도 발견되어 가장 먼저 아버지 앞에 놓였다.임서훈 팀장은 찡그린 얼굴로 부검대 앞에 서서 내 손가락을 가리켰다.“형, 보세요. 사망자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데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이 잘린 것은 신원을 가릴 수 있는 액세서리를 착용했기 때문이 아닐까요?”“그럴 가능성이 높아.”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했다.임서훈 팀장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미연이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항상 반지 끼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버지가 눈을 들어 그를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반지를 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걔만 그런 게 아니야. 그년은 명줄이 길어, 쉽게 죽을 리가 없어.”임서훈 팀장은 급한 마음에 장갑도 벗지 않고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형, 예전에 그 살인마 기억나세요?”아버지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 사건은 지금까지 아버지의 마음의 악몽이었다.6년 전, 아버지는 가장 유명한 천재 법의였고, 어머니는 가장 젊은 형사팀장이었다. 그때 임서훈 팀장은 어머니의 부하 중 한 명에 불과했다.그때 그들은 여덟 명의 소녀를 잔혹하게 해친 살인마를 쫓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녔고, 한 달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범인은 잡혔지만 증거가 부족해 유죄를 입증할 수 없었다.마지막 순간 아버지는 부검실에 갇혀 사흘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관건 증거를 찾아냈다.하지만 법인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다.살인마가 사형당한 날, 바로 동생이 실종된 날이었다.그날도 비가 많이 내렸고, 감시 카메라에 검은 우비를 입은 남자가 동생을 끌고 가는 장면이 찍혔으며, 그 후 동생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모두가 동생을 데려간 사람이 살인마의 형일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그 잔인한 사실을 누구도 말할 수 없었다.1년 후, 지나치게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사직했고 아버지는 경찰에 남아 있었다.이제 갑자기 그 이야기가 언급되자 아버지의 표정이 급변했다.임서훈 팀장은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폭우가 벌써 3일째 내리고 있었다. 온 도시가 물에 잠긴 듯 사방이 흐릿했다.물속에서 떠오른 나의 부풀어오른 시체를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한 여덟 살짜리 아이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의 품에 숨었고, 어머니는 아이를 부드럽게 달래고 있었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어머니의 품, 난 그 따뜻함을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다.6년 전, 동생이 실종된 이후 부모님은 나를 오로지 혐오만으로 대했다.포옹은커녕 웃는 얼굴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곧 현장에는 경계선이 쳐졌고, 나는 군중 속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내 몸을 바라보았다.한 대의 경찰차가 내 앞에 멈췄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눈이 반짝였다.경찰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섰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눈이 반짝였다.“형, 시체는 물속에서 벌써 3일간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요. 게다가 이번 폭우로 현장 증거는 모두 씻겨 내려갔을 수 있어요. 시체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검사팀에서 이미 사망자의 DNA를 채취했어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연락할게요.”아버지의 동료인 임서훈 팀장이 뛰어와 상황을 설명했다.시체를 보는 순간 아버지는 찡그린 이마와 함께 눈가가 붉어졌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정말 사람도 아니야!”나는 아버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내 모습은 확실히 비참했다.손과 발이 잘려 나갔고, 얼굴은 날카로운 칼로 망가졌으며 눈조차 파내져 두 개의 움푹 패인 구멍만 남아 있었다.그리고 눈썹 사이에는 죽기 전의 두려운 표정이 희미하게 보였다.입도 과장되게 벌어져 있었다. 그건 내가 숨이 끊어지기 전 목이 터져라 울었던 울음소리 때문이다.혀도 잘려 나가 지금 보니 검은 구멍 같은 입이 무섭기만 했다.그냥 한 번 쳐다보고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나도 따라 울었다. 6년 동안 아버지는 나한테 한 번도 감정의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었다.아버지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내
폭우가 벌써 3일째 내리고 있었다. 온 도시가 물에 잠긴 듯 사방이 흐릿했다.물속에서 떠오른 나의 부풀어오른 시체를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한 여덟 살짜리 아이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의 품에 숨었고, 어머니는 아이를 부드럽게 달래고 있었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어머니의 품, 난 그 따뜻함을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다.6년 전, 동생이 실종된 이후 부모님은 나를 오로지 혐오만으로 대했다.포옹은커녕 웃는 얼굴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곧 현장에는 경계선이 쳐졌고, 나는 군중 속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내 몸을 바라보았다.한 대의 경찰차가 내 앞에 멈췄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눈이 반짝였다.경찰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섰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눈이 반짝였다.“형, 시체는 물속에서 벌써 3일간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요. 게다가 이번 폭우로 현장 증거는 모두 씻겨 내려갔을 수 있어요. 시체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검사팀에서 이미 사망자의 DNA를 채취했어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연락할게요.”아버지의 동료인 임서훈 팀장이 뛰어와 상황을 설명했다.시체를 보는 순간 아버지는 찡그린 이마와 함께 눈가가 붉어졌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정말 사람도 아니야!”나는 아버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내 모습은 확실히 비참했다.손과 발이 잘려 나갔고, 얼굴은 날카로운 칼로 망가졌으며 눈조차 파내져 두 개의 움푹 패인 구멍만 남아 있었다.그리고 눈썹 사이에는 죽기 전의 두려운 표정이 희미하게 보였다.입도 과장되게 벌어져 있었다. 그건 내가 숨이 끊어지기 전 목이 터져라 울었던 울음소리 때문이다.혀도 잘려 나가 지금 보니 검은 구멍 같은 입이 무섭기만 했다.그냥 한 번 쳐다보고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나도 따라 울었다. 6년 동안 아버지는 나한테 한 번도 감정의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었다.아버지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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